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 하 2권 1책. 목판본(경주부 중간본, 1664년) · 활자본(조선고서간행회, 1921년) · 필사본 등이 전한다. 표지는 새로 개장한 것으로 오염된 부분이 일부 있으며, 모서리 일부에는 보충하여 고친[修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1474년에 쓴 강희맹(姜希孟)의 서(序)를 비롯하여 최숙정(崔淑精)의 서와 김수온(金守溫)의 서동인시화후(書東人詩話後), 이필영(李必榮)의 발(跋)이 수록되어 있다. 후미에 ‘경주부중간’이라는 간기가 있다.
1980년 경문사(景文社)에서 1책으로 영인하여 간행하였고, 장재한(張在釬)의 해제가 있다.
총 143편으로 되어 있다. 강희맹은 서문에서 “문사의 아름다움만 취했을 뿐만 아니라, 세교(世敎) 유지를 근본으로 삼았으니 그 노력이 대단하다”고 하여, 그 대의가 ‘세교’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글은 도(道)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문학관과 문학사적인 기술도 간결하게 들어 있다.
용사(用事)에 대한 언급도 많이 보이는데, 특히 뜻을 그대로 사용하는 직용(直用)과 뜻을 반대로 사용하는 반용(反用)으로 용사의 종류를 분류하였다. 그리고 용사는 반드시 출처가 분명하여야 하며 흔적이 없이 이루어져야 좋은 작품으로 선정하였고, 솜씨가 서툴고 도습(蹈襲)한 작품은 ‘지붕 밑의 집(屋下架屋)’이라고 최하위의 작품으로 처리하였다.
시의 품평에 있어서는 비교문학적인 방법으로 중국의 작품과 비교하였고, 중국에 못지 않다는 탈모화사상(脫慕華思想)의 태도를 많은 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최치원 · 박인범 · 박인량 · 이규보 등의 작품이 뛰어나다고 하였으며, 당 · 송의 작품과 비견하여도 하나도 손색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비평의 기준을 기상(氣像)의 정도에 역점을 둔 것이다.
선인(先人)의 시문 격식을 취하여 더 새로운 기축(機軸)을 따로 열어 고인의 작의보다 훌륭하게 짓는 것을 ‘점화(點化)’ 또는 ‘장점(粧點)’이라 하고, 관련된 작품을 구체적으로 예시하였다. 그리고 번안법(飜案法)이라는 새로운 시작법을 제시하였다.
대구(對句)나 시어의 의미를 분석하였고, 이 밖에 요체(拗體)와 악부(樂府)의 특성 및 압운(押韻)의 자율성 등 시의 수사적인 면도 다루었다.
시인들이 자신의 시에 대하여 지나치게 자부하고 있음을 통렬히 논박하였는데, 그 체재가 엄정하고 정확하다.
기(氣)를 중심으로 한 문기론(文氣論)과 용사론(用事論)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본서는 신라의 최치원(崔致遠) · 박인범(朴仁範)에서부터 고려의 박인량(朴寅亮) · 이규보(李奎報) · 최해(崔瀣) · 이제현(李齊賢) · 이숭인(李崇仁) · 이인로(李仁老) · 정지상(鄭知常) · 김구경(金久冏) · 정이오(鄭以吾) · 오순(吳洵) · 김지대(金之岱) · 진화(陳澕) · 정포(鄭誧),
조선 초기 권근(權近) · 최항(崔恒) · 변계량(卞季良) 등 우리나라의 시와 시인을 중심으로 엮은 최초의 순수시화집으로서 문학사적인 가치가 크며, 조선 비평문학의 남상(濫觴:대하(大河)도 그 근원은 잔을 띄울 정도의 작은 물이라는 비유에서 유래된 것으로, 사물의 맨 처음을 이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조선에 들어와서 한동안 시화집이 없다가 서거정에 의해서 전문적인 시화집이 나왔다는 것은 우리의 비평사를 위하여 큰 수확이며, 서거정의 비평가 내지는 문학연구자로서의 혜안이 빛나고 있는 조선의 비평문학의 장을 열어준 시화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