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은 교학 불교에 대한 선종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선종은 교학을 넘어서는 가르침이라는 내용을 담은 여러 전승들을 모아 편집한 책이다. 서문과 발문의 내용을 통해 1293년(충렬왕 19) 11월에 편찬하여 1294년(충렬왕 20) 3월 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서문에서 편찬자가 자신을 '내원당(內願堂) · 진정대선사(眞靜大禪師) · 천책몽차(天頙蒙且)'라고 밝히고 있어 백련결사(白蓮結社) 제4세 사주인 천책(天頙, 1206~?)이 만년에 이 책을 편찬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선종의 절대적 우월성을 주장하는 책의 내용은 교학과 지관(止觀) 수행을 병행하고 『법화경』의 가르침을 중시한 천태종 백련결사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책의 편찬자와 백련결사 사주 천책을 동일 인물로 보기 어렵다. 한편 이혼(李混, 1252~1312)이 쓴 발문에는 편찬자를 '내원당 · 연곡주로(鷰谷住老) · 매암대선옹(呆庵大禪翁)이라고 적고 있어 선종 사찰인 연곡사에 머물던 매암(呆庵)이라는 선종 승려가 이 책을 찬술한 것으로 보인다.
『선문보장록』은 3권 1책의 목판본이다. 1294년에 간행된 책은 전하지 않는다. 현존하는 『선문보장록』 중 가장 오래된 책은 1531년(중종 26) 지리산 철굴(鐵窟)에서 『선문강요집(禪門綱要集)』과 함께 간행된 판본이다. 1611년(광해군3) 지리산 능인암(能仁庵)에서도 『선문강요집』과 함께 간행되었다. 1908년 범어사(梵魚寺)에서 『선문촬요(禪門撮要)』를 간행할 때에는 그 책의 일부로 수록되었다. 『선문보장록』은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한국불교전서』 제6책에 활자본으로 수록되어 있다.
『선문보장록』의 상권은 선종의 가르침이 경전(經傳)의 가르침보다 우월하다는 전승을 모은 「선교대변문(禪敎對辨門)」, 중권은 교학 승려들이 선사의 가르침을 듣고 귀복하였다는 전승을 모은 「제강귀복문(諸講歸伏門)」, 하권은 역대 군주와 관료들이 선사의 가르침을 받든 전승을 모은 「군신숭신문(君臣崇臣門)」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권과 중권에는 각 25칙(則)이 수록되어 있고, 하권은 제목 아래에 '39칙 · 니파부(尼婆附)'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본칙 33항목과 비구니와 여성 신도가 선사들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인연 3항목, 총 36칙이 수록되어 있다.
각 항목의 말미에는 해당 전승이 수록된 출전 문헌을 기록하고 있다. 상권의 경우 제1칙은 『본생경(本生經)』, 제2칙은 『대범천왕문불결의경(大梵天王問佛決疑經)』, 제3칙은 『해저종영시현기(海底宗影示玄記)』, 제4칙은 『달마밀록(達摩密錄)』, 제5칙은 『보등록(普燈錄)』, 제6칙은 『부법장전(付法莊傳)』, 제7칙은 『승사략(僧史略)』, 제8칙은 『정종기(正宗記)』, 제9칙은 『변종기(卞宗記)』, 제10칙은 『조문간정록(祖門刊正錄)』, 제11칙은 『전등록(傳燈錄)』, 제12칙은 『순덕선사록( 順德禪師錄)』, 제13칙은 『직정문화상송(直淨文和尙頌)』, 제14칙은 『적음선사록(寂音禪師錄)』, 제15칙은 『연수선사록(延壽禪師錄)』, 제16칙은 『선림집(禪林集)』, 제17칙은 『정종기(正宗記)』, 제18칙은 『선원도서(禪源都序)』, 제19칙은 『대주혜해선록(大珠惠海禪錄)』, 제20칙은 현각선사(玄覺禪師)의 『교외수선장(敎外竪禪章)』, 제21칙은 『감소선사인고변금록(鑒昭禪師引古卞今錄)』, 제22칙은 해동무염선사의 『무설토론(無舌土論)』, 제23칙은 「무염국사행장(無染國師行狀)」, 제24칙과 제25칙은 『해동칠대록(海東七代錄)』에서 인용하였다.
중권은 제26칙부터 제34칙까지는 『전등록』, 제35칙은 『조정록(祖庭錄)』, 제36칙부터 제43칙까지는 『전등록』, 제44칙은 『벽암록(碧巖錄)』, 제45칙과 제46칙은 『승보전(僧寶傳)』, 제47칙은 『조등록(祖燈錄)』, 제48칙은 『오등회원(五燈會元)』, 제49칙은 『보등록( 普燈錄)』, 제50칙은 『해동칠대록』을 출전 문헌으로 밝히고 있다.
하권의 제51칙은 『전등록』, 제52칙은 「위명제소문제경편(魏明帝所問諸經篇)」, 제53칙은 「전등급달마비(傳燈及達磨碑)」, 제54칙부터 제57칙까지는 『전등록』, 제58칙부터 제61칙까지는 『보등록』, 제62칙은 「해동흥법사비( 海東興法寺碑)」, 제63칙부터 제68칙까지는 『전등록』, 제69칙은 『조정록』, 제70칙은 『오등회원』, 제71칙부터 제79칙까지는 『보등록』, 제80칙부터 제82칙까지는 『선원연방(禪苑聯芳)』, 제83칙은 「중수문수원기( 重修文殊院記)」, 제84칙은 『보등록』, 제85칙은 『종문무고(宗門武庫)』, 제86칙은 『보등록』을 인용하였다.
이 중 제1칙을 비롯하여 제4칙 · 제9칙 · 제10칙 · 제11칙 · 제16칙 · 제24칙 · 제52칙 등의 출전 문헌은 다른 곳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이 항목들에서 이 책만의 독자적인 내용을 볼 수 있다. 특히 제1칙에서는 석가가 석가 이전의 노사나불(盧舍那佛)이 정각(正覺)하여 이심전심(以心傳心) 불입문자(不立文字)의 선을 가섭(迦葉)에게 전했다고 하였고, 제4칙과 제24칙, 제52칙 등에서는 석가모니(釋迦牟尼)가 깨달음을 얻은 후 설산에서 진귀조사(眞歸祖師)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심인(心印)을 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불교와 관련되는 내용은 상권의 제22~25칙, 중권의 제50칙, 하권의 제62칙과 제83칙 등 7항목이다. 제22칙에서는 경전의 가르침을 유설토(有舌土), 선종의 가르침을 무설토(無舌土)로 구분하면서 후자가 더 우월하다고 이야기하였고, 제50칙에서는 지원(智遠) 승통이 도의(道義) 선사의 가르침을 듣고 화엄종의 한계를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적고 있다. 제62칙과 제83칙은 고려 태조와 이자현(李資玄)이 선종에 귀의(歸依)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려시대에 찬술된 선종 문헌 중 『선문염송(禪門拈頌)』과 『직지심경(直指心經)』 등은 선종의 핵심 사상 그 자체를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둔 저서이다. 그러나 『선문보장록』은 선종과 교학 불교를 대립적으로 보면서 교학 불교에 대한 선종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전승들을 집중적으로 모은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당시 선종과 교학 불교의 갈등 및 선종 측의 대응 양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