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요약
공동체(共同體)는 공통의 가치와 정체성을 가지고 특정 사회문화적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전통적으로 공동체는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친밀성이나 세계관, 규범 등을 공유했다. 일반적으로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로 이행하면서 공동체는 약화되는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도 공동체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공동체는 공간이나 혈연 등이 아닌 공통의 관심, 상호 작용, 연대 등을 기반으로 한다. 한국에서도 전통적인 공동체는 약화되었지만,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다양한 실천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의
공통의 가치와 정체성을 가지고 특정 사회문화적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
연원 및 변천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도 공동체는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오히려 산업사회의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개인화, 소외, 고독, 불안 등의 문제들은 공동체에 대한 욕구를 더 증가시킨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면서 공동체 논의의 단초를 제공했던 오웬(Rober Owen), 생 시몽(Saint Simons), 푸리에(Charles Fourier) 등의 이론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소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다양한 공동체 운동과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변이의 폭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거시적인 사회 변화와 깊이 관련된다. 그 변화들은 대개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신자유주의 헤게모니 속에서 진행되는 국가의 쇠퇴와 국가 역할의 약화이다. 시장의 폭력에 대해 국가가 개인을 보호해 주지 못하면서, 개인들이 자발적 연대를 통해 생활세계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오늘날 새로운 공동체의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개인화가 심화되면서 나타난 아노미와 고독한 개인의 문제이다. 세속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종교 공동체가 여전히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외로운 개인들이 종교 공동체로부터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셋째,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생태 위기와 인간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이다. 산업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풀뿌리적 저항과 대안 모색은 새로운 생태공동체 운동의 활성화를 낳고 있다. 물론 이런 공동체 운동은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주류는 아니다.
전통사회와 공동체
문중은 한국의 독특한 공동체로 17세기 중반 이후에 공고화된 것으로 보인다. 문중은 공동의 선조를 중심으로 본관과 성을 공유하는 남계 혈통 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제사, 유교적 위계질서, 상부상조, 교육 등을 담당하는 확대된 가족공동체이다. 대개 문중은 동성촌(同姓村)을 이루었다.
자연부락 혹은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촌락은 한국의 대표적인 농촌 정주 형태이다. 대개 논을 중심으로 농가들이 모여 있는 집촌(集村)의 형태를 띤다. 촌락공동체는 가족에 원형을 둔 지역 집단이며, 생산을 위한 공동 조직이고, 포괄적인 상호부조적인 집단이었다. 촌락공동체는 지리적 경계가 분명했으며, 강한 집단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신분적 위계질서나 관습적 질서를 강요하는 엄격한 유교적 규범이 존재했다. 촌락공동체는 협동을 강조하는 다양한 제도와 문화를 발전시켰다.
두레는 노동을 같이 하는 작업 공동체로, 조선 후기 이앙법(移秧法)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발달했다. 이러한 노동 방식은 모내기 등 노동력 수요가 정점에 달할 때, 농민들이 함께 일하는 합리적인 노동 활용법으로 공동체적 농민 문화의 물적 토대가 되었다. 두레는 농사일은 물론 마을의 공통 사안에 대해 협력하는 포괄적 공동체로 발전했는데, 이 과정에서 농악, 농요, 지신밟기 등의 놀이 문화와 결합되어 주민들 간의 공동체적 유대를 강화했다. 두레는 노동 능력 제고, 구성원 간의 상부상조, 협동 훈련, 노동의 오락화, 공동체 규범 강화, 촌락의 통합 강화, 지역 농민 문화의 창조와 계승 등의 복합적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농촌 공동체 유지의 핵심적 제도였던 두레는 일제강점기의 지주-소작제 강화와 수탈 구조 속에서 사라졌다.
계는 동(洞)이나 리(里) 중심의 생활 공동체로 볼 수 있다. 촌계(村契)는 상민 마을 구성원들의 자생적인 필요에 의해 등장했다. 수해나 가뭄 등의 천재지변으로 마을에 피해가 있을 때면 계의 규약에 의거하여 공동 작업을 했다. 이를 통해 공동체적 연대와 공동체 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가지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농촌공동체의 근간이었던 농민들이 식민지 수탈 체제하에서 철저하게 핍박당했다. 소작농의 증가, 농민의 궁핍화, 일본식 제도 및 문화의 이식, 농민들의 이동 때문에 전통적인 농촌공동체 제도들이 급격히 쇠퇴했다.
광복 이후 농촌의 공동체는 한국전쟁, 산업화, 도시화 등을 경험하면서 약화되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진행된 대규모 이농에 따른 농촌 인구 과소화는 농촌 공동체의 인구학적 기반을 무너뜨렸다. 한편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유입된 많은 인구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공동체적 관계의 유지를 추구했다. 대표적인 것이 향우회, 동창회, 각종 계 등이다. 비록 삶의 장소는 도시로 이동했지만, 고향에서 형성된 공동체가 조금 다른 모습으로 재조직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직들은 정서적 교류뿐 아니라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도시에서 경제적 적응을 하는데 중요한 네트워크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현대사회의 공동체
일반적으로 한국 도시의 근린 공동체는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의 도시화는 짧은 기간 동안 압축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사람들은 대규모 아파트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며 이사의 빈도가 잦다. 그 결과 같은 동네나 아파트에 살면서도 서로 잘 알지 못하여 근린 공동체는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가 한국인의 중요한 거주 형태로 자리잡으면서, 여러 형태의 아파트 공동체가 등장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현대인들에게도 상호작용이나 연대에 기반을 둔 공동체는 여전히 중요하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공유하는 가치, 신념, 목표 등을 기반으로 집합적 감정과 공동의 연대를 형성한다. 특히 정보화와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시공간이 재구성되면서, 공동체에서 지리적 공간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물리적인 장소와 상관없이 온라인을 통해 상호작용하고, 공동체적 경험을 갖는다. 새로운 관계 방식을 통해서 친밀성, 정체성, 사회적 연대 등을 경험한다. 기술 혁신에 따라 장소의 제한이 약화되면서, 공동체의 범위가 매우 작을 수도 있고, 전 세계적인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에는 여러 가지 유형의 공동체 운동이 존재한다. 첫째, 지역이 강조되는 공동체 운동으로 도시 주민 운동, 지역 시민 운동 등이 있다. 이들은 일정한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특정 목표를 향해 함께 하는 운동이다. 서울의 마포에 위치한 성미산 마을과 성북 장수마을과 같은 사례를 들 수 있다.
둘째, 협동조합 운동으로, 노동자나 농민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소비하는 실천 운동이다. 그 대표적인 예인 생활협동조합은 도시에서 거주하는 소비자들이 유기 농산물을 통해 만든 먹거리 공동체 운동이다. 최근에는 그 규모가 커져 한살림, 아이쿱, 두레생협 등의 전체 회원 수가 전국적으로 5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또한 농촌과의 면 대 면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먹거리를 매개로 하는 신뢰 공동체를 지향한다.
세 번째로 소공동체 운동이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공동체에 가장 근접한 것이다. 야마기시즘(yamagishism)에 뿌리를 둔 화성 산안마을은 공동으로 생산한 유기농 계란을 바탕으로 급진적인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그밖에도 충청남도 홍성의 홍동면, 전라남도 장성의 한마음공동체, 전북특별자치도 부안 변산공동체, 전북특별자치도 무주 진도리 마을, 경상남도 함양 청미래 마을, 전북특별자치도 남원 산내면 실상사 도농공동체 마을 등이 소공동체 운동의 예이다. 이들은 대개 자본주의적 문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지향한다. 또 도덕적 헌신, 인격적 친밀성, 구성원 간의 신뢰와 응집성 등을 강조한다. 이들 소공동체 운동은 농촌 지향성과 폐쇄성을 특징으로 한다.
넷째, 사이버 공동체 혹은 온라인 공동체가 현대인들의 삶에 있어서 중요해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 그리고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을 지리적 한계를 넘어서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많은 사이버 공동체들이 대화, 댓글, 클릭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친밀감을 나누고, 공동체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사이버 공동체 가운데 상당수는 오프라인 공동체와 상호작용함으로써, 흥미로운 사회현상을 낳기도 한다.
다섯째, 지역을 재발견하는 공동체 운동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지자체와 주민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행되어 온 마을 만들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진안의 마을 만들기는 지자체, 민간단체, 마을 리더, 지역 주민 등의 협치를 통해 새로운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의의 및 전망
최근 들어 공동체는 개념으로서나 실제 모습에서 유연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인터넷이나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며,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다른 한편으로는 면 대 면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역에서 강한 공동체를 추구하기도 한다. 현실 공동체의 변화와 분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단행본
- 최협 외, 『공동체론의 전개와 지향』(선인, 2001)
- 이종수, 『한국사회와 공동체』(다산출판사, 2008)
- 정기석, 『농촌마을 공동체를 살리는 100가지 방법』(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2016)
논문
- 구자인, 「국내 공동체운동의 세 가지 조류」(『환경과 생명』 8, (사)환경과생명, 1995)
- 양정화,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있어서 마을공동체 미디어의 역할』(고려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7)
- 정규호, 「생태적 (지역) 공동체운동의 의미와 역할 및 과제」(『경제와 사회』 78, 비판사회학회, 2008)
- 정헌목, 「행동하는 소수, 침묵하는 다수: 브랜드 단지 내 어린이 사망사건으로 본 아파트 공동체성의 의미」(『한국문화인류학』 49-2, 한국문화인류학회, 2016)
- Hillery, George, “Definitions of community: areas of agreement,”(*Rural Sociology,* 20-2, Rural Sociological Society, 1955)
주석
-
주1
: 가까운 이웃. 우리말샘
-
주2
: 일본의 농민
야마기시 가 주창한 공동체주의 운동.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할 뿐만 아니라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으므로, 일체 속의 일원으로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기조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원리는 무소유, 공동 사용, 공동생활이다.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우리말샘 -
주3
: 공동의 조상을 가진 혈연 공동체. 원시 사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부족 사회의 기초 단위로서, 대개는 족외혼의 관습에 의하여 유지된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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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
: 우두머리의 자리에서 전체를 이끌거나 주동할 수 있는 권력.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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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
: 객지에서 고향 친구나 고향이 같은 사람끼리 친목을 위하여 가지는 모임.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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