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조선일보』 신춘현상문예에 1등으로 당선되어 1월 14일부터 26일 사이에 발표되었고, 1945년 금룡도서(金龍圖書)에서 간행한 단편집 『성황당』에 수록되어 있다. 정비석이 대중소설가로 전향하기 이전의 소설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힌다.
깊은 산속에서 숯을 구워 생계를 꾸려가는 현보의 아내 순이는 인위적인 규범과 무관하게 살아온 때 묻지 않은 인물로 인간 본연의 성정(性情)에 충실하게 살아간다. 즉, 모든 일을 성황님으로 숭앙되는 자연의 영험한 힘의 은덕으로 여기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현보를 도와 숯가마에 불을 때던 순이가 더위를 참지 못하여 옷을 벗고 개울에서 목욕을 할 때, 전부터 순이를 노리고 있던 산림간수 긴상이 순이의 옷을 감추고 협박하지만 순이는 이에 단호히 대항한다. 이에 앙심을 품은 긴상은 현보를 산림법 위반으로 고발하여 잡혀가게 한다.
그날 밤 긴상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면 현보를 풀어주겠다고 순이를 유혹한다. 이때 전부터 순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칠성이 찾아와 그 두 사람은 순이를 사이에 두고 격투를 벌인다. 며칠 뒤 긴상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도망쳤던 칠성이 나타나 현보가 3년은 감옥에서 지내야 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자신과 도망칠 것을 종용한다.
칠성이 가져온 분홍 항라적삼과 수박색 목메린스 치마에 마음이 끌린 순이는 칠성을 따라나선다. 그러나 30리쯤 갔을 때 산을 떠나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 현보에 대한 그리움, 무엇보다도 성황님의 벌에 대한 무서움 때문에 도망쳐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에는 현보가 와 있었다.
이 작품은 건강한 원시주의에 대한 예찬을 그리고 있으며, 비합리적 사고, 자연친화, 원색과 성욕 등이 순이라는 작중인물을 통하여 소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작품이 우수한 단편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작가 정비석이 건강하고 신선한 원시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그것을 제시함에 있어 의도적으로 효과 있는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즉, 중요한 장면마다 자연물이나 자연현상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이 작품은 강한 애욕의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여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