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판고』는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규장각의 대교(待敎)로 있을 때, 정조의 명으로 1796년(정조 20)에 전국(全國)에서 개판(開板)된 책판(冊板)을 조사하고 해제(解題)하여 편찬한 전국의 누판 해제 목록이다. 『누판고』의 범례에는, 1778년(정조 2)에 정조가 각 도에서 공적, 사적으로 간행된 책판을 기록하여 올리라는 유시(諭示)를 내려 중앙 관서와 8도의 관아를 비롯하여 서원 · 사찰 · 사가에서 올라온 판본을 규장각에서 책판의 보존 여부를 조사하고 주제별로 분류시켜 1796년(정조 20)에 완성하였다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으로 우리나라의 인쇄 업무는 오랫동안 침체되었으나 17세기 후반 무렵부터 각도의 지방 관서에서 다시 판각이 시작되어 18세기 초까지 적지 않은 수의 책판이 새겨졌다. 영조대와 정조대에는 『삼남책판목록(三南冊版目錄)』, 『오거서록(五車書錄)』등의 책판 목록이 있었는데, 『누판고』에는 이러한 책판 목록집 중에서도 중앙 및 지방의 공사장판(公私藏板)을 포괄적으로 조사하고 상세히 기록하였다.
『누판고』의 목차는 권1 「어찬(御撰)」, 「어정(御定)」, 권2 경부(經部), 권3 사부(史部), 권4 자부(子部) 상(上), 권5 자부(子部) 하(下), 권6 집부(集部) 상(上), 권7 집부(集部) 하(下) 총 7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판고』는 서명과 권수를 기록하고 찬자, 관직, 간단한 해제, 소장처 및 책판의 흠집 유무, 그리고 인쇄하는 데 필요한 인지(印紙)의 수 등을 기록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누판고』의 자부(子部) 부분 중 역어류(譯語類)가 있는 것은 중국의 서목(書目) 분류와는 다른 점으로, 조선의 실정에 맞게 청어(淸語), 몽어(蒙語), 왜어(倭語) 등의 역어류를 신설하여 서목을 분류한 것이다. 그리고 술수류(術數類)를 세분하여 감여지속(堪輿之屬), 점서지속(占筮之屬), 명서지속(命書之屬), 음양오행지속(陰陽五行之屬)으로 분류하였는데, 이 또한 『누판고』에서만 보이는 분류상의 특징이다.
『누판고』는 정조 전후 전국에서 판각된 책판에 대한 서지 자료로, 조선조(朝鮮朝) 후기의 목판본을 조사 연구하는 데 신빙성이 있으며 편성 체재가 잘 갖추어져 있는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