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중공론』에 발표된 작품으로「노령근해(露領近海)」,「상륙(上陸)」,「북극사신(北極私信)」과 연작을 이룬다. 이효석의 초기 작품으로 프로문학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않고 주제가 분명치 않다. 등장인물의 성격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플롯 역시 단순하며 소설 구성상 시간 구조는 서술의 시간과 이야기 시간이 동시적으로 서술되는 선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주인공 ‘그’가 동해안의 항구를 떠나 기선의 석탄고 속에서 사흘 동안 고생한 끝에 북극에 도착하여 새로운 세계를 맞게 되는 이야기다. ‘그’가 소비에트 연방에 온 이유와 그가 동경한 것과 그의 새살림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소설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소비에트 연방이 그가 오래전부터 사모하던 땅이며 마음 속에 그려오던 풍경이라는 사실이 서술되고 있다. 기선이 항구에 도착함을 알리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석탄고에 숨어 밀항한 ‘나’는 밤이 깊어서야 먼저 상륙한 살롱의 뽀이 김군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석탄고를 빠져 나온다. 그가 가져온 검은 루바슈카와 바지 한 벌을 갈아입고 가난한 어머니가 정성껏 기워준 헌옷을 바다에 던지며, 과거도 함께 청산한다. 고국의 어머니가 다시 뵐 때까지 건재하기를 염원하며 갑판을 벗어나 부두 한편 등불 밑에서 기다리고 섰던 동지 로만박을 만난다. 오월 안개 낀 항구를 벗어나 시가를 걸어 올라가며 새살림의 첫 계단을 밟는다.
이효석의 초기 작품으로 소설의 구성이나 인물의 성격 창조는 미흡하지만 현실비판과 저항의식을 통해 ‘동반자작가’로서의 이효석 문학의 일면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새로운 삶을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소비에트 연방에 도착하여 모종의 일을 시작하려는 것은 일제 식민지 체제를 벗어나 그에 대한 도전과 저항을 모색하는 작가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