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2월 5일부터 같은 해 6월 3일까지 『매일신보(每日申報)』에 연재되다가 미완(未完)으로 중단된 작품이며, 「혈(血)의 누(淚)」의 하편에 해당된다.
이보다 앞서 1907년 5월 17일부터 6월 1일까지 11회에 걸쳐 「혈의 누」 하편이라고 제(題)하여 국초(菊初)라는 필명으로 『제국신문(帝國新聞)』에 200자 원고지 60매 정도 분량의 작품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혈의 누」 상권과 연결되는 사건 전개의 연속성에 괴리가 있다.
이인직 자신이 「모란봉」 연재에 즈음하여 「혈의 누」와 「모란봉」의 관계를 해명하는 글에서도 『제국신문』 연재분에 대하여 전혀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혈의 누」와 「모란봉」의 직접적인 연계성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인직은 「모란봉」의 집필 서두에서 「혈의 누」와 「모란봉」이 비록 상·하편을 이루고 있으나 양편이 다 독립성이 있으므로 각각 다른 편이 없어도 무방하다고 하였다.
이 같은 작자의 의도는 두 작품의 상관관계에 중요한 전거가 될 수 있다. 내용은 「혈의 누」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던 여주인공 옥련이가 아버지와 함께 귀국하면서 벌어지는 일로 시작된다. 새로 등장한 서일순으로 인하여 미국에 있는 약혼자 구완서 사이에 삼각 애정의 각축이 벌어지고, 그 사이에 서숙자라는 모해자가 등장하는 등, 고전소설적인 사건전개를 보인다.
상권 「혈의 누」에 비하여 밀도가 약하고 통속적인 면이 짙어 작품의 질을 저하시키는 양상이 엿보이나, 미완이므로 그 이상 논평할 수 없다. 또한, 연재 도중 갑자기 중단된 이유도 명백히 밝혀져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작품은 「혈의 누」의 속편으로서 1910년대 이후 신소설의 통속화 양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의의를 지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