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삼천리』에 발표된 삼인칭 전지적 시점의 단편소설로 이효석의 서정적이며 묘사적인 문체가 돋보인다. 자연을 의미하는 ‘산’과 인간세상을 의미하는 ‘마을’, ‘거리’가 이분법적 대립구조로 작용하여 주인공이 겪은 마을에서의 불행한 삶과 자연에서의 행복한 삶이 대비적으로 전개된다. 작가가 지향하는 자연에의 동경과 조화는 부정적 현실과 대립하고 인간사회의 지배와 복종, 거짓과 허위와 같은 부정적 관계를 벗어나려는 태도는 주관주의적 서정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중실'은 머슴살이 칠년 만에 주인 김영감의 등글개 첩을 건드렸다는 오해를 받고 새경도 못 받고 주인집에서 쫓겨났다. 갈 곳이 없는 그는 빈 지개를 지고 산으로 들어간다. 산에서 꿀과 열매를 얻고, 산불에 타 죽은 노루를 양식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무를 팔아 산에서 필요한 소금과 냄비 등을 사고 거리에서 만난 박서방을 통해 김영감의 첩이 면서기와 달아났다는 소식도 듣는다. 김영감을 위로하고 싶기도 하나 다시 산으로 간다. 산에서 사는 일이 좋지만 아무래도 밥을 하는 일은 남자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는 이웃집 용녀를 생각하며, 그녀와 더불어 오두막집을 짓고, 가축을 기르고, 감자밭을 일구며 사는 상상을 한다. 낙엽을 자리 삼아 별을 헤면서 잠을 청한다. 하늘의 별이 얼굴 위로 쏟아질 듯하다. 별을 세는 동안에 '중실'은 제 몸이 스스로 별이 됨을 느낀다.
「산」은 자연과의 교감(交感)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자연 속에서 자족(自足)하는 인간의 모습을 서정적인 문체로 묘사함으로써 ‘자연에의 동화(同化)’ 를 추구했던 이효석 문학의 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자연의 공간에서 충전된 주인공의 삶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현실적 삶의 원리로 귀착되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