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제도는 일반적으로 국가유공자의 명예를 존중하고 국가가 그 유족의 생활 안정을 책임지는 목적을 가진다. 이는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과제로서,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에서 존재해 왔으며 각 국가별로 다양하면서도 체계적으로 발전해 왔다. 보훈제도는 국가의 결속과 공동체 의식을 위한 기능뿐만 아니라 난관에 직면한 국가유공자를 돕는 사회 복지 제도의 역할도 수행했다.
한국에서도 「국가보훈기본법」 제1조에서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의 숭고한 정신을 선양하고 그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의 영예로운 삶을 도모하며 나아가 국민의 나라 사랑 정신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보훈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2조도 “대한민국의 오늘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으로 이룩된 것이므로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그 정신을 기억하고 선양하며, 이를 정신적 토대로 삼아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국가보훈의 기본 이념으로 선언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보훈 관련 법령은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국가보훈기본법」을 비롯해서 17개의 법률과 이를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대통령령 16개, 총리령 18개로 구성되어 있다. 보훈 관련 법률의 성격과 그 목적에 따라 기본 법률, 대상자별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보훈 단체 사업 및 소속기관에 관한 법률로 구분할 수 있다.
기본 법률(1) 「국가보훈기본법」
대상자별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8)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순국선열, 애국지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전몰군경, 참전 유공자, 4·19혁명 유공자 등 16개 유형)」,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 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고엽제 후유증 등 3개 유형)」,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참전 유공자)」, 「5·18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5·18민주화 운동 사망자 등 3개 유형)」, 「제대 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5년 이상 복무한 제대 군인)」, 「특수 임무 유공자 예우 및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사망자, 부상자, 공로자 등 3개 유형)」, 「보훈 보상 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재해 사망 군경 등 4개 유형)」
보훈단체 및 개별 사업에 관한 법률(8)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 「보훈기금법」,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 「독립기념관법」, 「독도의용수비대 지원법」
1961년 군사원호청이라는 이름으로 창설되었고, 이듬해 원호처로 개명되었다가 1985년 1월 대통령령에 의거하여 국가보훈처로 개명되었다.
2021년 6월 현재 보훈 업무 관장 기관은 국가보훈처가 있으며 그 산하에 5개의 지방보훈청과 21개의 지방보훈지청을 두고 있으며, 국립대전현충원, 국립민주묘지관리소(3개소), 국립호국원(6개소), 국립신암선열공원관리소 및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그리고 보훈심사위원회 등 많은 소속기관과 산하단체를 두고 있다(「국가보훈처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2조).
2022년 10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는 정부 개편안(18부 ·3처 ·19청 ·6위원회)이 확정되었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확정안이 통과되면 국무회의 심의 · 의결권, 부령 발령권이 없는 현행에서 보훈처 장관은 독자적 부령권을 가지게 되며, 국무위원으로서 국무회의에 참석하여 정책 심의와 의결을 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될 수 있다.
보훈 대상은 국가에 기여한 것을 이유로 국가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일정한 물질적 지원과 국민의 존경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는 국가 행정의 객체이다. 보훈 대상 범위에 관한 기준은 각 국가별로 달리 정립되어 있으며, 한국에서도 시대 여건의 변화나 정부의 국정 철학 또는 방침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정립되고 운영되어 왔다.
한국의 현행 보훈제도에서는 국가의 존립과 유지 그리고 발전을 위해 공헌하고 희생한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민주화 유공자, 사회발전 유공자 등 각 분야별로 다양한 계층의 국가유공자들을 보훈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8개 법률에서 총 31개의 유형이 있으며, 2022년 9월 현재 보훈 관련 법률에 의해 선정된 보훈 대상자는 총 835,630명으로 집계되었다.
주요 보훈 사업으로는 생활 보장, 복지 지원, 보훈 및 유공자 예우 문화 창달 등이 있다. 생활 보장 사업으로는 보훈 급여금의 지급(보상금, 각종 수당, 사망일시금), 교육 지원(취학 관리, 교육비 지원, 취학 자녀 지도 등), 취업 지원, 대부 지원 등이 있다. 그 외에 노후 복지, 의료, 재활, 양로 · 양육, 수송 시설 이용 등 지원 사업이 시행되고 있으며, 보훈 및 유공자 예우 문화 창달 사업으로는 보훈 기념 행사, 독립운동 등 공훈 선양 및 지원 사업 등이 시행되고 있다. 2022년의 보훈 관련 정책 예산은 5조 8,751원(국가 전체 예산 대비 0.97%)이며, 그 중 보훈 급여금은 4조 5,739원(77.8%)이다.
보훈 관련 법률의 효시는 이승만 정부 당시 군복무 중인 장병과 그 가족 또는 유족에 대한 원호를 목적으로 1950년 4월 14일에 제정된 「군사원호법」이다. 그 후 전투에 참가하여 부상을 당한 경찰관과 그 가족 또는 순직한 경찰관과 유가족에 대한 원호를 목적으로 하는 「경찰원호법」(1951)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전몰군경유족과 상이군경 연금법」(1952)이 제정됨에 따라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연금 지급 제도가 실시되었다.
원호 업무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원호보상법」이 1961년 11월에 5·16에 의해 수립된 국가재건최고회의 군정에 의해 제정되었다. 「군사원호보상법」과 「국가유공자 및 월남귀순자 특별원호법」은 군사원호 대상자 및 애국지사 등 특별원호 대상자의 보상에 관한 기본법이었다. 이 법에 근거하여 교육과 취업 지원 등 개별적인 원호 사항을 규정하는 법률이 제정되고 공포됨으로써 원호 제도의 법적 체계가 확립되었다. 이 시기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애국지사’로 정의했는데, 전쟁에 참전한 유공자를 주로 대상으로 정한 다른 국가의 일반적인 보훈제도와의 차이를 보여 준다. 그 후 입법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합리적인 보상 지원을 추진하기 위해 관계 법률의 개정이 자주 이루어졌다.
보훈제도의 기능과 성격이 유사한 7개의 법률을 흡수 및 통합하고 법률상 미비점 등을 보완하여 1984년 전두환 정부 당시 국가보훈 체계의 기틀이 되는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 법으로 인해 그동안 구호의 의미를 담은 ‘원호’가 폐지되고 그 공훈에 보답하고 뜻을 기린다는 의미의 ‘보훈’으로 개칭되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국가유공자의 명칭과 범위를 새롭게 정립하고, 종래의 물질적 지원뿐 아니라 사회적 예우도 함께 시행하였다. 원호 대상자를 국가유공자로, 그 유족에 대한 명칭을 국가유공자의 유족으로 변경했으며 그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생계보조 수당, 의료 수당, 근로 수당 및 간호 수당을 부가 연금으로 일원화했다.
1994년 김영삼 정부 당시 광복 50주년을 계기로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을 재평가하고 예우에 대한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별도로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에 대한 보상과 예우를 위한 「참전군인 등 지원에 관한 법률」, 「고엽제후유의증 환자 진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보훈제도의 대상이 확대되었다.
2000년대 이후 보훈 대상과 각 대상별로 개별적인 지원 법률이 마련됨에 따라 보훈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한 법률 체계 정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보훈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국가보훈 업무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선진 보훈 문화가 확립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또한 김대중 정부 당시 2002년 「광주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과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특수임무수행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민주화 유공자와 특수임무 유공자 등이 새롭게 보훈 대상으로 포함되었다. 기존 유공자 이외에 제대 군인을 보훈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국가보훈 대상의 확대와 더불어 국가보훈 업무의 영역도 확대되었다. 독립기념관에 대한 관리와 국립묘지 관리를 위한 「독립기념관법」과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가보훈처 소관 법률로 제 · 개정되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유공자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등 9개 법률안의 제 ·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지난 50년간 유지되어 온 보훈보상 체계가 대대적으로 개편됨에 따라 새로운 보훈보상 체계 및 기준이 마련되었다.
국가보훈처는,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를 위한 헌신이 정의롭고 당당한 대한민국’을 최상위 비전으로 하는 「제4차 국가보훈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국가유공자의 명예를 높이는 예우 정책,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훈보상 체계, 언제 어디서나 든든한 보훈의료 복지, 나라 위한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 안보 현장에서 헌신한 분들에 대한 지원” 등을 정책 목표 및 단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현행 보훈 정책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호주, 캐나다 등 대다수의 외국에서는 보훈의 대상을 국가 존립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군사적 영역으로 설정하고 군인 및 그 유족으로 한정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군사 관련 뿐 아니라 정부의 결정과 국회의 정치적 타협에 따라 독립운동, 민주화운동, 해외 참전 등 다양한 유형을 보훈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둘째,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된 선진 산업국가에서 보훈복지가 사회복지의 한 부분으로 통합되어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사회복지 제도가 저발전 상태에 머무는 특수한 상황에서 사회복지와는 별개의 보훈복지를 실행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셋째, 한국의 보훈제도에는 생활 안정을 위한 보상과 공훈 선양 활동은 물론, 나라사랑 교육, 참전국과 보훈 외교, 국민 계도 활동에 이르기까지 보훈 사업의 유형과 종류가 다양한 편이다.
한국의 보훈제도는 전쟁 이후 사회로 복귀한 군인의 생계 부조를 위한 원호 정책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상징 정책으로 크게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보훈 대상과 범위가 국민 통합의 목표와는 달리 사회 분열과 정치적 논쟁을 유발하기도 했다. 보훈 대상에 대한 분명한 정의와 보상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향후 모든 국민을 위한 사회복지 제도와 긴밀한 연계를 통한 보훈제도의 정비도 중요한 제도 개혁의 과제이다. 이를 통해 보훈제도가 국가유공자에 대한 인정 및 존중과 함께 국민 통합과 결속을 높이는 목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