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두목(杜牧)의 「산행(山行)」이라는 문학작품을 그린 「풍림정거도(楓林停車圖)」와 세트로 제작된 관념산수화이다. ‘도원문진(桃源問津)’이라는 제목은 호남성(湖南省) 무릉에서 어부가 도원으로 갈 수 있었던 계곡 입구를 묻는다는 의미이다. 근대 초기에 중국 문학작품을 그린 다수의 그림들은 주인공 인물을 부각시키고 배경은 소략하게 나타낸 인물화로 그려졌다. 이와 달리 안중식은 문학작품을 그리면서도 화면에 커다란 주산(主山)을 비롯한 산수 표현에 집중하고 인물은 작게 그리는 대경산수인물화 방식을 취하였다. 전체 구도와 경물 포치는 청 초(淸初) 전통화파인 사왕(四王 : 왕시민(王時敏), 왕감(王鑑), 왕휘(王翬), 왕원기(王原祁)) 산수화에 토대를 둔 것이며, 청록의 색채와 장식적인 표현기법을 더하여 봄의 정취를 감각적으로 그려낸 것은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근경에는 「도화원기」의 주인공에 해당되는 어부가 배를 타고 잔잔한 계류를 거슬러 복숭아꽃이 핀 동굴 입구를 향하고 있다. 그 뒤로 그려진 오른쪽 암벽의 키가 큰 소나무 무리와 고원법(高遠法)으로 처리된 거대한 암산은 자연의 위대함을 극대화시켜 준다. 동시에 각이 심하게 진 암산의 윤곽선에는 청색을 사용하고 안쪽으로 갈수록 밝은 녹색을 가하여 골짜기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는 듯한 효과는 동양의 유토피아인 도원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밖에 암산의 윤곽선 주변에 가한 초록색 태점(苔點)과 복숭아꽃을 나타낸 분홍색과 흰색의 무수한 점들은 조선시대 궁중 장식화뿐만 아니라 동시기 상해(上海)의 직업화가들이 그린 다수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것이다. 결국 산수화의 장식적 표현은 안중식의 화원화가로서의 경력과 상해 방문 등 다양한 경험의 축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문학작품에서 봄이라는 계절을 강조하기 위해 산수화로 그린 것이며, 동시기에 화려한 장식성을 선호하는 수요자층의 미감을 적극 반영하여 장식산수화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수작(秀作)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