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의 문집인 『삼봉집(三峯集)』 제4권에 실려 있다. 「답전부」는 정도전이 귀양살이를 할 때에 그곳에서 만난 농부를 통하여 조정에 죄를 짓게 된 여러 경우를 듣고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는 내용이다.
농부가 정도전이 귀양오게 된 이유를 물었다. 불의를 돌아보지 않고 재물에 욕심을 부리다가 얻은 죄인가? 벼슬을 위하여 권신을 가까이하고 세도에 붙다가 얻은 죄인가? 녹만 먹고 직책을 다하지 않은 죄인가? 장수가 되어 당파를 짓고 정작 외적을 만나서는 패퇴하여 국사를 그르친 죄인가?
경상(卿相)이 되어서 제 마음대로 고집을 부려 남의 말을 듣지 않았는가? 자기에게 아첨하는 이는 등용시키고 도를 지키는 바른 선비를 배격하였는가? 임금의 작록(爵祿)을 훔쳐 자기의 사사로운 은혜로 만들었는가? 국가의 형전(刑典)을 희롱하여 자기의 사용(私用)으로 삼다가 악행이 많아 걸린 죄인가?
정도전이 어느 것도 아니라고 대답하자, 그 농부는 그렇다면 가의(賈誼)처럼 큰소리를 좋아하고, 굴원(屈原)처럼 곧은 말을 좋아하고, 한유(韓愈)처럼 옛 것을 좋아하고, 관용방(關龍逄)처럼 윗사람에게 거스르기를 좋아한 것이라고 단정하였다.
그러면서 농부는 “이들 네 사람들은 다 도(道)가 있는 선비였는데도 혹은 폄직(貶職)되고 혹은 죽어서 몸을 보전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대는 몇 가지 금기를 범하였는데도 겨우 귀양만 보내고 목숨은 보전하게 되었다. 따라서 국가의 은전이 너그러움을 알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조심하면 화를 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깨우쳐 주었다.
정도전은 농부를 은군자(隱君子)라 칭하고 글을 배우고자 청하였다. 그러나 농부는 농사 지어 나라에 세금을 내고 처자를 양육하는 일밖에는 알지 못한다고 대답하였다. 정도전은 그를 장저(長沮) · 걸익(桀溺) 같은 사람이라고 탄식하였다.
정도전은 「답전부」를 통하여 나라에 죄를 짓는 유형을 열거하고 자신의 경우처럼 곧은 일을 하다가 귀양을 오게 되면 언젠가는 화를 면하게 되는 것임을 조리 있게 설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