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판(粉板)은 네모난 나무판 위에 하얀 석횟가루를 기름과 아교에 개어 발라 만든 것으로, 종이 대신 사용하였다. 글씨를 쓰고 지우는 용도로 제작되었다. 크기는 다양하며, 책판처럼 마구리를 붙여 만들기도 하였다. 네모난 나무판 대신에 종이로 만든 것은 분첩(粉貼)이라 한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종이는 매우 귀한 물품이었다. 붓에 물을 묻혀 분판 위에 글씨를 쓰면 붓이 지나간 자국이 약간 회색빛을 띠어 종이에 먹으로 글씨를 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글씨를 쓰고 나서 조금 지나면 표면의 물이 말라 글씨가 사라지게 되고, 그 위에 다시 글씨를 쓸 수 있다. 또한 글씨를 지울 때는 곡초를 태운 회(灰)를 사용한다. 주로 아동의 글씨 연습용으로 사용되었으며, 책을 간행할 때에도 활용되었다.
특히 조선에서 왕조실록을 간행할 때 분판등록청(粉板謄錄廳)을 두어 분판에 글씨를 쓰는 관원을 별도로 관리하였으며, 이때 쓰는 분판은 넓고 두꺼운 판자[廣厚板]에 가칠장(假漆匠, 목재에 바탕칠을 하는 장인)이 진분(眞粉, 백색계열 안료), 들기름[法油], 정분(丁粉, 백색 안료로 조개껍질을 원료로 삼음), 황단(黃丹, 납을 가공하여 산출한 산화연으로 황단을 만드는 황단장이 있었음), 백반(白磻, 황산염), 무명석(無名石, 이산화망간), 아교(阿膠, 젤라틴) 등을 배합하여 발랐다. 한편, 사헌부 · 사간원의 관원을 부를 때에는 명패를 쓰고 홍문관 관원을 부를 때에는 분판패(粉版牌)를 사용하였는데, 영조 때 왕명으로 모두 명패를 쓰게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