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9월 인문사(人文社)에서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단편 「돈(豚)」과 더불어 작가의 에로티시즘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한적한 교외의 푸른 집에는 세란과 미란 자매, 가정부 옥녀 등 세 여인이 살고 있다. 세란은 영화사 사장 현마의 첩이고, 현마는 비서 겸 동성연애 상대인 단주라는 미소년을 거느리고 있다.
단주는 청신한 10대 말의 소녀 미란을 알게 된 뒤 사랑에 빠져 동반 여행을 시도하나, 세란과 현마의 견제로 무산된다. 현마는 동경으로의 사업 여행에 미란을 대동하고, 세란은 보호자로서 푸른 집에 묵게 된 단주를 유혹한다.
미란은 동경에서 음악에 경도되어 귀국 후 피아노 교사를 구하다가 동경의 악기점에서 만난 적이 있는 피아니스트 영훈을 교사로 맞는다.
그 뒤 미란은 영훈을 사모하고, 구라파주의자 영훈에게는 그를 사모하는 가야라는 여인이 있다. 그러나 가야에게는 원하지 않는 약혼자 갑재가 있다.
단주는 미란을 단념하지 못하고, 세란은 단주에게 집착하며, 갑재는 가야를 놓고 영훈과 격투를 벌인다. 여름철의 피서 여행 중 단주와 옥녀는 가까운 사이가 되며, 현마는 미란을 범한다.
우여곡절 끝에 미란과 영훈은 참사랑을 확인하고, 짝사랑의 괴로움을 이기지 못한 가야는 자살한다. 세란과 단주의 부정을 목격한 현마는 난투극을 벌여서 단주와 세란을 불구자로 만들어놓고, 옥녀는 추방시킨다. 사랑에 승리한 유일한 쌍인 영훈과 미란은 유럽 여행길에 오른다.
세 남성과 세 여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애정의 갈등을 벌이는 이 소설에서 성(性)을 부끄럽고 천한 본능이 아니라 원초적이며 건강한 것으로 파악한 작가의 태도는 다분히 로렌스(Lawrence,D.H.)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작가 특유의 시적 필치가, 저속으로 흘렀을지도 모를 이 작품의 격을 유지시키는 데 공헌하고 있다. 단편 「모밀꽃 필 무렵」 등과 함께 이효석의 대표작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