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본의 조판은 저술의 등재본을 새기는 것이다. 등재본은 목판본을 만들기 위한 최종 사본(寫本)을 말한다. 목판본은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원고(原稿)를 출판된 모양과 같도록 정서(精書)하여 등재본을 만들어, 이를 나무판에 뒤집어 붙이고 종이를 얇게 벗겨내 밀랍을 발라 앞면의 글자가 비치게 한 것을 각수(刻手)가 목판에 글씨나 그림 및 부호 등을 새긴 후에 먹을 바르고 종이를 붙이고 문질러 찍어낸 책을 말한다.
목판본을 간행할 때는 과정마다 특수한 능력을 가진 다양한 기술자가 참여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책의 저술과 원고의 정리에 이어 목판을 새기고 찍어내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책의 서문 및 발문 그리고 권말(卷末)에 간인(刊印)에 참여하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의 정보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이러한 역할 분담을 잘 보여주는 자료가 불경(佛經)인데, 불경의 권말 부분은 간행 기록과 함께 일에 참여한 사람들의 역할과 인명을 자세하게 수록하고 있다.
간행 업무는 서사자(書寫者), 각수(刻手), 교정자(校正者)와 기타 참여자들이 나누어 맡는다. 서사자는 책을 간행할 때 판각용 등재본을 쓰는 사람으로 책의 권말 기록이나 서문에서 서(書) 또는 사(寫)로 표기하며, 통상적으로 1명이 담당한다. 각수들은 서사자가 쓴 등재본을 나무에 붙이고 그대로 새겨내는 작업을 한다. 판각은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주로 전문 각수들이 담당하였다. 각수에 대한 기록은 보통 책의 권말에 새기지만 판심(版心)이나 변란(邊欄) 밖에 각수명(刻手名)을 새기기도 하였다. 목판본은 목판 표면에 한지를 대고 먹이 묻은 솜방망이로 문질러 인쇄한 후 반으로 접어서 묶어 완성하는데, 이때 반으로 접히는 중심부를 판심(版心)이라고 한다. 변란은 목판의 둘레에 직사각형으로 된 네 귀퉁이의 테두리를 가리키며 광곽(匡廓)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