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한(朴亮漢, 1677~1746)은 자는 자룡(子龍), 호는 매계(梅溪)이다. 박양한은 이조 판서를 지낸 박장원(朴長遠, 1612-1671)의 손자이며 우의정 윤지완(尹趾完)의 외손자로, 소론 명문가 출신이었으나 경력은 화려하지 못했다. 선릉참봉(宣陵參奉), 호조정랑(戶曹正郞)등을 역임하였으나 이인좌(李麟佐)의 난 이후 더 이상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다.
현재 국내본에 장서각본(2권 2책), 고려대본(1권 1책), 규장각본(2권 2책), 『야승(野乘)』 소재본(2권 2책), 조선대본(2권 1책), 『패림(稗林)』 소재본(1권 1책), 『한고관외사(寒皐觀外史)』 소재본(1권 1책) 7종이 있고, 국외본에 버클리대본(2권 2책), 천리대본(2권 1책), 동양문고본(2권 2책)으로 총 10종의 이본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일본의 『광사(廣史)』, 『총사(叢史)』 소재본이 알려졌으나 모두 사라져 없어졌다.
표제는 대부분 『매옹한록(梅翁閑錄)』으로 되었지만, 고려대본은 『매옹한설(梅翁寒說)』로, 버클리대본은 『강라대필(强懶代筆)』로 되어 있다. 이 중 장서각본은 동국대학교 한국문학연구소편 『한국문헌설화전집』 제8책에 실려 있다.
권수 및 이야기 총수 등에서 이본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데, 고려대본이 44화로 이본 중 제일 적은 화소(話素)를 지녔으며 천리대본은 262화로 가장 많은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선본(善本) 계열에 해당하는 천리대본과 버클리대본이 2권 2책으로 되어 있으나 『고령박씨대동보』의 기록에 의하면 『매옹한록』이 5권으로 간행되었다는 기록이 있어 이 역시 원본과 거리가 있다.
『매옹한록』은 서발문이 없어 편찬 과정을 알 수 없으나 책에 보이는 저자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표현이나 내용을 통해 1730년대 초중반 시기, 즉 1728년의 이인좌의 난으로 벼슬을 잃은 후 지방으로 물러났을 때 지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천리대본에는 외할아버지 윤지완과 관련된 이야기가 40여 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윤지완도 그 이야기가 그의 외숙인 정태화(鄭太和)에게서 들은 것임을 전제한 경우가 있다. 또 저자는 정태화의 아들 정재륜(鄭在崙)이 지은 『공사견문록(公私見聞錄)』에서 본 것임을 밝힌 곳도 있는 점으로 보아, 이 책은 외가 쪽에서 보고 들은 것에 많은 근거를 두고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인조, 효종, 현종, 숙종대의 이야기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수록 내용은 장르상으로 일화(逸話)와 야사(野史), 시화(詩話)가 다수 포함되었고, 인물별로는 윤지완, 정태화, 정재숭, 윤훤, 박장원 등 저자의 친가와 외가의 사대부 남성 일화가 상당수를 차지하며, 일부 평민 일화나 점복(占卜)이나 몽조(夢兆), 풍수(風水)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가 포함되었다.
전체의 약 50편이 가문과 관련되거나 교유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로, 특히 정묘호란 당시 외고조인 윤훤의 일화와 외할아버지 윤지완의 일본 통신사 관련 일화가 많고, ‘정응태(丁應泰)의 무고(誣告) 사건’, ‘ 종계변무(宗系辨誣) 외교’ 등 선조(宣祖) 대의 외교에 대한 사건이나 ‘ 인조반정(仁祖反正)’, ‘ 이괄(李适)의 난’, ‘정묘호란', ' 병자호란’ 등 인조(仁祖) 대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었다.
평민 일화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효나 우애 등 도덕적, 윤리적 가치를 담고 있는 이야기나 기이한 이야기도 수록하였다.
『매옹한록』의 기사 중 선조조 이래 당쟁, 임진왜란, 인조반정, 병자호란, 북벌 계획, 예론(禮論) 등에 관한 내용은 사료적 가치가 인정된다. 또한 조선 후기 필기집 중에서 몇 안 되는 소론 계열 인물의 저작으로, 기존 필기집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윤지완, 정태화, 정제두, 남구만 등 소론 계열 인물 일화가 주를 이루어 소론 계열의 당파적 가문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문학사적 측면에서는 주로 사대부 일화 중심의 필기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평민 의식을 수용하여 야담적 성향을 띠고 있다. 또한 후대 야담집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기문총화』 제 4권에는 『매옹한록』의 이야기 중 49편이 집중적으로 실렸고, 『청구야담』에는 19편, 『동야휘집』에는 6편의 유사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