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행위 당시에 존재하는 법을 준수할 경우 그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안정된 법 생활을 할 수 있다. 만일 사후의 입법으로 과거에 정당화되었던 일들을 불법적인 것이 되도록 한다든가 혹은 종래 누려왔던 법적 지위나 권리를 부정하게 된다면, 개인의 법적 지위는 물론 전체 법질서에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이러한 점에서 소급입법 금지 원칙은 기존의 법질서에 대한 신뢰가 깨져서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치국가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대한민국헌법」 제13조 제1항 전단],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대한민국헌법」 제13조 제2항]라고 규정함으로써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 헌법상 특정 사안에 대해 소급입법을 명시적으로 허용한 사례도 있었다. 예컨대 제헌헌법 제101조에서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바 있다[이에 따라 1948년 9월 22일 「반민족행위처벌법」이 법률 제3호로 제정]. 그리고 1960년 11월 29일 개정된 헌법의 부칙에서도 “이 헌법 시행 당시의 국회는 단기 4293년 3월 15일에 실시된 대통령, 부통령선거에 관련하여 부정행위를 한 자와 그 부정행위에 항의하는 국민에 대하여 살상 기타의 부정행위를 한 자를 처벌 또는 단기 4293년 4월 26일 이전에 특정 지위에 있음을 이용하여 현저한 반민주 행위를 한 자의 주1을 제한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으며 단기 4293년 4월 26일 이전에 지위 또는 권력을 이용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한 자에 대한 행정상 또는 형사상의 처리를 하기 위하여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바 있다.
소급입법 금지 원칙은 기존에 형성된 법질서를 신뢰한 개인이 사후의 입법으로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이므로, 신법이 특정인에게 이익이나 혜택을 주기 위한 소급입법[이른바 시혜적 소급입법]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시혜적 소급입법을 할 것인가의 여부는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본다[헌재 2012. 5. 31. 2009헌마553 등 참조].
과거의 일을 규율 대상으로 삼는 소급입법은 크게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이미 종료된 과거의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사후 제정된 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입법을 말하고, 후자는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고 진행 과정에 있는 사실 또는 법률관계에 새로운 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입법을 말한다.
진정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 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 원리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진정소급입법 중에도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 즉 기존의 법을 변경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는 심히 중대한 반면에 그 법적 지위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헌재 1989. 3. 17. 88헌마1 등 참조].
가령 일반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웠거나 하여 보호할 만한 신뢰의 이익이 적은 경우, 소급입법에 의한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그리고 신뢰 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될 수 있다고 본다[헌재 1996. 2. 16. 96헌가2등, 판례집 8-1, 51, 88 등 참조]. 대표적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상 친일 재산을 그 취득 · 증여 등 원인 행위 시에 국가의 소유로 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를 진정소급입법이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11. 3. 31. 2008헌바141등, 판례집 23-1상, 276, 304-308].
한편 부진정소급입법은 새로운 사정에 대처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 종종 활용되는 입법 방식이나, 여기서도 수범자가 기존의 법질서에 대해 갖고 있던 신뢰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된다. 헌법재판소는 부진정소급입법의 경우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법제도 변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과 국민의 신뢰를 보호해야 할 이익을 저울질할 때 후자가 전자보다 더 중한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헌재 1995. 10. 26. 94헌바12, 판례집 7-2, 447 등 참조].
헌법재판소가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결정을 내린 사례들도 있다. 예컨대 1억 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노역장유치 기간의 하한을 중하게 변경한 조항을 소급 적용하도록 한 「형법」 부칙 제2조 제1항에 대해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결정[헌재 2017. 10. 26. 2015헌바239 등, 판례집 29-2하, 17, 28-30], 사립학교 교원이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퇴직급여 등을 감액하도록 개정한 조항을 소급 적용하도록 한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부칙 조항에 대해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위반하여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결정[헌재 2013. 9. 26. 2013헌바170, 판례집 25-2상, 761, 763-764]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소급입법 금지 원칙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 원리의 요청을 구체화하는 헌법 원칙이다. 하지만 소급입법의 절대적 금지가 역사적 정의의 실현을 원하는 국민적 염원과 배치되는 사례가 간혹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 원칙은 민주주의의 이념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석할 필요가 있다. 진정소급입법의 예외적 허용은 실질적 법치주의의 이념을 수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