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은 1206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 주1은 김씨이고, 이름은 견명(見明), 자(字)는 회연(晦然)이었으나, 후에 일연(一然)으로 바꾸었다. 1260년 간행된 『중편조동오위』에서는 회연이라 하였으므로, 일연으로 자를 바꾼 시기는 1260년 이후가 된다. 9살에 무량사(無量寺)에서 공부하였고, 1219년 진전장로(陳田長老) 대웅(大雄)에게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1227년 승과에 급제하였고, 1249년 상국(相國) 정안(鄭晏)이 남해(南海)의 주2를 주3 만든 정림사(定林寺) 주지로 초청되어 머물렀는데, 1259년에는 대선사(大禪師)로 주4. 이 시기 주5 조성에도 참여한 것으로 보이며 『중편조동오위』를 편찬, 간행하였다. 1261년 강화도 선월사(禪月社)의 주지가 되었다. 1264년부터는 남쪽으로 내려가 오어사, 인흥사 등에 주석하였고, 1278년 주6에 책봉되었고, 1284년부터는 하산소인 인각사에 머물다 1289년 입적하였다. 인각사에는 왕명으로 주7과 비석이 조성되었다. 인각사의 일연비에 의하면 일연의 저술로 『어록(語錄)』 2권 · 『게송잡저(偈頌雜著)』 3권이 있고, 『중편조동오위(重編曺洞五位)』 2권, 『조파도(祖派圖)』 2권, 『대장수지록(大藏須知錄)』 3권, 『제승법수(諸乘法數)』 7권, 『조정사원(祖庭事菀)』 30권, 『선문염송사원(禪門拈頌事菀)』 30권 등 100여 권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삼국유사』와 『중편조동오위』가 남아 있다.
『중편조동오위』는 일연이 자(字)를 회연(晦然)에서 일연(一然)으로 개명하기 이전에 편찬한 것으로, 『조동오위』에 대한 여러 주석을 정리한 뒤 자신의 의견을 추가하였다. 『조동오위』는 주8을 개창한 주9의 저술에 조산본적(曹山本寂)이 주석을 더하여 유포하여 조동종의 기본서가 된 책이다. 일연이 『중편조동오위』를 편찬하게 된 경위는 1260년 봉소헌(鳳笑軒)에서 쓴 주10에 자세하게 밝혀져 있다. 일연은 서문에서 중국이 당의 동산양개, 조산본적 등이 나와 조동종이 교세를 떨쳤으나 해동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신라에도 20여명의 조동종 승려들이 있었다고 하였다. 한편, 고려에는 혜하(慧霞)가 편집하고, 광휘(廣輝)가 해석을 붙인 주11이 유통되었으나 글의 맥락이 뒤섞여 있어 보법선사(普法禪師) 노겸(老謙), 즉 지겸(志謙, 1144~1229)이 송나라 판본을 구해 동산과 조산의 흩어진 글을 다시 모으고 소산(疏山)과 말산(末山) 두 승려의 어결(語訣)을 합편하여 주19. 일연이 읽은 것은 바로 지겸이 새로 합편하여 중간한 『조동오위』로, 일연 이전에도 이미 고려의 불교계에서는 『조동오위』가 간행되어 유통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일연이 보기에는 지겸이 중간한 『조동오위』 역시 오류가 많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소융(小融) 즉 수선사 3세 사주인 몽여(夢如)를 만나 이 문제를 이야기하며 서로 공감했고, 1256년 륜산(輪山, 경상남도 남해) 길상암(吉祥庵)에 머물던 중 새로 판본을 만들었다. 이때 일연은 주12를 삽입하여 넣었고 1260년 2권으로 구성한 『중편조동오위』를 목판에 새겨 간행하였다. 이후 고려나 조선에서의 『중편조동오위』의 유통은 확인되는 바가 없고, 현재까지는 국내에서 발견된 판본도 없다. 다만 1680년 일본에서 간행되어 조동종의 오위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서적으로 인식되었다.
1680년 일본에서 간행된 교토대학 소장본을 주13으로 하고 있는데, 일연의 구성과는 달리 상, 중, 하의 3권으로 간행되었다. 맨 앞에는 1260년 일연의 주14, 혜하와 광휘의 서문이 각각 있다. 상권은 동산양개의 ‘오위현결(五位顯訣)’ 여러 단락으로 나눈 뒤 혜하의 간(揀), 광휘(廣輝)의 석(釋)의 주석이 붙어 있다. 중권은 송나라 굉지정각(宏智正覺)의 ‘천동사차송(天童四借頌)’, 자연(自然)의 ‘오위보협론(五位寶篋論)’ 등이 수록되어 있다. 하권에는 보법노겸(普法老謙), 즉 지겸의 ‘동산삼구(洞山三句)’와 조산본적의 ‘삼종타(三種墮)’. ‘사종이류(四種異類)’등이 수록되어 있다. 일연은 18개 항목에 걸쳐 자기의 견해를 ‘보왈(補曰)’의 형태로 남겼는데, 전거를 들어 고증하거나 보충 설명을 하기도 하고, 단순 교감이나 용어 설명을 하는 등 다양한 내용을 보충하였다.
13세기 고려 불교는 주16의 간화 선풍이 성행하고 있었으나, 주15이나 조동종 같은 다양한 선풍도 풍미하고 있었다. 일연의 『중편조동오위』 편찬과 간행 과정은 일연 개인의 사상 뿐만아니라 13세기 고려 불교가 다양한 선풍을 폭넓게 수용하던 분위기, 그리고 일연과 수선사의 교류 등 13세기 고려 선종 이해에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중편조동오위』는 송대 『조동오위』가 편찬된 이후 13세기까지의 『조동오위』에 대한 중요한 주석을 정리 및 보완하였을 뿐만 아니라 17세기 일본에서 간행 및 유통되며 조도종의 주17 사상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선 주18 및 선서의 유통을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