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행도 팔첩병은 정조가 사도세자의 묘소에 참배하기 위해 화성에 행차했을 때 행사를 그린 궁중행사도이다. 정조는 1795년에 생부 사도세자의 묘소에서 제사를 지냈다. 이 그림은 당시 8일간 행사의 주요 장면을 8첩에 그린 것이다. 팔첩병은 오른쪽부터 화성성묘전배도·낙남헌방방도·봉수당진찬도·낙남헌양로연도 순이다. 또 이어서 서장대야조도·득중정어사도·환어행렬도·한강주교환어도로 배열되어 있다. 이 그림은 당대 최고의 화가 김득신, 장한종 등 7명의 화원이 그렸다. 다양한 구도, 섬세한 표현, 우수한 필치가 구사된 작품으로 평가된다.
1795년은 정조의 생부 사도세자의 탄신 60주년이 되는 해이며 생모 혜경궁홍씨(惠慶宮洪氏, 1735-1805)가 회갑이 된 해이다. 정조는 이를 기념하여 어머니를 모시고 화성행궁(華城行宮)에서 회갑연을 치르고 부친의 묘소 현륭원(顯隆園)에 제사를 지냈다. 이 행사는 임시로 조직된 정리소(整理所)에서 담당하였으며 그 전모는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로 출간되었다. 행사를 모두 마친 뒤 주요 장면을 8첩의 병풍에 그려 혜경궁에게 바치고 궁중에도 들였으며 정리소의 책임자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화성행행도팔첩병」은 궁중에 들인 내입도병(內入圖屛)이나 당상(堂上) 및 낭청(郎廳)에게 분상한 병풍으로 그려진 것이다.
「화성행행도팔첩병」의 그림은 오른쪽 제1폭부터 화성의 문선왕묘(文宣王廟)에서 치러진 알성의(謁聖儀)를 그린 「화성성묘전배도(華城聖廟展拜圖)」, 화성 · 광주 · 시흥 · 과천의 유생들을 대상으로 치른 문무과 정시별시(庭試別試)의 합격자 발표 광경을 그린 「낙남헌방방도(落南軒放榜圖)」, 화성행궁의 봉수당에서 거행된 진찬례를 그린 「봉수당진찬도(奉壽堂進饌圖)」, 수원부 노인을 초대하여 낙남헌에서 베푼 양로연을 그린 「낙남헌양로연도(落南軒養老宴圖)」, 화성 성곽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서장대에서 밤에 군사 조련하는 장면을 그린 「서장대야조도(西將臺夜操圖)」, 화성행궁의 득중정에서 정조가 활쏘기를 하고 혜경궁과 함께 불꽃놀이를 즐겼던 장면을 그린 「득중정어사도(得中亭御射圖)」, 환궁하는 여정 중에 숙소인 시흥행궁(始興行宮)으로 향하는 어가행렬을 그린 「환어행렬도(還御行列圖)」, 노량진에 설치된 주교를 사용하여 한강을 건너는 환어 행렬을 그린 「한강주교환어도(漢江舟橋還御圖)」의 순서로 8폭이 배열되어 있다.
「화성행행도팔첩병」은 궁중행사도의 꽃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구도, 섬세한 표현, 우수한 필치가 구사된 작품이다. 정면부감의 좌우대칭적인 화면 구성에서 탈피하여 대각선 구도, 원형 구도, 지자형(之字形) 구도 등을 사용하고 풍속화적인 요소를 강조하여 사실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장면을 창출하였다. 특히 18세기 후반에 널리 수용된 원근법과 선투시도법을 적극 활용하여 장대하고 화려한 행사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