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1년(중종 26)에 제작된 계회도로, 족자 형식이며 비단 바탕에 수묵담채로 그렸다. 크기는 세로 91.5㎝, 가로 62.3㎝이며, 일본인의 개인 소장품이었으나, 2022년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미국 경매에서 구매해 국내에 들여왔다. 현재까지 발견된 계회도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조선 초기에 유행했던 계회도의 전형적인 형식을 보여 주는 동시에 16세기 전반기의 한국적인 화풍을 잘 드러내고 있다.
족자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의 화면은 상단 · 중단 · 하단의 3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상단에 ‘讀書堂契會圖(독서당계회도)’라는 제목이 전서체(篆書體)로 쓰여 있고, 중단에는 산수를 배경으로 한 계회의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하단에는 계회 참석자들의 호, 성명, 자, 본관, 생년, 사마시의 급제 연도, 문과등제 연도, 계회 당시의 품계와 관직 등을 적은 좌목(座目: 서열을 적은 목록)이 관계(官階: 벼슬의 등급)에 따라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형식의 계회축(契會軸)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으로, 특히 조선 초기에 가장 유행하였다. 모임을 기념하고 대대손손 전승시키기 위하여 화원(畵員)을 시켜 참석자 수대로 그리게 하여 한 폭씩 나누어 가졌던 일종의 기록화 또는 기념화이다.
좌목에 적혀 있는 참석자들은 장옥(張玉), 홍서주(洪敍疇), 허자(許磁), 임백령(林百齡), 송인수(宋麟壽), 송순(宋純), 주세붕(周世鵬), 이림(李霖), 허항(許沆), 신석윤(申石潤), 엄흔(嚴昕), 최연(崔演) 등 모두 12인이다. 이들은 1516년부터 1530년 사이에 사가독서(賜暇讀書)하였음이 확인된다.
이 그림에 그려진 산수는 두모포(豆毛浦)의 남쪽 가에 있던 독서당(讀書堂) 주변의 실경(實景)을 대상으로 하였다고 추정된다. 즉 근경의 강은 두모포이고, 강 건너편 산 밑에 안개에 쌓인 채 지붕만 보이는 건물들이 바로 독서당이라고 생각된다.
계원들은 강 위에 떠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배 안에 의관(衣冠)을 정제하고 앉아 있다. 계원들이 타고 있는 큰 배에 술동이들이 실려 있고, 그 옆에 작은 배는 술동이들만을 싣고 따르고 있어 흥겨운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강가에서 그물로 고기잡이하는 어부들의 모습과 함께 활기에 찬 당시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근경 · 중경 · 후경의 3단을 이룬 구도, 수면과 안개를 따라 펼쳐지는 확대된 공간, 단선(短線)과 점으로 묘사된 산과 언덕들의 모습 등 16세기 전반기에 있어서의 안견파(安堅派) 화풍의 면모를 잘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