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상 ()

사회구조
개념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구성한 공동체, 즉 ‘사회’의 구조, 변동, 병리 현상, 이상형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사회사상이란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구성한 공동체, 즉 ‘사회’의 구조, 변동, 병리 현상, 이상형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회사상은 ‘광의의 사회사상’과 ‘협의의 사회사상’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인간이 역사적으로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와 관련하여 전개해 왔던 일련의 성찰적 의식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이라면, 후자는 19세기 이래 서양 사회가 일련의 정치 혁명과 산업 혁명을 거치며 등장한 ‘사회학’과 사실상 그 외연과 내포를 같이하는 개념이다.

정의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구성한 공동체, 즉 ‘사회’의 구조, 변동, 병리 현상, 이상형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사회사상’에 대한 정의의 문제

‘사회사상(社會思想)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 문제는 일찍이 동서양의 사회사상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고심해 왔던 사안이자, 이 개념의 외연과 내포 또한 현실적으로 각 연구자의 문제의식, 연구 목적 및 이론적 입장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규정되어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일률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 ‘사회사상’에 대한 일률적 정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이를 구성하는 핵심 개념, 즉 ‘사회(社會)’와 ‘사상(思想)’이란 개념이 함축하고 있는 다의성(多義性)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다의성의 기저에는 각 연구자들이 전제하여 견지하고 있는 ‘철학적 세계관(世界觀 Weltanschauung)’과 ‘해석학적 입장(解釋學的 立場)’에서의 차이, ‘의미작용의 정치학(The Politics of Signification)’ 내지는 ‘지식(知識)과 권력론(權力論)’의 문제 등과 같은 매우 복잡다기한 사상적이고 이론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는 ‘사회사상’ 또는 ‘사회사상사(社會思想史)’에 대한 기존 연구 업적의 현실태(現實態)를 감안하는 동시에, 필자 나름의 관점을 반영하여 ‘사회사상’을 편의상 ‘광의(廣義)의 사회사상’과 ‘협의(狹義)의 사회사상’으로 각각 나누어 설명하고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사상’의 종류와 핵심 주제

광의의 사회사상

우선, ‘광의의 사회사상’은 현재 통상적으로 ‘Social Thought’라는 용어로, 또한 이를 체계화한 이론에 대해서는 ‘Social Theory’라는 용어로 지칭되고 있으며, 이는 또한 몇 가지 독특한 연원과 특징 및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

첫째, 광의의 사회사상은 그 연원을 인간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로서 인류 문명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어떤 형태로건 ‘무리(群)’를 이루어 공동생활을 영위해 왔다는 역사적 사실에 두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신이 소속된 씨족이나 부족, 국가, 사회 등의 공동체에 대하여 계급계층과 결부된 분파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모종의 ‘의식(意識)’을 형성하고 발전시켜 왔다. 이처럼 인간이 역사적으로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와 관련하여 전개해 온 일련의 성찰적 의식이 곧 ‘광의의 사회사상’을 구성한다고 하겠다.

둘째, 광의의 사회사상은 바로 상기의 맥락에서 필수적으로 일련의 독특한 특징을 드러내어 보인다. ① ‘시공간의 측면’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사회, 나아가 선사시대(先史時代) 이래로 모든 인류 사회에서 다 같이 출현되고 전개되어 왔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보편적 성격’을 가진다. ② ‘사상 자료의 측면’에서는 그 구체적 내용이 역사적으로 각 시대, 각 사회에서의 민간전승(Folklore)과 신화전설, 철학 사상, 윤리 사상, 종교 사상, 역사 사상, 정치 사상, 경제 사상 등과 분리되지 않거나 중첩된 상태로 표현되어 왔다. 또한 19세기에 서구에서 ‘ 사회학(社會學)’이란 학문이 새롭게 출현한 이후에도 여전히 사회학적 사유를 포함한 다양한 학문 분과, 즉 철학, 윤리학, 신학, 역사학, 정치학, 법학, 경제학, 인류학, 심리학, 문학과 예술, 자연 과학 등과의 밀접한 관련성하에서 구성되고 전개되어 왔다는 의미에서 특히 ‘학제적(Interdisciplinary) 성격’을 필연적으로 함축하기도 한다.

셋째, 광의의 사회사상은 일련의 핵심 주제를 공통적으로 포괄하기 마련이다. ① ‘사회생활의 기원과 본질’로서, 여기에는 사회생활을 뒷받침하는 모종의 세계관적 존재론과 인간론, 특정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기본 가치와 규범 및 그 정당화의 근거 등에 대한 설명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② ‘사회생활의 변동’으로서, 여기에는 사회변동 일반에 대한 이론적 관점인 순환론, 진보사관, 퇴보사관 및 상고주의를 포함하는 단선론, 변증법론 등과 특정 사회의 역사적 존재 형태 및 그 미래적 변화 양상 등에 대한 구체적 전망이 반드시 내포된다. ③ ‘사회생활의 근본 문제’로서, 여기에는 주로 특정 사회를 구성하는 물적 문물제도의 현실적 주요 모순과 이에 대한 구조적 진단 및 그 정책적 해결 방안 등에 대한 제안이 핵심적으로 포괄된다. ④ ‘사회생활의 이상형’으로서, 여기에는 상기의 논의를 전제로 특정 사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당위적 모델로서 이른바 ‘유토피아(Utopia)’에 대한 일반적 구상, 즉 이상적 공동체를 구성하는 요소와 조건,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 및 그것이 이상적인 까닭 등에 대한 해명이 필수적으로 제시된다고 하겠다.

넷째, 광의의 사회사상은 상기의 맥락에서 그 역사를 특히 ‘통사(通史)’의 맥락에서 조명하고 서술하는 경우에는 ‘세계사(世界史)’나 ‘일국사(一國史)’를 막론하고 몇 가지 특정 연구 대상을 필수적으로 포괄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① ‘선사시대의 원시사회(原始社會)의 사회사상’ 및 ‘고대사회(古代社會) 이래 전개되어 온 사회사상’이 바로 그것이다. ② 여기서 ㉠ 전자의 경우에는 주로 고대 이래로 각 사회에서 전승되어 온 신화와 전설, 이후 인류학, 민속학고고학 등에서 발굴하여 탐색해 온 역사적 유물과 자료에 의거하여 확인되고 서술된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대개 이 세계의 기원에 대한 해명, 인류의 탄생에 관한 설화, 초기 문명적 영웅에 대한 찬양 등이 요체를 이루며, 그 담론적 공통성으로는 단순성, 미개성, 비체계성 및 비추상성 등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이는 모든 사회에서 이후 사회사상의 발전과 전개에 있어 기본적 출발점이 된다는 의미에서 그 사상적 의의는 결코 간과되거나 과소평가될 수 없다. ㉡ 후자의 경우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사상 내용이 전개되는 바, 즉 서양에서는 특히 고대 그리스에서의 플라톤(Plato)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국가론(國家論)’과 더불어 이후 17세기 이래 홉스(T. Hobbes, 15881679), 로크(J. Locke, 16321704) 및 루소(J. J Rousseau, 1712~1778)에 의해 전개된 일련의 ‘사회계약론(社會契約論)’이 그 대표적 사례로서 거론된다. 이는 이후 서양에서 정립된 인간 사회에 대한 과학(科學)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한편, 동양에서는 무엇보다 고대 중국, 즉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나타났던 일련의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사상’이 그 대표적 사례로서 상정된다. 여기서도 특히 ‘공자(孔子)의 유가(儒家)’와 ‘노자(老子)의 도가(道家)’에서 전개되었던 일련의 사회사상이 그 사상적 내용의 측면이나 이후의 영향력의 측면에서 일차적으로 주목된다. 즉, 공자의 경우에는 ‘인정(仁政)’의 이념, ‘예치(禮治)’와 ‘정명(正名)’의 사상, 그의 사상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는 이상 사회론으로서의 ‘대동(大同)’과 ‘소강(小康)’의 이념 등이 그의 사회사상의 요체를 구성한다면, 한편 노자의 경우에는 ‘무위(無爲)’의 이념, ‘과욕(寡慾)’과 ‘우민(愚民)’의 사상, 이상 사회론으로서의 ‘소국과민(小國寡民)’의 이념 등이 곧 그의 사회사상의 요체를 구성한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상과 같은 유가와 도가의 사회사상은 이후 중국의 역대 사상계에 각각 다양한 형태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또한 지속적으로 그 흔적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현재 ‘광의의 사회사상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동서양의 대표적 연구물의 주요 경향과 그 방법론적 특징을 간략히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사회사상사(社會思想史)를 ‘통사(通史)’와 ‘세계사(世界史)’의 맥락에서 소개하고 서술하는 사례가 있다. 여기서는 그 주요 내용으로서 선사시대, 고대 극동(極東)과 근동(近東), 고대 그리스 및 로마, 서양 중세의 사회사상으로부터 시작하여 18세기 이래 서양에서의 객관적인 사회 과학 및 사회학의 등장, 서유럽 및 미국을 위시하여 세계 각국에서 전개된 사회학의 동향을 총망라하여 정리하고 있다.

② 사회사상사를 ‘통사’와 ‘일국사(一國史)’의 맥락에서 소개하고 서술하는 사례가 있다. 여기서는 그 주요 내용으로서 중국(中國)의 원시시대에서부터 출발하여 하(夏) · 상(商) · 주(周) 시대, 춘추시대(春秋時代), 전국시대(戰國時代), 진(秦) · 한(漢) 시대를 거쳐 이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중국에서 사회학이 출현하기 이전 시기까지 출현했던 일련의 사회사상을 통시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연구 방법론으로는 특히 마르크스주의적 유물사관(唯物史觀)에 입각하여 왕조(王朝)를 중심으로 해당 시기의 학파, 인물, 저작 등을 선별적으로 활용하는 특색을 보이고 있다.

③ 사회사상사를 ‘시대사(時代史)’와 ‘지역사(地域史)’의 맥락에서 소개하고 서술하는 사례가 있다. 여기서는 ㉠ 연구자가 특히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사회적 이론화’로서의 ‘일반적 사회사상’을 표방하고 전제하는 가운데, 곧 ‘사회사상사’이자 ‘지성의 역사’로서 1890년에서 1965년에 이르기까지 유럽 및 영미권에서 사회학을 위시한 철학, 심리학 또는 정신 분석학, 역사학, 정치학, 문학 등의 다양한 학문 분야에 걸쳐 당대의 중심 문제와 치열하게 대결했던 대표적인 혁신적 사상가들의 지적 궤적을 광범위하게 추적하며 탐구하고 있는 연구물이 있다. 연구 방법론으로는 개별 학문 분야의 개념들에 대한 형식적 해명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분야의 사상가들이 서로 관련되면서 보여 주는 공통적인 ‘사상의 스타일’에 특히 주목하는 특색을 보이고 있다. ㉡ 연구자가 ‘사회사상’이란 개념을 ‘인간의 사회적 해방을 위한 사상’으로, 그 역사적 유형으로는 ‘인간 해방의 사상’, ‘민족 해방의 사상’ 및 ‘계층 해방의 사상’으로 정의하고 분류하는 가운데, 곧 ‘사회사상사’로서 르네상스(Renaissance)로부터 20세기 초기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회에서의 자본주의 체제의 발전 단계에 따라 상기의 사상을 차례대로 소개하고 있는 연구물이 있는 바, 연구 방법론으로는 특히 ‘개별 과학사로부터 사회의 총체적 파악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중시하는 특색을 보이고 있다. ㉢ 연구자가 ‘사회사상’이란 개념을 ‘근대 국가와 시장 경제의 관계를 원리적으로 고찰한 사상’으로 정의하는 가운데, 곧 ‘사회사상사’로서 특히 ‘자유(自由)’와 ‘공공(公共)’이라는 두 개념을 축으로 시기적으로는 르네상스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상가로는 마키아벨리(N. Machiavelli, 14691527)에서 롤스(J. Rawls, 19212002)에 이르기까지 서양 사회에서 전개된 사회사상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연구물이 있다. 연구 방법론으로는 특히 ‘경제학적 접근법’을 채택하는 특색을 보이고 있다.

④ 이외에도 광의의 사회사상을 특정 개인의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서술하는 사례들 또한 발견된다. 여기서는 ㉠ 특히 한국의 근 · 현대기에 제기된 민족적 과제에 정면으로 대결했던 대표적인 역사적 인물, 즉 박은식(朴殷植, 18591925)과 신채호(申采浩, 18801936)를 위시한 일련의 주요 인물들인 안창호(安昌浩), 주시경(周時經), 한용운(韓龍雲), 조소앙(趙素昻), 여운형(呂運亨), 안재홍(安在鴻), 김구(金九) 등의 사상을 집중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연구물들이 주목된다. 여기서는 ‘사회사상’이란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제시되지 않으나, 그 구체적 내용으로 첫째 민족주의사상(民族主義思想), 둘째 교육구국사상(敎育救國思想), 실업구국사상(實業救國思想), 사회관습개혁론(社會慣習改革論) 등을 포함하는 애국계몽사상(愛國啓蒙思想), 셋째 유교구신론(儒敎求新論), 양명학론(陽明學論), 대동사상(大同思想) 등의 민족종교론(民族宗敎論), 넷째 역사론(歷史論)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며 포함되고 있다. ㉡ 또한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되는 홍대용(洪大容, 1731~1783)의 사회사상을 전면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연구물이 있다. 여기서 연구자는 ‘사회사상’이란 개념을 ‘사회적 이념이나 제도에 대한 구상 내지 모색’으로 정의하는 가운데, 특히 ‘홍대용의 사회사상의 논리와 체계’를 그의 대표적 저술인 『임하경륜(林下經綸)』과 『의산문답(毉山問答)』을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소개하고 있다.

협의의 사회사상: 사회학적 사유

한편, ‘협의의 사회사상’은 현재 통상적으로 ‘Sociological Thought’라는 용어로, 또한 이를 체계화한 이론에 대해서는 ‘Sociological Theory’라는 용어로 지칭되고 있다. 여기서 협의의 사회사상은 일면 ‘사회학적(社會學的) 사유(思惟)’로 지칭되기도 하는 바, 이것의 형성과 전개는 곧 역사적으로 19세기 서양에서 ‘사회학(社會學)’이란 새로운 학문의 탄생과 사실상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첫째, 협의의 사회사상의 연원을 들자면, ① 역사적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서양에서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을 필두로 19세기에 걸쳐 연이어 발생했던 일련의 ‘정치혁명(政治革命)’과 함께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전개된 ‘산업혁명(産業革命)’의 물결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양대 혁명은 사회적 측면에서는 새로운 사회 세력으로서의 ‘부르조아지(Bourgeois)의 부상’과 함께 ‘근대시민사회(近代市民社會)의 등장’, 경제적 측면에서는 ‘농업 위주의 사회에서 공업 위주의 사회로의 전면적 변화’와 함께 대규모 생산과 소비에 근거한 ‘자본주의적(資本主義的) 상품시장경제(商品市場經濟)의 성립’, 정치적 측면에서는 세속적 정치권력의 확보와 일정한 영토를 기반으로 한 ‘국민국가(國民國家)의 등장’ 등으로 대표되는 거시적이고도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② 한편, 지적 및 사상적 배경으로는 18세기 이래 전개되어 온 진보적 ‘계몽사상(啓蒙思想)’ 및 이에 대한 보수적 반동으로서의 ‘낭만주의사상(浪漫主義思想)’ 등이 그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둘째, 협의의 사회사상은 바로 상기의 맥락에서 필연적으로 독특한 ‘역사성(歷史性)’을 함축하는 바, 특히 ① ‘시 · 공간의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19세기 이후 서양 사회’를 배경으로 탄생하였다는 의미에서, 즉 유구한 인류 역사에서 본다면 ‘지극히 최근에, 그리고 극히 일부 지역에서 생겨난 하나의 지적(知的) 사조(思潮)’로서의 ‘특수적 성격’을 가진다. ② ‘사상 자료의 측면’에서는 당시 사회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문제 제기이자 그 해답에 대한 모색으로서의 ‘사회학’이란 새로운 학문에 전적으로 의거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특히 ‘전문적 성격’을 필연적으로 함축하기도 한다.

셋째, 협의의 사회사상은 상기한 바대로 우선 서양 사회가 19세기 이래 역사상 처음으로 경험했던 일련의 근본적 변화, 즉 ‘광의의 근대화(近代化)’ 현상에 대한 성찰적 분석과 진단으로서 출발하고 등장했던 바, 또한 이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양 및 전세계(全世界)에서의 ‘근대(近代)의 진전 단계’에 각각 조응하는 가운데 일련의 핵심 주제를 끊임없이 계승 및 발전시켜 왔음은 물론이다. ①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초기 근대’의 단계에서는 서양에서 과거 수백 년 동안 확고부동했던 기존의 사회적 삶의 질서와 규범이 전체적으로 급격히 해체되어 가면서 근본적으로 의문시되었던 바, 이처럼 혼란스럽고 불확실해 보이는 시대적 상황하에서 일차적으로 제기되었던 핵심적 관심사는 무엇보다 ‘동학(動學)과 같은 사회변동(社會變動)’과 ‘정학(靜學)과 같은 사회구조(社會構造)’의 규명에 있었으며, 이외에도 초기의 근대화가 야기했던 ‘사회병리(社會病理)’에 대한 진단과 처방 역시 중요한 사상적 과제로 제기된 바 있다.

즉, ㉠ 사회변동과 관련한 당시의 근본적 질문은 특히 ‘사회 질서는 어떻게 가능한가?’로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해명으로는 대표적으로 사회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꽁트(A. Comte, 17981857)가 인류의 진화 법칙으로서의 이른바 ‘3단계 법칙’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외에도 당시의 거시적 사회변동과 관련하여 대표적 고전사회학자였던 스펜서(H. Spencer, 18201903)는 ‘군사형 사회에서 산업형 사회로’, 뒤르켐(E. Durkheim, 18581917)은 ‘기계적 연대의 사회에서 유기적 연대의 사회로’, 퇴니스(F. Tönnies, 18551836)는 ‘공동사회(Gemeinschaft)에서 이익사회(Gesellschaft)로’라는 일련의 도식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마르크스(K. Marx, 18181883)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이른바 사적(史的) 유물론(唯物論)의 관점에서 근대의 ‘부르조아적 생산양식의 등장’이란 개념으로 포착하여 인식한 바 있으며, 또한 베버(M. Weber, 18641920)는 이러한 변화를 특히 문화적 관점에서 ‘합리화(Rationalization)’의 과정으로 규정하기도 하였다.

㉡ 한편, 사회구조와 관련해서는 ‘사회의 본질’, ‘사회의 구성 요소’, ‘사회의 기본 단위’ 등이 핵심적 관심사로 제기되었다. 여기서 ㉮ 사회의 본질과 관련해서 당시 제기되었던 논쟁은 대표적으로 ‘사회명목론(社會名目論)’과 ‘사회실재론(社會實在論)’ 간의 대립으로 나타났다. 전자가 단적으로 ‘사회란 단순히 개인들의 집합체에 불과하며, 이에 그 자체를 하나의 실재(實在, Reality)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 후자는 ‘사회란 개인들로 구성됨은 사실이지만, 일단 한번 구성되고 나면 이를 구성하는 개인들과는 무관한 독자적 실재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 당시 전자를 대표하는 고전사회학자로는 스펜서, 짐멜(G. Simmel, 18581918), 따르드(G. Tarde, 18431904)를 들 수 있다. 여기서 스펜서는 사회를 단지 ‘개인의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 인식함으로써 사회의 기원을 개인주의적이고 공리주의적인 용어로 파악했다면, 짐멜은 ‘사회란 상호작용으로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개인들을 지칭하는 이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따르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사회를 발명, 모방, 대립과 같은 개인들의 심리적 상호작용에 의해 성립되는 현상, 즉 순전히 ‘모방하는 자와 모방되는 자의 추상적 집합’에 불과한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반면, 후자를 대표하는 고전사회학자로는 특히 뒤르켐을 들 수 있다. 그는 사회현상이란 곧 ‘사회적 사실(Social Fact)’로서, 이는 곧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에게 대해 ‘외재성(外在性)’과 ‘강제성(强制性)’이란 특징을 가진다고 인식했으며, 또한 이것이 곧 사회학의 주요 연구 대상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한편, 이상과 같은 사회명목론과 사회실재론의 대립은 곧 ‘사회를 연구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도 각각 입장을 달리했던 바, 즉 전자가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표방했다면 후자는 ‘방법론적 전체주의’를 지향한 바 있다.

㉯ 사회의 구성 요소와 관련해서 ⓐ 당시의 사회학적 사유에서는 대체로 사회를 ‘복합적인 구조적 전체’로 파악하는 입장에서 출발했는데, 바로 이런 맥락에서 사회란 초개인적 구조들, 즉 국가, 종족, 가족 등의 조직, 계급과 계층과 같은 제도, 종교와 직업 등의 결사체, 도시와 촌락과 같은 지역 공동체 등을 총망라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 그러나 이러한 초기의 총체적 인식은 이후 점차 분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뒤르켐의 경우에는 근대사회는 사회적 연대성의 원천이 시민적 제도에 있다는 관점에서 공적 영역으로서의 ‘국가(國家)’와 자율적인 사적 영역으로서의 ‘시민사회(市民社會)’를 분리시키면서 특히 후자에 관심을 기울인 바 있으며, 한편 짐멜의 경우에는 당시 사회학을 인간의 모든 측면을 다루는 지배적 과학으로 만들려는 거창한 시도를 자기기만적인 것으로 비판하는 가운데 사회학이 다루어야 할 정당한 대상은 ‘사회성(Sociation)’, 즉 인간 간의 상호작용이 보여 주는 특수한 형식들과 그것들이 집합적으로 결정화된 특성들을 묘사하고 분석하는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무엇보다 ‘사회생활에 대한 기하학(幾何學)’으로서의 이른바 ‘형식(Form)’ 사회학을 나름대로 발전시키기도 하였다.

㉰ 사회의 기본 단위와 관련해서도 당시 고전사회학자들 간에 견해차가 겉으로 드러나기도 하였다. 일례로 꽁트와 스펜서는 공히 사회를 ‘생물유기체(生物有機體)의 도식’에 의거하여 파악하고 또한 그 결속력의 원천을 ‘언어(言語)’에서 찾고 있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꽁트는 기본적인 사회적 단위로서 ‘가족(家族)’을 적시하며 이를 ‘여타 모든 사회결합체의 원형’으로 상정한 반면, 스펜서는 철저한 개인주의의 입장에서 기본적인 사회적 단위로서 ‘개인’을 강조하는 차이를 보여 주기도 하였다.

㉢ 끝으로 초기의 근대화가 야기했던 ‘사회 병리’에 대한 진단과 처방과 관련해서도 고전사회학자들은 일련의 주목할 만한 견해를 표명한 바 있으니, 이는 실제로 당시 제시되었던 ‘사회학적 사유의 요체’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에 그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 마르크스가 보기에 당시 산업자본주의(産業資本主義)로 구체화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은 일면 엄청난 생산력(生産力)의 증가를 야기했지만 동시에 급격한 사회변동의 결과로 무질서와 사회적 갈등을 항상적으로 수반함으로써 당시 인간의 존재 양태를 유례없이 왜곡시키는 가운데 그 자체의 필연적인 운동 법칙에 따라 파국적 종말로 내달리고 있었다. 이에 그는 당시 분업(分業)과 사적(私的) 소유(所有)가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조건하에서의 노동자와 자본가와 같은 계급적 인간의 일반적 존재 양태를 한마디로 ‘소외(Entfremdung)’로 규정했던 바, 즉 노동자 계급은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부터의 소외, 자신의 생산 행위로부터의 소외, 인간의 본질(menschlich Wesen)로서의 유적(類的) 생활(生活, Gattungsleben)로부터의 소외, 인간에 의한 인간의 소외를 중첩적으로 경험하고 있었으며, 동일한 맥락에서 적대적 계급 관계에 있는 자본가 계급 역시 진정한 인간의 본질로부터 소외되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나아가 그는 이러한 소외의 양상은 필연적으로 상품(商品)에 부착되는 ‘물신주의(物神主義, Fetischismus)’로 나타남으로써 결국 보편적인 ‘전도(顚倒)된 세계의식(世界意識)’으로 귀결된다고 역설하기도 하였다.

㉯ 뒤르켐이 보기에 19세기 산업사회는 곧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란 이기주의에 바탕을 둠으로써 ‘무한한 고양(高揚)이란 질병’, ‘신기함, 새로운 쾌락, 형언할 수 없는 흥분 등에 대한 갈구’, ‘건전한 규율의 부재’ 등과 같은 일련의 병리 현상을 드러내고 있었던 바, 이는 곧 인간의 욕망을 규제하는 공동의 규범이 약화되었거나 부재한 ‘아노미(Anomie)’ 상태로 전락하였음을 의미하였다. 이러한 그의 인식은 곧 ‘아노미적 자살(自殺)’을 포함한 자살에 대한 일련의 연구로 이어졌으며, 또한 산업사회의 질서와 존속을 위해서는 여전히 모종의 ‘공통의 신념 체계’가 필수적인 바, 당시 이를 뒷받침하고 진정한 사회적 연대성의 토대를 제공할 새로운 주체로서 특히 ‘직업적 결사체’에 주목하기도 하였다.

㉰ 베버가 보기에 당시 서양의 근대 세계는 단적으로 정령(精靈)이나 신(神)들을 추방시켜 버렸으며 이전 시대에는 우연에 의해, 또는 감정, 정열, 몰입 등에 의해, 인간적인 호소나 신의에 의해, 그리고 카리스마적 영웅의 윤리에 의해 지배되던 것들을 합리화(合理化)하여 계산(計算)과 예측(豫測)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이러한 ‘합리화’의 추세는 근대 세계의 거의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나타났고, 또한 그것은 근대 서양 사회의 문화와 제도 전반을 망라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나아가 이는 특히 시장 경제와 관료 행정의 영역에서 ‘관료제화(官僚制化)’의 현상과 함께 ‘목적합리적 행위’라는 독특한 형태의 행위 양식이 지배하는 경향성을 야기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형식 합리성’과 ‘실질 합리성’ 간의 메꿀 수 없는 괴리를 증폭시키며 인간의 존재 양태를 왜곡시키는 결과, 즉 비인간화를 초래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즉 관료제라는 새로운 조직 형태와 목적 합리적 행위 양식의 지배는 근대의 생산과 조직에 있어 효율성을 놀랄 만큼 증대시켰고 인간에게 자연에 대한 지배력을 전례 없이 부여하였지만, 동시에 합리화된 효율성을 지닌 이 새로운 세계는 어느덧 그 창조자를 비인간화시키고 그 위에 군림하는 무서운 괴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이에 그는 미래 세계와 관련하여 상기한 바 사회조직의 관료제화는 다름 아닌 ‘철창(鐵窓, Iron Cage)’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 짐멜이 보기에 근대사(近代史)는 개인들이 철저한 속박과 종속으로부터 점진적으로 해방되어가는 과정이자, 동시에 인간이 창조한 문화적 산물이 역설적으로 인간에 대한 지배력을 점차로 증대시켜 나가는 과정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이중성을 그 특징으로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또한 근대의 문화 세계는 실제로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동시에 이렇게 만들어진 객관적인 문화 세계와 그 산물은 자체의 발전 과정에서 어느덧 인간의 창조성을 빈곤하게 만드는 역설성을 드러내어 보이는 바, 결국 문화 산물의 이러한 물화과정(物化過程)은 곧 인간과 그의 생산물 간의 소외를 더욱 증대시키게 되는 이른바 ‘문화의 비극(Tragedy of Culture)’을 야기할 것으로 베버와 마찬가지로 비관적 관점에서 진단한 바 있다.

㉲ 니체(F. Nietzsche, 1844~1900)가 보기에 그가 살았던 당시 서양의 근대 세계는 단적으로 ‘불안하고 야만적인 번잡과 소용돌이’로 다가왔으며, 또한 이러한 상황의 근저에는 무엇보다 ‘순수이성(純粹理性)’이라는 엄청나고도 의미심장한 ‘환상(幻想)’이 자리 잡고 있었다. 즉 ‘이성적(理性的) 사유(思惟)는 인과율(因果律)의 실마리를 타고 존재의 가장 깊은 심연에 도달한다’는 망상, ‘이성적 사유는 존재를 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정할 수도 있다’는 ‘기고만장한 형이상학적 망상’, ‘공간(空間) · 시간(時間) · 인과율을 최고의 보편타당성을 지닌 법칙으로 간주한다’는 낙천주의적 망상이 바로 그것으로서, 이는 곧 서양의 계몽주의자들이 멀리 소크라테스(Socrates)로부터 전수받았던 이른바 ‘이론적(理論的) 세계관(世界觀)’의 실상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이론적 세계관은 당시 인간들의 존재 양태와 삶의 조건을 가혹하게 왜곡시키고 있었던 바, 즉 이는 문화(文化)에 ‘건강하고 창조적인 자연력’을 제공하는 ‘신화(神話)’를 파괴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신화 없이 살아가는 추상적 인간, 추상적 교육, 추상적 풍습, 추상적 법률, 추상적 국가’만을 양산하는 ‘실천적(實踐的) 염세주의(厭世主義)’로 귀결되고 말았다. 그는 ‘이러한 실천적 염세주의는 예술(藝術)이 어떠한 형식으로건, 특히 종교와 학문이란 형식으로 저 무서운 독기(毒氣)의 치료제(治療劑) 및 예방제(豫防劑)의 역할을 해내지 않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었으며, 지금도 볼 수 있는 상태’라 진단함으로써 상기한 바 이론적 세계관이 야기한 당시 서양 문명의 독기와 한계상황(限界狀況)을 맹비판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할 나름의 대안적 세계관으로서 이른바 ‘비극적(悲劇的) 세계관(世界觀)’을 열망하여 제시한 바 있다.

② 20세기 초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중기 근대’의 단계에서는 우선 서양 사회 내에서 앞서 정치혁명과 산업혁명을 필두로 한 초기 근대화의 과정을 거치며 새롭게 등장했던 일련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제도들, 특히 국민국가에서의 정치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장 경제에서의 케인스주의(Keynesianism)에 입각한 국가의 개입과 통제, 시민사회에서의 노동 운동과 사회 복지 제도 등이 새롭게 출현하여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사회의 공적 및 사적 영역을 망라하여 일견 신뢰할 만한 새로운 근대적 제도와 전통들이 정착하며 어느덧 완숙기(完熟期)에 접어들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서양 사회에서의 근대화 흐름은 ‘서세동점(西勢東漸)’, 즉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주의적 팽창 과정을 거치며 점차 ‘전지구적(全地球的) 현상(現象)’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20세기 중반 제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미국(美國)이 세계체제(世界體制, World-System)에서의 헤게모니(Hegemony)를 장악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학문에서의 주도권 또한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아가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당시 미국에서 발전하기 시작했던 사회학을 포함한 사회과학 일반의 새로운 경향은 단적으로 과거를 도외시하고 주로 현재만을 연구하는 변화, 즉 ‘사회과학의 현재로의 은거(隱居)’로 요약되는 편향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한편,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며 등장했던 당시 사회학적 사유의 핵심적 관심사는 무엇보다 앞 시기 근대화의 어두운 측면이 더욱더 심화된 역설적 양상에 대한 근본적 성찰로서의 ‘사회 병리’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그 요체를 이루었으며, 이외에 ‘사회구조’와 ‘사회변동’의 규명에 있어서도 나름의 주목할 만한 새로운 전개를 보여준 바 있다.

㉠ 이 시기 서양 사회에서의 근대화가 야기했던 ‘사회 병리’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무엇보다 스스로 계몽적(啓蒙的) 문명(文明)의 정점으로 자부했던 유럽 사회 바로 그 현장에서 자행되었던 두 번에 걸친 야만적인 세계 대전과 유태인 학살이라는 반인류적 범죄에 대한 경악과 근본적 반성에서 출발하였다. 이에 그 대표적 사례를 들자면, ㉮ 루카치(G. Lukács, 1885~1971)가 보기에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영역, 즉 국가, 법, 경제 등과 같은 영역에서 공히 ‘물상화(物象化, Verdinglichung)’를 확산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회 속에서 생활하는 인간으로 하여금 정작 ‘자신이 만들어낸 현실’에 직면해서도 이러한 현실을 마치 낯선 자연 현상처럼 인식하면서 어디까지나 주체(主體)가 아니라 객체(客體)로 머물도록 하는 ‘소외’ 현상을 만연시켜 왔다. 이러한 그의 설명은 곧 마르크스가 주장한 바 ‘상품물신주의(商品物神主義, Warenfetischismus)’의 개념을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 확대하여 적용시킨 것으로서, 이는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연한 소외된 사회의식에 대한 변증법적 규명을 통해 그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비판함으로써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적 계급 의식을 모색하려는 일단의 문제의식을 전제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 호르크하이머(M. Horkheimer, 18951973)와 아도르노(T. W. Adorno, 19031969)가 보기에 20세기 근대에 대한 인류의 경험은 서구적(西歐的) 계몽(啓蒙)에 의거한 근대성(近代性)을 더 이상 진보(進步)와 발전(發展)으로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즉 문명화가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가공할 야만성을 야기하고 사회의 합리적 조직이 파괴의 기제로 둔갑함으로써 한때 신화(神話)와 공포(恐怖)로부터의 해방의 이념으로 군림했던 ‘계몽’이 이제는 어느덧 또 다른 계몽을 통해 타파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 즉 ‘반계몽(反啓蒙)’으로서의 ‘신화’로 전도되고 말았던 바, 결국 이러한 역설적 상황하에서 인류는 다시금 새로운 형태의 미성년 상태로 전락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들의 ‘계몽의 변증법(Dialektik der Aufklärung)’이란 테제는 또한 그 이면에 ‘도구적(道具的) 이성(理性)’과 ‘대중사회(大衆社會)’에 대한 비판을 전제하여 함축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 하버마스(J. Habermas, 1929~)는 상기한 바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발전시킨 프랑크푸르트(Frankfurt) 학파의 비판이론(批判理論)의 맥을 잇는 인물로서, 바로 이런 맥락에서 그는 기본적으로 근대화를 단순히 직선적인 진보 과정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상기의 선배 학자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동시에 이들과는 달리 근대화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파멸적인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님 또한 강조한 바 있다. 즉 그는 베버와 마찬가지로 근대화를 기본적으로 ‘합리화’의 과정으로 인식하면서도, 특히 발전된 근대사회에서는 오로지 목적합리성(目的合理性)에 의거한 ‘일면적 합리화’로 인한 새로운 사회 병리적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바, 이는 곧 국가의 경제에 대한 개입과 통제, 관료제적 복지 행정의 만연 등으로 인해 어느덧 국가와 경제에 의한 ‘생활세계(生活世界)의 식민화(植民化)’라는 역설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그는 이러한 병리를 극복할 정치적 기획과 모델로서 무엇보다 ‘의사소통적(意思疏通的) 합리성(合理性)’에 의거한 ‘공론장(公論場)’의 활성화를 통해 이른바 ‘숙의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를 발전시켜야 함을 역설하기에 이른다.

㉱ 벡(U. Beck, 1944~2015)이 보기에 20세기에 성공적으로 진전된 근대화는 역설적으로 현대사회를 이른바 ‘위험사회(危險社會)’로 변모시켰다. 여기서 ‘위험사회의 위험’이란 자연재해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곧 ‘성공적인 근대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자 ‘근대화 과정의 급진화에서 초래된 정치적 · 경제적 · 사회적 · 기술적 변화의 산물’, 즉 산업화와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해 산업적 및 경제적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란 성격을 가지며, 동시에 이는 지구화의 경향을 보이고 보편성을 띠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한편, 그는 위험사회가 야기하는 위험의 이러한 보편성 때문에 기존의 계급 갈등이나 계급정치로 환원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갈등과 연대의 기초가 형성된다고 보았던 바, 또한 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성찰적 근대’ 또는 ‘제2의 근대’를 전망하기도 하였다.

㉡ 한편, 사회구조와 관련해서는 앞 시기의 핵심적 관심사에 대한 연구 성과를 기본적으로 계승하고 전제하는 가운데, 이를 토대로 다양한 사상적이고 이론적인 흐름들이 새롭게 전개되었다. 당시 이러한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대표적 쟁점은 ‘거시적 구조(構造)’와 ‘미시적 행위(行爲)’ 간의 대립이란 형태로 나타났다. 여기서 ㉮ 전자에 연구의 주안점을 둔 사회학적 사유 및 사회 이론의 흐름으로는 파슨즈(T. Parsons, 19021979)의 구조기능주의(構造機能主義, Structural Functionalism)와 루만(N. Luhmann, 19271998)의 사회체계이론(社會體系理論)이 대표적이다.

ⓐ 파슨즈는 일찍이 ‘사회 질서의 형성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행위이론과 구조기능주의의 통합으로서의 사회학을 발전시킨다는 방법론적 기본 구상하에서 거시적인 사회구조에 대한 나름의 보편 이론을 모색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이러한 관심에서 4가지 행위체계(行爲體系)와 2가지 환경으로 구성되는 일반적인 ‘행위도식’을 제시하였다. 4가지 행위체계(行爲體系)에는 문화체계, 사회체계, 인성체계, 행동하는 유기체를 의미하는 행동체계가 있으며, 2가지 환경으로는 궁극적 현실로서의 행위의 환경과 물리적 및 유기체적 환경으로서의 행동의 환경이 있다. 여기서 특히 ‘사회체계(社會體系, Social System)’의 경우에는 그 하위 체계이자 필수적인 기능적 요건으로서 상호의존적인 경제[화폐: A], 정치[권력: G], 사회공동체[사회적 영향: I], 사회문화[가치구속: L]를 갖추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사회체계는 기본적으로 자기유지(Self-Maintenance)를 위한 질서 또는 균형을 지향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 루만 역시 파슨즈와 마찬가지로 ‘사회 질서의 형성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본적으로 공유하면서도 동시에 기본적으로 자기 유지를 위한 질서를 지향한다는 파슨즈의 사회체계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그 대안으로서 ‘자기준거적 체계들의 이론’으로서의 사회학을 모색하고 지향하는 방법론적 기본 구상을 발전시켰다. 즉, 그는 사회의 보편적 이론을 위한 가장 유망한 접근법은 곧 체계이론을 통해서 제공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사회학의 대상을 오직 ‘사회적 체계(Soziale Systeme)’에만 한정하는 가운데, 이러한 체계에는 다시금 공히 의미 체계로서의 상호작용, 조직, 사회, 사회운동이란 4종류의 하위 유형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나아가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근대화를 분화의 관점에서 일관되게 분석하는 가운데, 또한 근대사회란 기능적 분화의 우세를 그 주요 특징으로 하면서도 정치, 경제, 법, 학문, 예술과 같은 그 부분체계들은 현저히 상호간에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 한편, 후자에 연구의 주안점을 둔 사회학적 사유 및 사회이론의 흐름으로는 미드(G. H. Mead, 18651931)와 쿨리(C. H. Cooley, 18641929) 및 고프만(E. Goffman, 19221982)의 상징적(象徵的) 상호작용론(相互作用論, Symbolic Interactionism), 슈츠(A. Schutz, 18991959)의 현상학적사회학(現象學的社會學, Phenomenological Sociology), 가핑클(H. Garfinkel, 1929~)의 민속방법론(民俗方法論, Ethnomethodology), 호맨스(G. Homans, 1910~?)의 교환이론(交換理論, Exchange Theory)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각자 상이한 문제의식과 방법론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사회의 거시적 문제보다는 ‘미시적 문제’, 특히 개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양상, 개인이 일상적 현실을 구성하는 방식, 자아(自我, Ego)의 형성 과정, 개인의 의식(意識)과 상호 주관적 의미의 사회적 기능, 생활세계(生活世界, Life World)의 구체적 구성 요소와 그 속에서의 인간관계의 종류와 특징, 사회적 행동의 심리학적 원리 등의 주제를 해명하는 데에 주로 관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측면에서 공통의 사상적이고 이론적인 경향성을 보인다고 하겠다.

㉰ 이상에서 소개한 2종류의 사회학적 사유 및 사회이론의 흐름들은 나름의 중요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각각 ‘거시적 구조’와 ‘미시적 행위’의 규명에 일면적으로 치우침으로써 공히 ‘사회 속의 구조와 행위 간의 상호영향’을 적절하게 통합하여 설명하는 데에 실패하였다는 비판에 직면하기에 이른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되는 새로운 사회학적 사유 및 사회 이론의 대표적 흐름을 들자면 다음과 같다.

ⓐ 엘리아스(N. Elias, 1897~1990)가 보기에 상기한 바 ‘구조와 행위’ 간의 이분법 내지 모순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단적으로 이를 ‘시간 속의 과정의 문제’로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하였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중세에서 19세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유럽 사회가 경험했던 이른바 ‘문명화과정’을 나름대로 해명하고 있는 바, 이에 그 구체적 양상은 시간 속에서의 과정으로서의 ‘거시구조인 사회구조의 변화→미시구조인 인간관계의 변화→미시적 행동양식과 감정구조인 인간의 행동방식과 정서구조의 변화’라는 순환적 과정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상기의 맥락에서 ‘사회’라는 개념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결합태(結合態, Figuration)’란 개념을 전제로 종래 사회를 ‘나 또는 자아를 의미하는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 학교, 직장, 국가와 같은 외부의 초월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자기 중심적 사회상(社會像)’을 사회구조의 물화(物化) 및 비인간화(非人間化)를 초래하는 것으로 비판하고 거부하는 한편,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를 곧 ‘상호 의존하는 개인들의 결합태’로 새롭게 규정하는 가운데 이러한 사회 속에서의 개인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자율적 존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준자율적(準自律的) 단위(單位)’로 이해해야 함을 역설한 바 있다.

ⓑ 버그(P. L. Berger, 19292017)와 루크만(T. Luckmann, 19272016)은 사회를 ‘객관적 실재[객관적 세계:구조]’와 ‘주관적 실재[상호주관적 세계:행위]’로 구분하는 가운데, ‘실재의 사회적 구성’의 구체적 양상에 대해서는 ‘“사회는 인간의 산물이다”[외재화]→“사회는 객관적 실재이다”[객관화]→“인간은 사회적 산물이다”[내면화]’라는 도식을 통해 일종의 변증법적인 순환적 계기로 설명하고 있다.

ⓒ 부르디외(P. Bourdieu, 1930~2002) 역시 이른바 ‘객관적[물질적, 구조적]인 것’과 ‘주관적[비물질적, 자발적]인 것’ 간의 이분법을 극복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특히 ‘계급의 재생산’이란 문제를 ‘물질적 조건의 차이[구조]→아비투스(Habitus)의 차이[행위]→계급적 위치의 재생산[구조]’이라는 순환적 계기로 해명하고 있다.

ⓓ 기든스(A. Giddens, 1938~현재) 또한 ‘사회나 제도의 구조와 개인 행위 간의 이중적 관련성’, 즉 “개인은 사회를 창조하는 동시에, 그만큼 개인은 사회를 통해 창조된다”라는 이른바 ‘구조화이론(構造化理論, Structuration Theory)’을 제시한 바 있다.

㉢ 사회변동과 관련해서도 앞 시기의 사상적이고 이론적인 유산을 계승하거나 비판하는 가운데 일련의 새로운 흐름들이 전개된 바 있다. 이에 그 대표적 사례를 들자면, ㉮ 우선 ‘근대화이론(近代化理論)’이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주로 미국의 사회과학을 중심으로 입론된 이 이론은 고전사회학에서 표명된바 ‘전통과 근대의 이분법’이란 도식과 함께 ‘사회진화론의 전통’을 계승하는 가운데, 근대화를 단적으로 ‘사회의 분화와 재통합’이란 관점에서 인식하였다. 특히 구조기능주의(Structural Functionalism)를 체계화한 파슨즈는 ‘유형변수(類型變數, Pattern Variables)’를 제시하는 가운데, ‘사회체계(Social System)’의 변동 양상을 기본적으로 ‘적응적 향상(Adaptive Upgrading)’과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의 지향’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한 바 있다.

㉯ 한편, 20세기가 저물어 가는 시점에서 종래 서양의 계몽주의가 ‘모더니티 프로젝트(The Project of Modernity)’를 통해 약속했던 ‘인간해방(人間解放)’이란 낙관주의가 퇴색함에 따라 점차 ‘문명의 전환’과 ‘대안적 세계관’을 지향하고 탐색하려는 새로운 철학적 및 사회사상적 흐름이 대두하기 시작했던 바, 이는 특히 ‘철학 이후(After Philosophy)’라는 지적 운동으로 구체화되었다.

ⓐ 이러한 새로운 운동은 기존의 철학 전통, 특히 모더니티 프로젝트의 철학적 및 사회사상적 기반이었던 ‘과학적(科學的) 실증주의(實證主義)에 대한 반란(叛亂)’의 모습을 띠고 20세기 후반에 주로 나타났던 것으로서, 이제 철학과 사회사상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으며, 아무튼 종전과 같이 단순히 계속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20세기 서양의 철학과 사회사상의 새로운 흐름에는 다양한 계통의 사상가들이 합류하고 있는데, 특히 후기구조주의(後期構造主義)와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해석학(解釋學), 비판이론(批判理論), 후기분석철학(後期分析哲學)의 계통에 속하는 일군의 사상가들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상가들이 공유했던 ‘철학 이후’는 다양한 맥락과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대체로 3가지 흐름으로 요약되는 바, 즉 ‘철학의 종언(The End of Philosophy)’을 의미하거나, ‘철학의 변형(The Transformation of Philosophy)’을 통한 계속을 의미하지만 체계론적 제안(Systematic Proposal)으로 나타나거나, 역시 ‘철학의 변형’이라는 맥락은 같이하지만 그것을 철학적 해석학, 수사학(修辭學), 화술(話術, Narrative)의 형태로 진전시키고자 하는 일련의 흐름들이 바로 그것이다.

ⓑ 여기서 후기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계열에 속하는 사상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철학의 종언’이라는 입장의 기본적인 요지를 살펴보면, 첫째, 궁극적인 것으로 상정되는 ‘근원(Origin)’, ‘중심(Center)’, ‘존재(Presence)’에 대한 믿음의 방기, 그리고 보편성, 완전성, 초월성, 총체성 등의 특성을 자랑하면서 군림하는 ‘이성(理性)’이라는 개념의 전체주의적 폭력 제도에 대한 항거이다. 둘째, 인간을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으로 이 세계의 중심에 두고자 하는 철학적 휴머니즘에 대한 거부로 이러한 입장은 ‘인간의 종언(The End of Man)’, ‘저자의 죽음’, ‘이론적 반인간주의(Theoretical Anti-humanism)’, ‘주체의 탈중심화(The Decentring of the Subject)’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셋째, 존재에의 도달 및 완전한 표상의 가능성을 신봉하는 지식관에 대한 비판, ‘큰 이야기(Grand Narratives)’ 또는 ‘메타 이야기(Metanarratives)’를 통해 지식 또는 과학을 정당화하는 방식에 대한 반대로 정리될 수 있다.

③ 21세기에 접어들어 전개되고 있는 ‘후기 근대’의 단계에서는 이른바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앞 시대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던 근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제도들이 지금 다시 한번 급진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특히 디지털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른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존의 질서 감각의 해체, 이와 결부된 정보와 상품, 인력, 자본의 국경을 초월하는 교환의 일상화라는 움직임이 자리 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결국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지구적 차원의 새로운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는바, 이는 곧 사회사상의 측면에서는 기존의 근대화 흐름과는 상치되는 일련의 양상을 보인다. 즉 ‘합리화에서 비합리화의 과정으로’, ‘제도적 분화에서 탈분화의 과정으로’, ‘개인화에서 탈개인화의 과정으로’, ‘자연에 대한 지배에서 자연으로의 회귀로’라는 변화를 현저히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상적 과제를 제기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서구학계에서 제기되어 전개되고 있는 ‘합리적 선택이론’, ‘유동적 사회론’,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등도 주목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1세기 동아시아 사회사상계의 시대적 과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21세기 후기 근대의 단계에서 이 세계는 다시 한번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서구적 근대성의 시대적 한계성을 보다 악화된 형태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핵 전쟁의 공포로 상징되는 군사적 폭력성의 상존, 생태계의 파괴와 자원의 고갈로 대표되는 환경 문제의 대두, 아직도 대부분의 인류를 기아 상태에 묶어 두고 있는 남북 문제의 고착, 인종적 · 종족적 · 성적 · 계급적 갈등과 억압의 지속과 악화 등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문명사적 근본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적 양상은 당연히 지금의 동아시아 사회사상계에게 이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함께 이를 근본적으로 지양(止揚)하고 해소할 수 있는 독자적인 경세학적 안목과 실천을 절실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무엇보다 유교(儒敎)를 중심으로 한 풍부한 철학적 사유의 전통과 사상적 유산을 비판적이고 합리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이른바 ‘21세기적 보편성’을 구현하는 ‘대안적 세계관’과 ‘문명의 전환’을 성취하여 지향하는 형태로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지적 여정에서 현재 서구의 지성들이 보여 주고 있는 진보적 성과에도 항상 유의해야 함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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