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3월『삼천리(三千里)』에 발표되었다. 세 개의 큰 서술단락으로 이루어진 일인칭 소설이다. 동반자작가로서의 현실에 대한 관심이 성적이며, 관능적인 본능으로 옮겨짐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소설이다.
「오리온과 능금」의 여주인공은 S의 소개로 ‘연구회’에 입회한, 백화점의 여점원인 나오미이다. 주인공 ‘나’는 육체와 용모의 인상이 남다른 나오미를 만나면 만날수록 동지라는 느낌보다는 여자라는 느낌에 더욱 강렬하게 자극된다.
나오미가 입회한 후 두 번째의 연구회 모임에 함께 돌아오던 길에 나오미는 ‘나’에게 “신선한 능금이 먹고 싶다.”고 말한다. 나오미는 밝은 거리를 꺼리지도 않으면서 새빨간 능금을 껍질째 버석버석 먹었다. 나오미는 이브와 같은 여인이다. ‘나’의 ‘사업 제일, 연애 제이’라는 이념이 나오미에 의하여 전복된다.
어느 날 ‘연구회’에서 나오미는 떨리는 목소리로 “안아 주세요! 저를 힘껏 안아 주세요!”라고 애원하며 ‘나’에게 안기어 온다. ‘연구회’가 시작될 시간이 넘었으나 다른 회원은 그때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었고, 웬일인지 돌연히 ‘로오사’의 초상화가 떨어져 부서지고 촛불이 꺼진 다음에 일어난 사건이다.
「누구의 죄」, 「도시와 유령」 등을 쓴 동반자작가 이효석은 1930년으로 넘어오면서 도시 빈민과 노동자의 궁핍한 삶의 현실을 경향파적으로 형상화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인간의 성적 본능이나 자연성을 심미적으로 형상화하는 작가로 전향한다. 「오리온과 능금」은 「약령기」·「돈」등과 함께 그 같은 이효석의 작가적 변신의 길목에 위치하고 있는 소설이다.
「오리온과 능금」에서 새빨간 능금은 인간의 쾌락지향의 원초적이면서 원리적인 욕망을 은유적으로 응축하고 있다. 이성적인 판단이나 정치적이 이념에 앞서서 능금을 탐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는 ‘마치 저 하늘의 오리온과 같이 길이길이 빛났다.’는 주장이 프롤레타리아 임금노동자이기에 앞서서 ‘모던한’ 여자로서의 나오미의 가장 현실적이고 진실한 담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