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국문필사본. 여러 고도서 목록들에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현재 동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은 이병기(李秉岐)의 저서들에 소개되어 있는 약간 편을 통하여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원래 ‘부담((浮談)’이란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근거 없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낱말을 책 이름으로 삼은 직접적인 동기는 이 책 둘째 면에 있는 다음과 같은 일화로 말미암은 것이다.
조위한(趙緯韓)은 이항복(李恒福)의 벗으로 말을 잘하고 해학을 즐기었다. 하루는 조위한이 이항복의 집으로 놀러 오니, 마침 이항복이 외출하고 없었으므로 문 위에 “부담천자(浮談天子) 붕(崩)하다.”라고 쓰고 돌아갔다. 이항복이 돌아와 보고 즉시 그 아래에 “태자 위한이 입(立)하다.”라고 썼다.
뒤에 이 말을 전해 들은 조위한이 욕보임을 나무라니, 이항복이 대답하기를 “아비 죽으니 아들이 섬이 마땅하니 사관(史官)이 기록한지라 누가 시비하리오.”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담’이라는 서명은 이러한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학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이병기가 『요로원야화기(要路院夜話記)』라는 산문 단편집을 간행하면서 그 속에 『부담』 소재의 세 편을 뽑아 「신방초일(新房初日)」·「불효부전(不孝婦傳)」·「해서기문(海西奇文)」이라는 제목을 붙여 실음으로써 시작되었다.
이 중 「불효부전」은 지략담의 일종으로 시아버지가 거짓 부고로써 밉게 여기던 셋째 며느리를 시험해 보려 하다가 도리어 낭패를 보았다는 이야기이며, 또한 「해서기문」은 과장담으로, 방귀쟁이의 이야기이다.
황해도 봉산 땅에 방약장(方約長)의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두 볼기가 남다르게 크더니, 14세 되던 해 봄에 들로 나물을 캐러 갔다가 방귀를 뀌어 까투리 두 마리를 잡아왔다. 그 부모가 의심하고 물었더니, 딸은 부모 앞에서 방귀를 뀌어 변명하였다. 그 뒤 배풍헌의 아들에게 시집가서 또 방귀를 뀌다가 쫓겨났다.
친정으로 돌아오다가 또 방귀를 뀌어 원님의 약이 될 배를 따 주고 무명 한 통을 받아 가지고 다시 시집으로 가서 아들딸을 낳고 잘살다가, 방귀로 유명한 풍초관과 겨룸을 하여 더욱 이름을 높였다.
그 밖에 이병기의 『국문학개론』에는 ‘벙어리가 중의 상투를 잡고 꾸짖는 이야기’라는 이항복의 일화가 『부담』 출전으로 소개되어 있다.
『부담』은 국문으로 표기된 소담집의 희귀한 예일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우수한 우리 해학문학의 정수라는 점에서 국문학사상 매우 귀중한 문헌이며, 그 특이한 어휘·문체들로 미루어 보아 국어학적으로도 중시될 만한 자료집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