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 악지에 전하는 당악정재는 「헌선도(獻仙桃)」·「수연장(壽延長)」·「오양선(五羊仙)」·「포구락」·「연화대(蓮花臺)」 등 5종목으로, 춤추는 절차와 반주음악 및 창사가 소개되어 있다.
다섯 당악정재 중에 「포구락」이 제일 먼저 1073년(문종 27) 11월 팔관회에서 공연되었다. 교방여기가 춤을 추면서 포구문에 공을 던져 넣는 놀이형태인데, 무용수들이 차례로 공을 넣으면 상으로 꽃을 주고, 넣지 못하면 벌로 얼굴에 먹점을 찍어 준다. 송나라 심괄의 『몽계필담』에 의하면, 「포구락」은 이신언의 고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일명 석지무라고 하는 「연화대」는 포구락과 함께 1123년(인종 1)에 공연되었음이 『고려도경』에 전한다. 당나라 때 서역의 석국(石國, 지금의 중앙아시아 타슈겐트)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당나라 현종 때 중국에 전래하여 송대에도 유행했다가 춤의 일부가 고려에 전래된 듯하다. 두 동녀(童女)가 합립(蛤笠)이라는 서역풍의 모자를 쓰고 연꽃 안에서 나와 춤추는 형태이다.
「헌선도」는 1167년(의종 21) 4월 연흥전에서 공연되었다고 『고려사』 권18에 전한다. 한 개만 먹어도 천 년을 넘게 살 수 있다는 복숭아 쟁반을 봉탁(奉卓)에 올리는데, 봉탁이 육각으로 된 까닭은 수명을 관장하는 별자리인 ‘남두육성’의 의미라고 한다. 「헌선도」는 귀한 분께 선도를 바치며 태양처럼 영원한 생명을 기원하는 춤이다.
「오양선」은 군왕의 장수를 소망하는 내용의 당악정재이다. ‘양을 탄 다섯 신선’의 고사를 춤으로 재현한 것이다. “조고라는 사람이 초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다섯 신선이 오색 양을 타고 내려왔는데, 이때 한줄기에 여섯 개의 이삭을 갖는 ‘육수거’를 가져와 효성이 지극한 백성에게 주었다.”는 내용이다. 「수연장」은 음력 정월 보름날 군왕을 칭송하는 내용이다.
당악정재의 공연양식은 향악정재와 비교할 때 세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는 향악정재에 없는 죽간자(竹竿子)와 여러 종류의 의물이 무대에 등장하는 점이다. 붉은 식을 칠한 깃대 끝에 빗자루처럼 생긴 가는 대나무가지를 엮어 만들었고, 나뭇가지는 붉은 실로 묶고 수정 구슬을 다는데, 이것은 언젠가 태평성대에 날아들 봉황의 보금자리와 그 먹이를 상징한다. 죽간자를 든 기녀가 무용수를 무대로 이끌고 나오는 점이 당악정재의 특징이다.
당악정재의 공연 때 사용되는 의물로는 용무늬를 그린 용선(龍扇), 봉황을 그린 봉선(鳳扇), 공작의 꼬리깃으로 장식한 미선(尾扇), 공작 모양으로 만든 작선(雀扇), 깃발대의 끝 복숭아 모양으로 장식한 인인장(引人仗), 인인장의 장대에 많은 수술을 달아서 만든 정절(旌節) 등이 사용되었다.
둘째는 정재공연의 시작과 끝에서 기녀가 부르는 한문가사의 치어(致語)와 구호(口號)가 나오는 점이다. 구호와 치어는 당악정재의 앞과 뒤에서 부르는 송축의 뜻으로 된 내용의 치사(致辭)와 시(詩) 일장으로, 치어는 대체로 변려체(騈儷體)로 되어 있고, 구호는 칠언사구(七言四句)로 되어 있다.
셋째는 춤추는 도중에 기녀가 노래부르는 창사(唱詞)가 한시인 점이다. 향악정재가 향악 반주에 우리말로 된 노래를 부르는 데 반하여, 당악정재는 당악 반주에 한문 가사를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