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재해를 방지할 수 있고, 아울러 수확을 늘리기 위한 방법에서 비롯되었다. 이 농법은 원래 중국 고대 상(商)나라 탕왕 때 7년간 계속 가뭄이 들자 농민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이윤(伊尹)으로 하여금 창시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종법(區種法)이라고도 하였다.
그 방법은 전한(前漢) 성제(成帝) 때 범승지(氾勝之)가 쓴 『범승지서(氾勝之書)』속에 있는 『제민요술(齊民要術)』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대별하여 구종법(溝種法:帶狀區種法)과 감종법(坎種法:小方形 區種法)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구전법은 조과(趙過)의 <대전법(代田法)>에 따른 대농적(大農的)인 농업 경영방법을 소농화한 것으로, 길이 180자, 너비 48자의 직사각형 토지에 1.5자 너비의 밭둑과 1.5자 너비의 길을 번갈아 만들어 모두 15개의 둑과 길을 만든 후, 각 두렁에 너비·깊이·거리가 같은 1자의 고랑을 10.5자 길이로 24개 만들고, 이 고랑과 고랑 사이에 이랑을 만들되 파종은 고랑에 하는 방법이다.
감종법은 먼저 토지를 묘(畝) 단위로 보아 가로 15보(步), 세로 16보 합계 240보를 1묘로 삼는다. 여기서 1보는 넓이의 단위로 사방 5자를 나타내므로, 결국 1묘의 가로는 75자(15보×5자)이고, 세로는 80자(16보×5자)의 직사각형 토지이다.
이 토지(1묘)를 너비 1.5자 간격으로 나누어 50줄(75자÷1.5자)을 만든다. 그 다음, 세로로도 역시 1.5자 간격으로 나누어 53줄(실제는 53.33…...줄)을 만들면 결국 1묘의 토지는 약 2,700개(50××53.33…..)의 구(區)가 형성된다([그림 1]).
파종하는 방법은 가로·세로 모두 한 구씩 띄어서 파종한다. 그러면 결국 전체(1묘)의 4분의 1구에만 파종되어 실제 파종된 구의 수는 675구가 된다. 다음해에는 전년에 파종하지 않았던 다른 675구에 파종함으로써 결국 토지는 매 4년마다 한 번씩만 이용하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 이 구전법을 최초로 소개한 농서는 17세기 초 허균(許筠)의 『한정록(閑情錄)』이며, 그 뒤 유중림(柳重臨)의 『증보산림경제』, 박지원(朴趾源)의 『북학의(北學議)』 등에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다.
이 농법을 현대과학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가로·세로 45㎝ 사각형으로 된 구를 한 단위로 하는 675개의 구는 초지(草地) 개량시의 씨앗을 덩어리 지어 한곳에 일정한 사이를 두고 뿌리는 파종법인 괴상점파(塊狀點播)와 같은 파종형식을 취하는 것으로, 이 파종법의 장점은 깊이 갊과 시비(施肥) 및 관수(灌水)·휴한(休閑) 등이 이루어지는 농법이기 때문에 통풍과 채광이 잘 되어 작물 생육이 활발하고 수확량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이 농법의 핵심은 같은 포장 내에서 적절한 간격으로 돌려 가며 지력을 기르기 위한 휴한제(休閑制)를 실시하는 데 있고, 이는 곧 이 농법이 시행되던 시대에 시비량이 부족하였음을 뜻한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유기질 비료는 물론 값싼 화학비료가 널리 보급되고, 재배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농법은 오히려 노력이 많이 들고, 토지 이용면이나 기계화에서 불리한 점이 많아 현재는 쓰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