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과 이랑 사이의 골에 파종하는 방법이다. 이랑 위에 파종하는 농종법(壟種法)이나 이랑이나 골 없이 땅을 평평하게 고른 다음 흩어 뿌림하는 만종법(縵種法)과 구별된다.
파종법은 기본적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고려하거나 노력을 절감하는 처지에서 선택되므로 어떤 파종법이 좋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고대에는 만종법이 주로 사용되어 오다가 말과 소를 부려 밭갈이를 하는 쟁기 사용법이 발달되면서 농종법과 견종법이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의 파종양식은 농종법으로 관행되어 오다가 17, 18세기에 수확이 많은 견종법으로 발전했으나, 모든 밭작물 혹은 같은 작물이라도 어느 곳에서나 다 견종법을 쓰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콩 · 팥 · 수수 · 기장 · 옥수수 등 여름작물은 농종법을 쓰고 있다.
견종법을 대표적으로 쓰고 있는 작물은 보리 · 밀 · 호밀 · 귀리 등 겨울작물인 맥류(麥類)들이다. 겨울작물은 가을에 파종하며, 우기가 닥치기 전인 6월에 수확하게 되므로 봄에 파종하여 가을에 거두는 여름작물과 같이 우기의 배수처리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
과습(過濕)을 꺼리는 여름작물은 이랑 위에 파종해야 하나, 생육기가 겨울과 봄 등 건조기에 해당하는 겨울작물은 과습의 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겨울철 건조한 혹한기에 작물이 얼어 죽거나 말라 죽을 염려가 있어 이랑 위보다 고랑 안에 파종하여 방한(防寒)이나 보습(保濕) 효과를 얻는 견종법을 써야 한다.
1429년(세종 11)에 편찬된 『농사직설(農事直說)』에는 보리의 파종방식에 대해 분명한 설명이 없으나, 『농사직설』을 증보한 1655년 신속(申洬)의 『농가집성(農家集成)』 종대소맥조(種大小麥條)에는 “작은 이랑을 조밀하게 짓고 이랑 사이(골)에 인분과 재를 섞어 사용한 다음, 종자를 뿌리고 잘 썩은 거름을 그 위에 뿌리며 알맞게 복토(覆土)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로 보아 보리는 농종법으로 재배되어 오다가 17세기에 접어들면서 견종법으로 파종법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리의 경우라도 파종기나 발아기의 과습이 우려되는 논보리 재배의 경우에는 그 이랑 위에 다시 작은 이랑을 지어 견종법을 쓰게 되므로, 이 경우에는 배수를 고려한 농종법과 방한과 보습을 고려한 견종법을 다 같이 갖춘 절충식 파종방식이 된다.
또, 농종법을 쓰는 여름작물이라도 올조[早生粟]나 올기장[早生黍]과 같이 건조한 이른봄에 파종할 경우, 가뭄을 잘 타는 지대나 모래질 땅에서는 여름철 우기의 과습이나 배수처리보다는 발아기의 토양 수분이 더 생산의 제한요소가 되므로, 『임원경제십육지(林園經濟十六志)』 본리지(本利志)에서 지적한 대로 여름작물이라도 이랑 사이에 파종하는 견종법을 써야 한다.
보리의 경우, 견종법으로의 발전은 농종법으로 파종하던 시대보다 농업 경영상 보다 많은 수량을 올렸다는 면에서 이 파종방식의 역사적 · 농업적 의미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