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필사본. ‘병자남한일기(丙子南漢日記)’·‘백등록(白登錄)’이라고도 한다. 남박(南礏)의 난리일기인 『병자록』 상·하권과는 별개의 것이다.
현재 여러 종류의 사본이 전해지고 있다. 원래 3권 1책이었던 것이 뒤에 『남성기(南城記)』·『강도기(江都記)』 또는 『강도록(江都錄)』이 첨가되어 4책본 또는 5책본이 전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장서각에 필사본이 소장되어 있는데, 두 사본의 내용은 대체로 같다. 다만 국립중앙도서관본은 소제목이 붙어 있고 장서각본은 오자와 낙자가 많다.
1928년 조선박문사에서 신활자로 발행한 『임진급병자록(壬辰及丙子錄)』이 있는데, 이것은 한문에 토를 달았으며 앞의 두 사본과는 순서가 다르고 내용이 더 자세하다.
이 책은 1636년(인조 14) 12월 12일 청나라 군대가 우리나라에 침입했다는 도원수 김자점의 장계(狀啓 : 감사 또는 임금의 명을 받들고 나간 지방의 벼슬아치가 임금에게 글로써 하는 보고)를 받은 날로부터 시작하여, 이듬해 2월 8일 세자와 봉림대군이 볼모로 심양으로 떠나간 날까지 57일 동안의 일기이다.
그리고 일기를 보충하기 위하여, 앞부분은 청나라의 태조 누르하치가 건주여진(建州女眞)에서 일어나 세력을 떨치고 후금을 세운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뒤에는 정묘호란의 양상, 화약이 성립된 이후 두 나라 사이의 관계 및 청조의 성립과정 등이 기록되어 있다.
일기 뒷부분에는 임금이 항복한 뒤 청나라 황제에게 보낸 글, 병자호란 중 우리나라 장수들의 활동상황, 강도(江都) 함락의 진상, 절의에 죽은 사람들, 그리고 나랏일을 그르친 자에 대한 징벌문제 등이 수록되어 있다.
병자호란의 산 역사로서, 적병에게 포위되어 47일 동안 고립무원의 외로운 산성 안에서 보냈던 비통했던 나날, 그리고 이민족의 지배자에게 무릎을 꿇어 항복하는 치욕의 장면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