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얼굴, 작은 백호(白毫), 부드러운 곡선의 눈썹, 바로 뜬 눈, 평범한 작은 코와 입, 단순하고 간명한 귀 등 단정한 상호(相好)를 이루고 있다. 마치 고요한 선(禪)의 세계에 빠진 선사(禪師)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얼굴의 특징은 신체에도 그대로 묘사되어, 좁아진 어깨와 양감(量感) 없는 단정한 체구, 지권인(智拳印)을 짓는 두 손의 안정된 자세 등은 생동감이나 긴장감 등을 찾아볼 수 없다.
대의는 양어깨를 감싼 통견(通肩)으로, 얇게 빚은 듯한 평행의 옷주름이 신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특히, 팔이나 앞섶에는 섬세하고 규칙적인 옷주름이 평면적으로 묘사되어 다소 형식화되고 추상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오른다리를 위로 하여 가부좌를 튼 다리와 무릎을 감싸고 흘러내린 옷주름은 유려한 곡선을 이루면서 신체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낸다.
통견의 대의(大衣) 안에는 내의를 입었고, 지권인을 결한 왼손 바로 아래에 내의를 묶은 띠 매듭이 표현되었다. 이러한 착의법(着衣法)은 봉화 축서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목조광배(보물, 1989년 지정)이나 밀양 무봉사 석조여래좌상(보물, 1969년 지정) 등 9세기 불상에서 많이 나타나는 형식이다.
광배는 주형 거신광배(舟形擧身光背)로서 8세기 광배 양식과 유사하면서도 훨씬 복잡하게 표현되었다. 즉, 거신광 내에 두광(頭光)과 신광(身光)을 구분하여, 화려한 보상화(寶相華), 넝쿨무늬, 연꽃무늬 등을 가득 배열하였다. 그리고 두광 · 신광의 선을 따라 구름 위에 결가부좌(結跏趺坐)한 화불(化佛) 8구를 배열하였다. 두광 · 신광의 바깥에는 불꽃무늬를 묘사하고 가장 윗부분에는 삼존불 형태의 화불을 배치하였다. 이러한 형식의 광배는 9세기에 유행한 것이다.
대좌는 통일신라시대에 가장 유행한 삼단팔각대좌(三段八角臺座)인데, 상대와 하대에는 연꽃무늬가 조각되어 있다. 거의 원통형에 가까운 8각의 중대에는 구름무늬와 괴수문(怪獸文)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섬려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상대의 꽃무늬는 8세기의 연꽃과는 다른 섬세하고 화려한 것이다. 중대의 안상(眼象)에 부조된 상 역시 형태와 선에서 섬세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불상과 관련된 사실이 비로암석탑조성기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신라 말기 조각 양식의 편년에 절대적인 자료가 되는 귀중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