분량면에서 『임원경제지』 다음가는 방대한 농서이다. 본래 10책의 필사본으로 되어 있으나 현재 유일하게 보존되고 있는 일본 경도대학 가와이문고본(河合文庫本)은 제1책이 빠져 있어 서문이나 목차의 유무를 알 길이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의 경서와 사서(史書) · 농서(農書) · 박물지(博物志), 그리고 우리나라의 『산림경제』 · 『고사신서(故事新書)』 · 『동의보감』 등 수많은 서적을 인용하여 엮었다.
내용의 서술방식은 토의(土宜:토산물) · 곡종(穀種) 등 장을 달리할 때마다 먼저 그 장의 총론적 풀이를 하고 있어 다른 농서와 구별되며, 농작물명에는 한문 외에 대부분 한글로 품명을 적어 놓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본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제2책에는 토의 · 전제(田制) · 구전(區田) · 수리(水利) · 본조전부(本朝田賦) · 수세(水稅) · 대동작공(大同作貢) 등이 수록되어 있다.
2책 90장(張) 중 24장이 토의에 관한 것으로 그 가운데 ‘지거천중 운화불식(地居天中 運化不息)’이라 하여 서양의 지동설을 도입하고 있다. 제3책에는 벼 · 보리 등 각종 곡식작물과 참깨 · 아주까리 등의 특용작물 등 모두 40여 종 작물에 대한 재배법이 풀이되고 있는데, 벼 한가지에도 34개의 품종을 풀이하고 있어 매우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이어서 간경(墾耕) · 파로(耙勞)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4책에는 작물별 비배관리 · 지력증진 · 중경제초 · 수리 등을 다룬 공작(工作), 양곡의 저축, 상평창(常平倉) · 예비창(豫備倉)을 다룬 축취(蓄聚), 채과벌목(採果伐木), 수장과실(收藏果實), 수장채소 등 원예작물을 다룬 농여(農餘) 등이 풀이되어 있다.
제5책에는 채소원예작물 40여 종과 과수 중 20종에 대한 재배학적 풀이가 수록되어 있고, 제6책에는 5책의 계속으로 감귤 · 유자 · 야자 · 무화과 등과 수박 · 연(蓮) · 사탕수수 · 백합 등이 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소나무 등 14종의 경제수종 · 홍화 · 쪽 · 인삼 · 담배 등의 특용작물 및 약용식물의 재배법을 수록하고 있다.
제7책에는 방적과 양잠을 풀이하고 있는데 대마 · 모시 등의 섬유작물과 뽕나무 재배법을 풀이하고 있으며, 양잠에서는 제거(制居) · 욕종(浴種) · 사양(飼養) · 분박(分箔) · 입족(入簇) · 택견(擇繭) · 조사(繰絲) · 직염(織染)의 순으로 상세히 논술되고 있다.
제8책에는 소 · 말 · 노새 · 나귀 · 염소 · 돼지 · 개 · 고양이 · 닭 · 물고기 · 꿀벌 · 학 · 매 등에 대하여 그 성상 · 관상법 · 사양법, 축사와 그 관리, 각종 질병 치료법 등이 상세히 풀이되고 있다. 제9책과 10책에는 식품관계의 치선(治膳)을 다루고 있는데 8책까지와는 달리 인용문헌이 없이 유중림(柳重臨)의 『증보산림경제』를 그대로 옮겨 놓으면서 일부를 보충하고 있다.
9책의 식품에는 죽 종류 약 40종, 떡 종류 약 50종, 면 종류 약 5종 등을 풀이하고, 입지에 따른 우물물의 수질을 논하고 다탕(茶湯)에서는 구기자차 · 생강차 등이 있으며 다식 · 모과전 등 11종의 제조법이 수록되고, 엿[飴糖]은 『산림경제』와 내용이 같고, 채소에서는 콩나물을 비롯한 각종 나물을 만드는 법 40종을 열거하고 있으며, 이어서 각종 장담그기, 식초만들기, 10여 종의 유지작물에 대한 기름짜기 등이 다루어져 있다.
제10책에는 술 · 육선(肉膳) · 어품(魚品) · 치식의(治食宜) 등이 논술되고 있는데 치식의 · 식기(食忌) · 구황(救荒) 등은 『증보산림경제』의 내용과 같으며, 술에 있어서는 국화주(菊花酒) 등 25종의 술 담그는 법이 추가되고 있다. 육선은 불고기[火肉] 등 16종, 어품은 풍어법(風魚法) · 어장법(魚醬法) 등 15종의 요리법이 기술되어 있다.
이 책은 그 내용이 방대할 뿐 아니라 다루고 있는 품목도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나, 내용의 정리면에서는 초고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내용이 앞뒤가 중복될 뿐만 아니라 저술 당시 같은 책 안에서도 권(卷)을 달리할 계획이었던 것 같으나 미처 이를 정리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이 농서는 19세기를 대표하는 실학자에 의하여 엮어졌다는 점과 몇 개 안 되는 19세기 농서의 비교분석을 통한 기술사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된다. 일본의 교토대학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