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정양사(正陽社)에서 간행하였다. 육체적 욕망으로서의 사랑과 정신적 사랑을 지향하는 고뇌의 과정이 주제인 애정소설이다. 주인공의 수기 형식의 작품으로서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자아의 도덕적 실험을 보이고 있다. 즉, 미성숙에서 성숙에 이르는 방황과 고뇌의 과정이 서사화되어 있다.
3·1운동에 참여하여 옥고를 치른 주인공 현오권은 옥살이에서 풀려나 친구 오현우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현오권은 여기서 두 여인의 사랑을 받게 된다. 한 여성은 친구의 처 채옥이고, 다른 한 여성은 친구의 사촌누이 영주이다.
현오권은 채옥의 지나친 관심을 무시하고 있으나, 영주가 현오권을 존경하고, 순수한 애정을 기울이는 것을 감지한 채옥이 강한 질투를 일으킨다. 그로 인하여 현오권은 친구의 집에서 떠난다.
현오권은 다시 만주 신흥군관학교에 가기 위하여 길을 떠나던 도중, 현실주의자이고 기회주의자인 친구로부터 버림받은 채옥과 만나 만주로 동행하게 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동거생활을 하기에 이른다.
현오권은 신흥군관학교에서 혁명가적 긍지심을 가지고 교육에 열중하나, 일제의 토벌작전에 의하여 군관학교가 부서지게 된다. 그로 인하여 현오권은 어느 농장의 감독을 지내나, 정신적으로는 친구의 아내 채옥과 동거하는 데 대한 심리적 갈등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봉천에서 영주를 만나게 되어, 두 사람의 사랑의 감정은 다시 일어나나 아무런 약속 없이 헤어진다.
채옥과 심한 갈등을 느낀 현오권은 사냥하던 중 사고를 일으키게 되고, 그로 인하여 채옥은 세상을 뜨게 된다. 용정에서 영주와 현오권은 다시 만나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의 감정은 다시 회복되나, 결합할 동기를 찾지 못하고 순수한 정신적 사랑으로 승화시킨다는 결말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애욕과 정신미의 문제를 추구한 작품으로서 초월에의 지향을 주제화하는 한편, 당시의 민족운동가들의 삶의 고초가 묘사되어 시대적 배경의 문학적 의미도 드러내고 있다. 애정윤리를 추구한 면에 있어 정비석 문학의 문제성 높은 비중 있는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