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본(原刻本)은 가장 처음에 새긴 목판으로 찍은 판본을 가리킨다. 이에 비해 번각본은 원각본의 목판이 소실된 뒤, 남아 있는 원각본을 목판으로 다시 조성하여 찍은 판본이다. 책을 다시 찍을 때 원본이 되는 판각본을 가리킨다. 글씨를 목판에 새겨 인쇄하는 것은 초간본(初刊本)과 같이 서사자(書寫者)가 직접 글씨를 쓴 원고를 판각하는 경우와 기존의 인쇄본을 다시 판각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이때 서사자가 쓴 원고는 등재본(登梓本)이라 하고, 기존의 판각본을 다시 판각하는 경우 그 원본을 원각본(原刻本)이라 한다. 후인본(後印本)은 원각본의 목판을 수정하거나 보수하여 찍어낸 판본이다. 따라서 원각본에 가까운 것은 번각본보다는 후인본이지만, 번각본도 원각본을 저본으로 삼은 판본이다.
가령 중수본(重修本)으로 알려진 간경도감에서 편찬한 『교장(敎藏)』 일부가 원각본의 목판을 일부 고쳐서 찍은 후인본이라고 알려져 있다. 중수본이 원각본의 목판을 수정하여 인출한 후인본으로 여겨지다가, 번각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나 간경도감에서 중수된 다수의 판본이 원각본의 목판에 대해 보각과 보판을 거쳐 인출된 판본으로 확인된다. 보각(補刻)은 원각본의 목판을 부분적으로 수리하는 것이고, 보판(補板)은 목판 자체를 교체하는 것이다. 이렇게 원각본의 목판이 새로 수정될 때 매목(埋木)이 활용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원각본에 없던 다른 서체가 후인본에 등장하게 된다. 가령 보물 제90호 순천 송광사 『대반열반경소(大般涅槃經疏)』 권9의 경우 13장과 14장이 다른 서체로 되어 있다. 이는 원각본과 후인본의 차이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러한 후인본들도 원각본에 준하는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