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분량. 심수경의 문집을 비롯하여 『대동야승』 권13과 홍만종(洪萬宗)이 편(編)한 『시화총림(詩話叢林)』 권2에도 실려 있다. 일명 ‘청천견한록(聽天遣閑錄)’이라고도 불린다. 심수경이 75세에 우의정으로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난 뒤에 지었으리라 추정된다.
저자의 발문에 몸소 겪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을 기록하여 한가한 것을 타파하고자 이 책을 지었다고 하였다. 자신에 관한 사소한 일로부터 나라·제도·풍속에 관한 일과 시화(詩話) 등을 다루고 있어서 이 책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곤란하다.
대략 82항목에 달하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수록하고 있다. 과거(科擧)에 관한 내용이 많아서 이에 대한 저자의 특별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과거에 급제한 사람, 과거 시행에 얽힌 내력, 과거를 치르는 데에 생긴 병폐, 자신이 치른 과거에 관한 보고 등을 다루고 있다.
자신의 개인사에 속하는 이야기도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자신이 수학하고 급제한 이야기, 사귄 친구들, 관직생활, 집안 식구들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정월 초하루에는 도소주(屠蘇酒)를 마신다는 것과 같은 우리나라 풍속에 관한 내용과 설·한식·단오·추석 등에 관련된 기록들도 군데군데 보인다.
시를 창작하는 데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시화들도 등장한다. 대상으로 삼은 시인들이 다양한 편이다. 송순(宋純)의 「면앙정가(俛仰亭歌)」 같은 국문시가에 관한 언급도 있어서 저자의 관심의 폭이 넓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소략하여 문학에 관한 저자의 분명한 생각을 짐작하기에는 미흡하다.
『견한잡록』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신이(神異)한 이야기보다는 사실적인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야담집과 다르고, 역사적인 사건보다는 개인적인 사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실기(實記)와도 다르며, 일정한 서술체계나 특정한 문학적 취향을 앞세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화집과도 다르다. 자유로운 서술방식으로 야담집·실기·시화집의 성격을 종합한 작품이라 하겠다.
이 책은 조선 중기의 상층문화의 동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자료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