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는 단어를 이루는 각 음절에 배치되어 의미를 구별하여 주는 일정한 소리의 높이이다. 어휘를 이루는 음절들이 한 음절마다 언제나 하나의 성조를 가지고 있고, 그것에 의하여 그 어휘들의 뜻을 구분하는 언어를 성조언어라고 부른다. 넓은 의미에서 음절이 아닌 한 낱말의 특정 위치에만 성조가 배치되는 경우도 성조언어라고 한다. 성조언어는 일정한 높이로 성조가 실현되는 평판조 체계와, 성조가 변동을 보이는 기복조 체계로 구별된다. 중세국어는 성조언어였으나 근대국어 시기에 많은 지역에서 성조가 소멸되었다. 현대국어의 경상도 방언과 함경도 방언에서 성조가 쓰이고 있다.
고저악센트(pitch accent) 혹은 음악적 악센트(musical accent)라고도 한다. 어휘를 이루고 있는 음절들이 한 음절마다 언제나 하나의 성조를 가지고 있고, 그것에 의하여 그 어휘들의 뜻을 갈라내고 있으면, 그러한 언어를 성조언어(tone language)라고 부른다.
성조언어가 가지는 성조의 기본적인 특성은 대개 네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 성조는 어휘의 뜻을 갈라내는 데 쓰이는 의미있는 높낮이라야 한다. 가령 경상도방언의 /말/은 고조(高調)로 실현되면 ‘馬’의 뜻이 되고, 저조(低調)로 실현되면 ‘斗’의 뜻이 되며 저고조(低高調)로 실현되면 ‘言’의 뜻이 된다.
둘째, 성조는 변별적이어야 한다. 하나의 음소가 그 자체의 독립성을 얻으려면 언제나 다른 음소와 구별되어야 하고, 또 어디서나 그 자체의 동일성을 주장할 수 있을만한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른바 시차성(示差性)과 시동성(示同性)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ㄱ/이 /ㄱ/일 수 있으려면 언제나 다른 음소 /ㄴ/,/ㄷ/ 등과 변별되어야 하고, 또 어디서나 다른 음소가 아닌, 바로 /ㄱ/임을 드러내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조도 다른 성조와 언제나 구별되어야 한다. 고조인지 저조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높낮이는 성조가 되기 어려운 것이다. 성조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발화나 청취에서 힘들이지 않고 분명하게 이를 가려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높낮이가 이미 언어적인 사실로 결정되어 있고, 쓰는 사람은 다만 그것을 그대로 배워서 쓸 뿐 마음대로 바꿀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성조는 상대적인 높이이다. 높다거나 낮다거나 하는 것이 원래 상대적인 표현이지만 성조의 경우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고조를 알기 위하여 단위시간내의 진동수를 측정한다거나, 혹은 그것의 평균치를 구할 필요는 없다. 어떤 음절이 높으냐, 낮으냐는 그 선행음절의 높이에 비하여, 혹은 후속음절의 그것에 비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어떤 음절의 높이는 그 직접적인 환경, 즉 선후행 음절이나, 비슷한 다른 음절과의 비교에서 결정된다.
넷째, 성조언어는 음절마다 적어도 하나의 성조가 놓여야 한다. 즉, 음절과 성조가 1 : 1의 대응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에 각 음절이 저마다 그 기능을 발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위에 얹혀 있는 성조도 또한 저마다의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국어는 이러한 네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대표적인 성조언어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언어를 진정한 성조언어라 부른다. 그러나 언어에 따라서는 이들 조건을 모두 다 지키지는 못하면서 넓은 의미의 성조언어로 다루는 수도 있다. 특히, 넷째 조건 즉 음절마다 의미 있는 성조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그것인데, 그러한 경우는 한 어사의 특정한 위치에만 의미 있는 성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현재의 경상도방언 성조가 여기에 해당된다.
성조언어는 성조의 성질에 따라 크게 서로 다른 두 가지 유형으로 구별된다. 평판조체계(平板調體系, level pitch register system)와 기복조체계(起伏調體系, gliding pitch contour system)라는 것이 그것이다. 평판조란 그 이름이 지시하는 바와 같이 성조의 실현상태를 평평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나의 성조가 실현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체로 하나의 음절이 실현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일치하는 것이다.
한 성조가 실현되는 동안에 그 처음에서부터 끝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이 일정한 높이로 실현되는 성조를 평판조라 하고, 그 처음에서부터 끝에 이르는 동안에 어떤 변동을 느끼게 하는 것, 이를테면 올라간다거나 내려간다거나 혹은 꺾인다거나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기복조이다.
몇 개의 평판조가 모여서 된 성조체계를 평판조체계라 하고, 몇 개의 기복조가 모여서 된 성조체계를 기복조체계라 한다. 성조체계가 가지는 성조의 수는 대체로 2개에서 4개 정도가 일반적이고, 혹 그보다 몇 개 많은 것도 있으나 흔하지는 않다. 2개의 성조로 이루어진 체계를 2단체계, 3개의 성조로 이루어진 체계를 3단체계, 4개의 성조로 이루어진 체계를 4단체계 등과 같이 부른다.
자연언어의 성조체계는 평판조와 기복조가 섞여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한 경우는 체계의 지배적인 경향과 해석의 편의 등을 고려하여, 평판조에 기복조가 곁들인 체계 혹은 기복조에 평판조가 곁들인 체계와 같이 부르기도 한다.
후기 중세국어(15, 16세기)는 성조언어이었던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당시의 정음자료나 문헌기록의 설명에 의하면, 중세국어는 넓은 의미의 성조언어였음을 거의 의심할 수 없게 한다. 그러한 증거 중에 유력한 몇 가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凡字必合而成音 左加一點則去聲 二則上聲 無則平聲 入聲加點 同而促急[訓民正音解例: 모든 글자는 반드시 합해서 음을 이룬다. 왼쪽에 한 점을 더하면 거성이요, 두 점이면 상성이요, 없으면 평성이요, 입성은 점을 더하는 것은 같지만 매우 빠르다.]
平뼝聲셩 · 은 · ᄆᆞᆺ ᄂᆞᆺ가 · ᄫᆞᆫ 소 · 리 · 라
上 : 썅聲셩 · 은 · 처ᅀᅥ · 미 ᄂᆞᆺ:갑 · 고 乃 : 내終쥬ᇰ · 이 노 · ○ 소 · 리 · 라
去 · 커聲셩 · 은 · ᄆᆞᆺ · 노 · ○ 소 · 리 · 라
入 · ᅀᅵᆸ聲셩 · 은 ᄲᆞᆯ · 리 긋ᄃᆞᆮᄂᆞᆫ 소 · 리 · 라
이들 기록은 중세국어 성조에 대하여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첫째, 중세국어는 음절마다 하나의 성조가 배정되어 있었음을 알려준다. 둘째, 성조의 가짓수를 셋으로 잡고 있으니, 입성에는 방점을 배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입성은 독립된 성조의 자격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 셋째, 성조의 성질을 평판조로 보고 있으니, 상성은 처음이 낮고 나중이 높은 소리라 하여 낮은 것과 높은 것의 복합으로 보고 있을 뿐, 올라가는 하나의 소리로 보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상성도 단일 성조로서의 자격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넷째, 위의 세가지 사실을 종합하면, 중세 성조는 기본적으로 평판조 이단 체계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중세국어의 성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차차 붕괴되어 끝내는 소멸되고 마니, 근대국어와 중세국어간의 중요한 차이의 하나를 성조의 유무에 두고 있다. 근대국어에서 발달한 현대국어에도 성조는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국어를 대표하는 중앙어를 표준으로 하였을 경우이고 전국의 방언까지를 고려하였을 때에는, 중세 이래로 국어에 성조가 아주 없어졌던 시기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현대국어에 있어서 경상도 방언과 함경도 방언에는 아직도 성조가 쓰이고 있어서, 이들 방언을 다른 방언들과 구별하는 중요한 특징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 두 방언의 성조는 서로 다소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다같이 중세 성조라는 동일한 방사원점(放射原點)에서 출발하여 각기 다른 경과와 발달을 거쳐 현재에 이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이 두 방언의 성조체계도 중세 성조의 그것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으니, 그것은 대개 저조(低調)와 고조(高調)에 다시 이들의 복합조인 선저후고를 가지고 있는 평판조 2단의 어사 성조체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 따른 세세한 사정은 아직도 밝혀져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한편, 이들 두 방언을 제외한 현대국어에서는 어두 음절에서의 음장이 변별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 장음은 대개 중세 성조 상성의 음장이 자질화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