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1책. 목판본.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과 동국대학교 도서관 등에 있다.
이 책을 지은 체원의 법호는 향여(向如)이고 각해대사(覺海大師)라는 시호를 받았다. 고려 후기에 관음신앙을 사상적으로 집대성하였다. 고려 후기의 관료 문인 경주 이씨 이진(李瑱, 12441321)의 아들이고, 고려 말의 대표적인 지식인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의 형이다. 성주 법수사(法水寺) 주지, 1324년 고령 반룡사(盤龍寺) 주법(主法), 경주 동천사(東泉寺) 주지, 1338년 양가도승통(兩街都僧統) 등을 맡았다. 이 책 외에도 의상의 발원문으로 전해지는 『백화도량발원문(白花道場發願文)』에 대한 주석서인 『백화도량발원문약해(白花道場發願文略解)』를 지었다.
『화엄경관자재보살소설법문별행소』는 고려 후기 승려 체원(體元, 미상)이 60권본과 80권본 『화엄경』 가운데 가장 마지막 품(品)인 「입법계품(入法界品)」에 해당하는 40권본 『화엄경』에 등장하는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의 법문(法門)에 대한 당나라 징관(澄觀)과 종밀(宗密)의 주석을 모으고 자신의 해석을 덧붙인 불교 주석서이다. 2권 1책으로 ‘해동사문체원록소주경병집약해(海東沙門體元錄疏注經幷集略解)’라고도 한다. 40권본 『화엄경』에서 선재동자(善財童子)가 53 선지식(善知識)을 역방(歷訪)하던 중 28번째로 만나는 관자재보살의 법문에 대하여, 당나라 징관이 지은 소(疏)인 『정원신역화엄경소(貞元新譯華嚴經疏)』를 모으고 체원이 이에 대해 간략한 해석을 가한 것이다. 체원은 이 문헌을 간행한 이후 독송용 판본으로 과목(科目)과 본문만 수록한 『화엄경관음지식품』을 별도로 간행하기도 했다. 원판본은 해인사 사간장경(寺刊藏經) 안에 보전되어 있다. 간기(刊記)는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1334년(충숙왕 복위 3) 계림부에서 간행한 『 백화도량발원문』과 같이 조판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화엄경』의 세 가지 한역본을 해설하여,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논하였다. 이어서 선재동자가 관자재보살을 만나는 장면을 해설하였다. 다음에는 관세음보살의 대비법문(大悲法門)을 해설하였는데, 그 자비의 근원은 ‘일체중생을 평등하게 교화하여 그들을 용납하고 조복받기 위함[平等敎化 一切衆生 攝受調伏].’이라고 설명하였다. 대비행(大悲行)이란 중생업을 드러내어 그들의 두려움을 없애는 방편이기 때문에 보문(普門)과 대비는 상통하는 뜻이라고 보았다. 이어서 중생들이 갖는 여덟 가지 고통과 그 원인에 대하여 상세히 언급하였다. 두려움의 종류를 20가지로 열거하고 그 불안의 원인과 초극(超克)에 관한 실천적 수행을 설명하였으며,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는 발원회향(發願廻向)의 의의를 논하면서 관세음보살의 불가사의와 위신력(威神力)을 설명하였다.
이 책은 고려 시대 관음신앙의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자료이다. 징관의 학설을 원용하면서 주로 신행(信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화엄종에 속해 있던 승려였던 만큼, 화엄종과 관음신앙의 관계도 이해하게 한다. 다만 단순한 영험전(靈驗傳)과는 달리 매우 교학적으로 세련된 법수(法數) 풀이와 철학적 사색의 흔적이 강하게 나타나는 점이 주목된다. 이것은 고려 시대의 관음신앙이 주술적인 의타주의로 흐르지 않았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또 신라 · 고려를 거쳐 우리나라의 불교 신행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신앙이 관음신앙이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