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가운데 가장 먼저 가축화되었다. 한자어로는 견(犬) 이외에 구(狗)·술(戌) 등으로 표기된다. 기(猉)·교(狡) 등은 작은 개를 뜻한다.
우리의 옛 선조들은 주둥이가 뾰족하여 사냥을 잘하는 사냥개를 전견(田犬), 주둥이가 짧고 잘 짖어서 집을 지키는 개를 폐견(吠犬), 살이 많아 잡아먹기에 알맞은 개를 식견(食犬) 등으로 불렀다. 개는 용도에 따라서 사냥용·경주용·투견용·군견용·경찰견용·목양용·애완용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많은 품종들이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있다.
개는 야생동물 가운데 가장 먼저 가축화된 동물로, 조상은 이리·자칼 등이라고 하며, 또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딩고(dingo: 늑대보다 약간 작은 야생동물)나 서남아시아에 반야생 상태로 서식하다가 멸종된 야생종 중에서 생긴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이러한 야생종이 세계의 몇 개 지역에서 가축화되어 그들 사이의 선택·교배에 의하여 현재와 같이 약 2백여 품종이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에 의해 순화, 사육되었다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페르시아 베르트동굴의 것으로 서기전 9500년경으로 추산된다. 서기전 9000년경으로 추산되는 독일 서부의 셍켄베르크 개는 크기와 두개골의 형태가 딩고와 대단히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신석기시대의 유물로서 개의 이빨이 발견된 바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중국 당나라 문헌에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개를 사육하여 그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는 기록이 있고, 또 신라 지증왕이 개로 인해서 왕비를 구했다는 이야기 등이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옛날부터 사육되고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개는 오랜 세월을 통해서 가축으로 순화되었기 때문에 형태의 변화가 심하고 그 분포도 세계적이다.
품종에 따라서 크기는 매우 다양하여 어깨높이는 8∼90㎝, 몸무게 0.4∼120㎏, 털은 긴 것과 짧은 것이 있고, 빛깔이나 무늬도 다양하다. 꼬리 끝에 흰 무늬, 눈 위에 원형의 담색 무늬, 어깨에 십자형의 짙은 색깔의 무늬 등이 나있는 것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꼬리는 비교적 짧고 몸통길이의 반 이하이며, 여우류와는 달리 굵은 총상(總狀)을 하고 있지 않다. 귓바퀴는 크고 거의 삼각형으로 늘어진 것, 선 것 등이 있으며 앞으로 늘어뜨리면 너구리류와는 달리 눈까지 내려온다. 눈동자는 여우·너구리류와는 달리 원형이다.
입술이 두툼하고 끝이 뾰족하지 않으며 비근부(鼻根部)에서 안간부(眼間部)에 걸쳐 뚜렷한 단(段)이 있다. 이러한 형태는 이리와 형태적으로 대단히 흡사하여 양자의 외부형태에 의한 구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앞발에 다섯 개의 발가락과 뒷발에는 네 개의 발가락이 있어서 지행성(趾行性)이다. 몸통의 피부에는 땀샘이 없기 때문에 호흡으로 체온조절을 한다. 맹장은 있으나 정관선(精管腺)이 없고, 음경의 하면에 구(溝)가 있으며 음경골이 있다.
본래 육식성이었으나 가축화되면서 잡식성으로 변했기 때문에 이빨은 식육동물처럼 날카롭고 강하나 위·장 등의 소화기관은 초식동물에 가깝다. 이빨은 거의 나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발생, 변화하기 때문에 나이 감정에 이용할 수 있다. 개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미의 젖을 냄새로써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후각이 예민하다.
이와 같이 발달된 후각으로 성별이나 개체 등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범인 추적을 목적으로 하는 경찰견이나 수색견으로도 이용된다. 또한, 청각도 발달되어 있다.
실험에 의하면 사람은 2만의 진동수를 겨우 들을 수 있으나, 개는 10∼70만의 진동수를 들을 수 있고, 소리의 가락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서 훈련을 받을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잘 볼 수 있고, 움직이는 물체에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야행성의 특징을 가지며 경계심이 강하다. 수색견의 경우 흰 손수건은 잘 찾아내지만 다갈색은 쉽게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색깔의 구별능력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야생의 개는 짖지 않으나, 가축화된 개는 기쁘거나 슬프거나 경계할 때에 짖는다.
보통 길거리에서는 짖지 않으나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 문 안에 들어서면 짖게 되고, 또 자기 세력범위 안에서는 대단한 용맹성을 보인다. 개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부터 주인이나 자기 집을 찾아오는 귀가능력이 있다.
우리나라 재래종인 진돗개는 그 귀가성이 대단하여 휴전선 부근에서 군용으로 쓰이던 것이 진도까지 되돌아간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개의 귀가능력은 후각·시각 이상의 특수한 직감에 의한 방향감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는 자기를 길러준 주인을 어디든지 따라가서 잘 적응하며 살 수 있는 성질이 있다. 특히, 주인에게는 충성심을 가지며, 그 밖의 낯선 사람에게는 적대심·경계심을 갖는다.
야생하는 경우에는 암·수컷이 여러 마리로 집단을 이루기도 하는데, 순위가 정해져 있으며 정해져 있지 않을 때에는 싸워서 우열을 정한다.
임신기간은 62∼68일, 생후 약 1년 후에 번식이 가능하며, 한배에 보통 4∼6마리를 낳는다. 새끼는 6∼7주간 젖을 먹으나 4주 정도부터 부드러운 먹이나 어미가 토해 낸 반 소화상태의 먹이를 먹기 시작한다.
수명은 보통 12∼16년이나 최고 34년까지 산 기록도 있다. 투견·엽견·경기견 등은 비교적 단명하나 집에서 기르는 개는 20년까지도 산다.
개는 수렵·목양·경주·수색·애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이외에, 에스키모인·아메리카 인디언·아시아의 동북 및 시베리아의 북부지방 등에서는 썰매를 끄는 데 개가 이용되고, 티베트에서는 짐을 실어 나르는 데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개가죽으로 장구를 만들었고 꼬리로는 비를, 털가죽으로는 방한용 외투와 모자 등을 만들었다. 조선시대 중종 때의 전라감사 정엄(鄭淹)은 통신업무에 토종개를 이용하여 막대한 통신비를 절약했다고 한다.
중국·우리나라 등 동양의 일부에서는 식용으로도 이용하였다. 우리나라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삼복조에는 마늘을 넣고 삶은 개고기를 구장(狗醬)이라 하여 이것을 먹고 땀을 빼면 더위가 가시고 보신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또한, 병후 회복에 삶은 개를 먹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식용으로는 노란개[黃狗]를 제일로 쳤고 그것도 수컷일수록 보신에 좋다고 여겼다.
황구로 빚은 술을 무술주(戊戌酒)라 하여 공복에 마시면 기력이 좋아진다고 하였다. 『동의보감』에서도 수캐고기는 오로칠상(五勞七傷)을 보하고 피는 난산, 음경은 상중절양(傷中絶陽)과 음위불기(陰萎不起)를 다스린다고 하였다.
개는 사람에게 충실하고 의리가 있는 가축으로서 우리나라에는 충견설화가 많다. 경상북도 선산군 도개면 신림동의 의구총(義狗塚)과 의구비, 평안남도 용강군 귀성면 토성리와 평양 선교리의 의구총, 충청남도 부여군 홍산면 북촌리의 개탑 등은 화재로부터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의 충직과 의리를 전하고 있다.
1282년(충렬왕 8)에는 개성의 진고개에서 개가 사고무친의 눈먼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밥을 얻어 먹이고 물을 먹여 키웠으므로 이에 관청에서는 개에게 벼슬을 내리고 그 충직함을 기렸다고 한다.
또, 전생에 사람이었던 자가 개로 환생하여 대우를 받으며 산다는 환생설화가 있다. 즉, 옛날 경주고을에 아들 딸 두 자식을 키워 시집·장가 보내느라 먹을 것도 못 먹고 세상구경 한번 못하고 죽은 최씨댁 과부가 개로 환생하여 자식들의 집을 지키며 살았다.
어느날 한 중이 와서 그 개는 바로 당신의 어머니가 환생한 것이니 잘 먹이고 유람을 시켜주라고 하였다. 팔도유람을 마치고 경주집에 돌아오는 도중에 어느 장소에 도달하자 그 개는 발로 땅을 헤치면서 그 자리에서 죽었다.
최씨는 그곳에 개를 묻었는데, 그 무덤의 발복(發福)으로 최씨집이 거부가 되고 자자손손 부귀와 영화를 누렸다 하여, 지금도 경주의 최씨들은 그 무덤에 성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우리나라의 개에 관한 설화들을 보면 개를 인간과 상통하는 영감적인 동물로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개를 영감 있는 동물로 생각하였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개가 10년을 넘도록 살면 둔갑을 하는 영물이 된다 하여 늙은 개를 흉물시하고 기피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옛 선조들은 개도 상(相)을 보아 선택하였다고 한다. 노란개가 꼬리·귀·네 다리 또는 두 앞발 등이 희면 길상으로, 검은 개로 얼굴·두 앞발·두 귀 등이 희거나 몸 전체가 흑색인 개는 불행을 가져오는 악령을 잘 쫓는 것으로 생각했다.
노란개의 네 다리가 희거나 입 주둥이가 검거나, 또 흰개의 꼬리가 검거나 두 귀가 노랗거나 한 것은 흉상으로 여겼다.
개가 담 위에 올라가 입을 벌리고 있으면 그쪽 방향에 있는 집에 큰 흉사가 있을 것으로 알았다. 또, 지붕이나 담 위에 올라가 짖으면 그 집의 주인이 죽는 것으로 알기도 하였다. 개가 앞마당에서 이유없이 짖으면 경사의 조짐으로, 개꼬리에 지푸라기가 묻어 있으면 손님이 오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또한, 개가 풀을 뜯어 먹으면 큰 비가 오고, 떼지어 다니며 뒹굴고 기뻐하면 큰 바람이 불어올 징조라고 여겼다 한다.
개와 관련된 우리 나라의 속담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본래의 제 천성은 고치기 어렵다는 뜻으로 ‘개 꼬리 삼년 묻어 두어도 황모 못된다.’고 하며, 평소에 좋아하는 것을 싫다고 할 때에 ‘개가 똥을 마다 한다.’고 한다.
돈을 벌 때는 귀천을 가리지 않고 벌어서 값지게 산다는 뜻으로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고 하며, 보통 때에는 흔하던 물건도 필요할 때에 찾으면 드물고 귀하다는 뜻으로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것은 아무리 구차하게 살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좋지 못한 사람과 사귀면 결국은 좋지 못한 영향을 받게 된다는 뜻에서 ‘개를 따라가면 칙간으로 간다.’고 한다.
‘개발에 편자’라는 말은 격에 어울리지 않을 때를 일컬으며, ‘개밥에 도토리’는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외톨이로 돌 때에 하는 말이다.
못난 양반을 빗대어 ‘개 팔자 두냥반’이라 하며, 그 밖에도 ‘개도 나갈 구멍을 보고 쫓아라’, ‘개눈에는 똥만 보인다.’, ‘개고기는 언제나 제맛이다.’, ‘개구멍에 망건치기’, ‘개 보름 쇠듯 한다.’, ‘개 팔자가 상팔자’, ‘개 싸움에 물을 끼얹는다.’, ‘개 잡아먹고 동네 인심 잃고, 닭 잡아먹고 이웃 인심 잃는다.’ 등의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의 재래종 개로서 진돗개와 풍산개·삽사리 등이 있는데, 사냥용·호신용 등으로 개량의 여지가 있는 우수한 품종들이다. 이들은 문화사적으로 귀중한 가축이므로 육성·보호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