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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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주자소에서 활자본을 인쇄할 때, 습지기와 함께 인쇄를 위해 준비된 종이에 약간의 습기를 부여하기 위한 용기.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거쳐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습지판(濕紙板)은 조선 후기의 주자소에서 활자본(活字本)을 인쇄할 때, 인쇄를 위해 미리 준비된 건조 상태의 종이에 일정한 습기를 부여하기 위하여 마련된 장치이다. 습지판과 습지기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습기를 머금은 한지는 인판(印版)에 조판된 각 활자의 글자 윤곽을 더욱 정밀하게 인쇄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온다.

목차
정의
조선 후기의, 주자소에서 활자본을 인쇄할 때, 습지기와 함께 인쇄를 위해 준비된 종이에 약간의 습기를 부여하기 위한 용기.
내용

습지판(濕紙板)에 관한 기록은 『주자소응행절목(鑄字所應行節目)』의 ⑤ 용기(用器, 器用) 등의 항목에서 해당 사항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주자소(鑄字所)와 그 『응행절목(應行節目)』을 먼저 살펴보면서 ‘습지판’에 대해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주자소는 조선시대 활자(活字)의 주조(鑄造) 및 인쇄 업무를 관장하는 관서이다. 1403년(태종 3)에 설치되어 훈도방(薰陶坊)에 위치하다가 1435년(세종 17) 9월에 경복궁 안으로 위치를 옮겼다. 1460년(세조 6) 5월에 교서관(校書館)으로 소속을 옮기고 동시에 전교서(典校署)라 개칭하였다.

정조(正祖, 1752~1800) 시대에는 규장각(奎章閣)을 설치하였다. 규장각을 내각(內閣)으로, 교서관을 외각(外閣)으로 삼아 관찬서(官撰書)의 편찬 및 간행 업무를 촉진시켰다. 교서관의 주자시설(鑄字施設)은 어정제서(御定諸書)의 인쇄를 위하여 더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1794년(정조 18)에 창경궁의 옛날 홍문관(弘文館) 자리에 새로 설치하였다. 이것을 처음에는 감인소(監印所)로 명칭하였으나, 태종(太宗) 때의 고사(古事)에 따라 ‘주자소’로 개칭하였다.

1857년(철종 8) 10월, 순원왕후(純元王后)빈전도감(殯殿都監)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하여 대청(大廳)은 물론 판당고(板堂庫)가 모조리 불타서 그곳에 있었던 정유자(丁酉字) · 한구자(韓構字) · 정리자(整理字)와 인쇄 도구, 그리고 책판 등이 모두 소실되었다. 이듬해인 1858년에 한구자 · 정리자를 다시 주조하고, 교서관에 두었던 임진자(壬辰字)와 함께 한말(韓末)까지 인쇄에 사용하였다. 이들 활자를 비롯한 그밖의 활자 일부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래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와 같이 주자소에서 ‘응당 수행하여야 할 시행규칙’을 기록한 책이 바로 『주자소응행절목』이다. 이 책은 ‘필사본 1권 1책’으로, 절목(節目)의 작성 일자는 ‘甲戌七月(1814년 7월)’로 기입되어 있지만, 그 내용은 ‘1832년 9월’까지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의 표제(標題)는 ‘판당고(板堂考)’라 기록되어 있으며,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주자소응행절목』의 내용은 절목과 함께 주자소 내에 보관하고 있는 ①활자, ②책판(冊板), ③책우리(冊亐里), ④주자곡(鑄字穀), ⑤용기[用器, 器用], ⑥계유년(1813) 인쇄 때 새로 준비한 용기[癸酉印役時新備器用], ⑦항식(恒式), ⑧내책자(內冊子), ⑨수원 외탕고에서 올라온 책자[原外帑庫上來冊子], ⑩각종지지실수(各種紙地實數) 등의 주제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주제 중 ‘습지판’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⑤용기, ⑥계유[년] 인쇄 작업 때 새로 준비한 용기, ⑩각종지지실수’ 항목이 특히 주목된다. 지지실수 항목에는, 간인(刊印)에 사용할 각종 종이를 실제로 보관하고 있는 권(卷) · 장(張)의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아래에는 ‘내입(內入), 별치대용(別置貸用), 상환(相換)’ 등을 주기하고 있다.

위 ⑤‘용기’ 항목에는, 생생자(生生字) · 정리자(整理字) 등 각 활자를 유별로 보관하기 위한 장(欌) · 궤(樻), 책판을 보관하기 위한 궤(樻) · 갑(匣) 등을 비롯하여 각종 인쇄물품(印刷物品) 및 본소(本所)에 비치된 물품의 목록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총 ‘60목의 물품’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 활자본의 인쇄 때 부수적으로 활용되는 “..., 단족 장책상(短足長冊床) 2좌(貳坐), 소책상(小冊床) 4좌(肆坐), 습지판(濕紙板) 3립(參立), 묵석(墨石) 10좌(拾坐), ..., 수통(水桶) 1좌(壹坐), ...” 등의 기록에서 ‘습지판’이 확인된다.

또한, ⑥계유년(1813) 인쇄 때 새로 준비한 용기 항목은 ‘1813년도(癸酉)에 인쇄 업무를 수행할 때, 새로 준비한 물품[物品, 用器]’에 관한 기록인데, 여기에서도 “..., 수통(水桶) 1좌(壹坐), ... 습지판(濕紙板) 2좌(貳坐), 습지기(濕紙器) 5립(伍立), 책탁자(冊卓子) 2좌(貳坐), 책등상(冊登床) 1좌(壹坐), ... ”의 기록이 있어 여기서 ‘습지판’을 확인할 수 있다.

습지판과 습지기의 기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자소에서 활자본을 인쇄할 때, 조판된 활자판인 인판(印版) 위에 먹을 칠하고, 위 ⑩각종지지실수에 제시된 바와 같은 미리 준비된 종이들을 인판 위에 바로 놓고 인쇄할 경우, 그 인쇄의 효과가 좋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신축성(伸縮性)이 탁월한 한지 섬유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주자소에 미리 준비된 건조한 상태의 종이에 어느 정도의 습기를 부여하면 한지 섬유가 잘 늘어나는 특성을 살려주기 위하여, 습지판과 습지기를 동원한다. 건조한 상태인 종이를 ‘습지판’ 위에 놓고, 습지기를 활용하여 한지가 일정한 정도의 습기를 머금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이같이 습기를 머금어 잘 늘어난 습지는 조판된 각 활자의 상세한 글씨 윤곽을 모두 충분히 재현할 수 있는 정도로 활자면(活字面)을 잘 감싸주는 기능을 발휘한다. 습지를 활용한 활자본 인쇄는 그 인쇄의 정밀성과 효율성이 매우 뛰어나다. 이는 한지의 특성상, 습기를 살짝 머금은 한지 섬유의 신축성이 탁월한 점을 착안 · 활용하여 습지판 작업을 활자본 인쇄에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습지판은 습지기와 함께, 주자소에서 활자본을 인쇄할 때 주자소에 이미 마련되어 있는 건조한 종이에 일정 수준의 습기를 부여하기 위하여 마련된 장치이다. 습지판과 습지기를 활용하여 만들어지는 습기를 머금은 한지는 인판에 조판된 각 활자의 글자 윤곽을 더욱 정밀하게 인쇄하는 효과가 있다.

참고문헌

원전

『鑄字所應行節目(주자소응행절목)』

논문

藤田亮策, 「鑄字所應行節目に就きて」(『書物同好會會報』 11, 書物同好會報會, 1941)
유대군, 「주자소 설립에 관한 몇 가지 문제」(『한국문학연구』 25, 동국대학교 한국문학연구소, 2002)

인터넷 자료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
집필자
김성수(청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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