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44㎝, 가로 62.6㎝. 일본 센소사(淺草寺) 소장. 고려시대 양류관음도 가운데 구도와 형태에서 특이한 그림이다.
화면의 중심에 관음보살이 서 있고, 그 주위를 버들잎 모양의 광배가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발 아래에는 평평한 암반과 연이어 연못이 길게 놓여 있고, 반대쪽 왼편 모서리에는 보살을 우러러보는 선재동자(善財童子 : 求道의 보살 이름)가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대각선 구도는 다른 양류관음과 비슷하다. 하지만 버들잎 속에 서 있는 입상이나 화면 오른쪽의 절벽과 쌍죽(雙竹)이 없어지고 버들잎 광배가 화면의 중심을 압도하는 구도는 이 상의 독특한 특징인 것이다.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고, 왼쪽 모서리의 선재동자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입상 형태는 일본 시라쓰루미술관(白鶴美術館)이나 동경국립박물관 소장 아미타삼존도 같은 불화들의 관음보살입상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동경국립박물관이나 구세아타미미술관(救世熱海美術館) 소장 아미타삼존도의 관음보살입상과는 자세나 형태, 천의와 장신구 그리고 버들개지와 정병을 든 인상(印相)까지 비슷한 것이 주목된다.
이 보살의 풍만한 얼굴은 1323년 서구방(徐九方)이 그린 양류관음도 얼굴보다는 좀더 온화한 표정이다. 오히려 1310년(충선왕 2년) 김우문(金祐文) 등이 그린 양류관음도와 유사한 편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된 어깨의 곡선이나 완만한 굴곡을 이루는 신체의 흐름 등과 함께 오른쪽으로 휘어진 날씬한 자태는 당시 왕공 귀족의 기품 있는 모습을 연상할 만큼 뛰어난 것이다.
여기에 투명한 흰 사라의 기품이나 꽃무늬가 화려하게 수놓인 엷고 은은한 천의의 금선과 흰 선의 강렬한 대비 등은 어두운 갈색 바탕색에 훨씬 돋보이고 있다. ‘海東癡衲慧虛筆(해동치납혜허필)’이라는 화기가 있어 혜허가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불화 양식으로 보아 1320년보다는 앞서는 1310년 또는 1300년을 전후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