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합동출판 ()

만화
사건
1967년, 만화시장의 창작과 유통을 독과점한 합동문화사의 전횡에 반발한 다수의 만화가와 출판사들이 반합동 출판 움직임을 펼친 사건.
사건/사건·사고
발생 시기
1967년
발생 원인
합동문화사의 독과점 유통과 전횡
관련 단체
황소문고|대지문고|땡이문고|거인문고
관련 인물
임창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반합동출판은 1967년 만화시장의 창작과 유통을 독과점한 합동문화사의 전횡에 반발한 다수의 만화가와 출판사들이 반합동출판 움직임을 펼친 사건이다. 1968년 ‘대지문고’, 1969년 ‘국제문고’, ‘용씨리즈’, ‘땡이문고’를 설립했으나 합동의 집요한 와해 공작으로 얼마 가지 못해 흡수되거나 해체된다. 1975년 경, 다시 반합동출판 움직임이 시도된다. ‘거인문고’, ‘작가씨리즈’를 비롯해 ‘현대’, ‘동진사’, ‘화문각’ 등 군소 출판사가 세워졌지만 역시 합동의 훼방으로 많은 피해를 입는다.

키워드
정의
1967년, 만화시장의 창작과 유통을 독과점한 합동문화사의 전횡에 반발한 다수의 만화가와 출판사들이 반합동 출판 움직임을 펼친 사건.
발단

1967년 7월 합동문화사[회장 이영래]가 만화출판계의 최대 생산 · 유통업계로 등장하고, 장기간 만화계를 독점하자 그 폐해가 심각해졌다. 합동 측은 작가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최고 원고료와 최저 원고료를 정했으며, 작가가 그려야 할 작품 권수도 지정했다. 작가들은 합동이 제시하는 조건대로만 창작해야 했다. 또 만화 원고의 소유권과 판권을 쥐고 작가에 반환하지 않았다. 이러한 합동의 전횡과 독점 체제에 균열을 내고자 다수의 만화 작가와 출판사가 대항 출판 · 유통 체제구축을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경과 및 결과

반합동출판의 움직임은 1967년 말부터 시작됐다. 만화연구자 손상익에 따르면, 1967년 말에서 1968년 초에 박봉희를 중심으로 부엉이문고의 작가 박현석과 김기량이 서울 약수동에서 ‘황소문고’를 설립한다는 것이 이 계획의 골자였으나, 작가 김경언의 미진한 대응로 말미암아 결국 불발에 그친다.

1968년 합동과 싸우고 나온 작가와 쫒겨난 작가들이 모여 자본가 김길용을 대표로 하는 ‘대지문고’를 설립한다. 만화가 임창이 가세해 합동에서 쫒겨난 총판업체[대본업자]를 규합하는 등 합동의 독점에 제동을 걸고자 했다. 그러나 합동에서 대지문고로 넘어온 작가 중 병역을 기피한 젊은 만화가들을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하거나, ‘한국아동만화자율회’ 위원을 매수해 대지문고에서 출판할 책의 사전심의를 방해하거나, 책값을 내려 판매 경쟁을 부추기는 등 합동 측의 다양한 공작으로 설립 8개월 만에 문을 닫고 합동에 흡수된다.

1969년 충무로의 유력 인쇄소인 제일정판사 사장 김창용을 대표로 하는 ‘국제문고’가 설립된다. 국제문고는 대지문고에 관계했던 사람들과 인쇄 시설은 물론 사진, 제본까지 만화책을 일괄 생산해 낼 수 있는 탄탄한 모양새를 갖추고 출발하였다. 하지만 원고 300개가 도난당하는 등 역시 합동의 방해로 1년 반을 넘기지 못하고 1970년 하반기에 와해되고 만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이재화, 김정파, 박현석, 김기율 등이 합동에 반발하는 ‘용씨리즈’ 만화를 내고 서울 을지로 3가에 사무실을 낸다. 그러나 용씨리즈 역시 합동 측이 총판을 동원해 은밀한 판매 통제를 가하자 얼마 못 가 해체된다.

1969년에는 임창이 향원, 박부길 등과 함께 '땡이문고'를 설립하지만 이 역시 합동의 집요한 와해 공작으로 해체, 흡수되는 전례를 따른다.

1971년에는 『한국일보』의 소년한국일보사[사장 장강재]가 만화출판을 시작한다. 하지만 합동의 독점 체제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합동출판사’와 ‘ 소년 한국도서’ 양강 구도로 재편된 것에 불과했다. 1975년 경, 이러한 흐름에 대항하여 ‘반합동출판’ 움직임이 재점화된다. 먼저 1974년 임창은 또 한차례 ‘땡이문고’[사장 박봉희]를 만들고, 향원, 이상무, 김민, 허영만, 김영하, 김철호 등을 작가 출판 형태로 끌어들이고 출판사명를 ‘거인문고’[1975년]로 개명한다. 또 ‘현대’[대표 유덕수], ‘동진사’[대표 하영조], ‘화문각’[대표 유동근] 등 군소 출판사가 출현하여 지방 총판을 돌며 ‘세트제 강매제도 폐지를 통해 합동을 타도하자’는 반합동 여론을 형성한다. 그러나 세 출판사는 갑자기 세무사찰을 당하고, 거인문고는 보관중이던 작가의 만화원고를 합동 측에 의해 절취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무렵 이영복, 이행남, 김완기, 백일석, 호민, 천광석, 정훈, 태수, 신문수, 이화춘 등이 ‘제3진 작가’ 그룹을 표방하며 ‘작가씨리즈’를 설립한다. 이곳에서는 대본업소에에 게시할 포스터까지 제작했는데, 반합동 기조로 ‘만화계의 일대 혁신!’, ‘자유판매 보장만이 우량만화 배출한다’라는 등의 구호를 넣었다.

한편 1976년 한국만화가협회[회장 박기당]에서는 『만협소식』 1, 2호에 연달아 「만협 부조리에 대한 고찰」을 발표한다. 임창은 월간 『뿌리깊은 나무』 1976년 10월호에 합동의 만행을 고발하는 글 「더러운 어린이 만화 장사」를 발표한다. 월간 교양지 『세대(世代)』 1976년 11월호에 언론인 오소백이 「흙바람속의 아동만화계」라는 기사를 실어 불합리한 합동출판사의 독점 운영 실태를 집중 조명한다. 같은 해 다수의 만화작가와 2만여 명의 영세 대본업자들이 연대 서명하여 ‘악덕 재벌 출판업자들의 강압과 횡포에서 구제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와 ‘호소문’을 청와대 등에 제출한다.

1982년 ‘합동출판사’와 ‘소년 한국도서’의 공동 체제가 무너지고, ‘삼현출판사’[대표 박봉희], ‘프린스’[대표 정병현], ‘새동무’[대표 소동석], ‘진송문고’[대표 최진식], ‘성심’[대표 조한구] 등 군소 출판사들이 연합하여 만든 ‘연합친목회’가 합동 대신 소년한국도서와 공동 판매에 들어가며 독점 체제에 균열이 생긴다. 1986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산하에 한국만화출판인협회가 발족되고 초대 박봉희 회장이 취임하면서 합동의 독점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고 만화 출판 · 유통은 비로소 자율경쟁 시대를 맞이한다.

평가 및 의의

독과점 체제를 갖춘 ‘합동’의 지난한 횡포에도 작가들이 꾸준히 저항하였고, 이를 와해하기 위해 대항 출판사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합동’에 대한 저항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지만, 거대 자본의 독점에 문제의식을 갖고 주체적인 활동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는 점에서 만화사적으로 매우 가치있고 기록되어야 할 활동으로 높이 평가된다.

참고문헌

원전

임창, 「더러운 어린이 만화 장사」(『뿌리깊은 나무』, 1976. 10.)
오소백, 「흙바람속의 아동만화계」(『세대(世代)』, 1976. 11.)

단행본

김소원 외, 『2022 한국만화박물관 소장자료 연구: 1966~1969년 자료를 중심으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22)
장상용, 『장상용의 만화와 시대정신 1960-1979』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13)
손상익, 『(개정판) 한국만화통사(하)』 (시공사, 1999)
최열, 『한국만화의 역사』 (열화당,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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