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국문목판본(경판 24장본)·활자본. 활자본은 1915년 유일서관(唯一書館) 등에서 간행되었다. 중국의 양축설화(梁祝說話)를 수용하여 새로운 소설로 창작한 작품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나라 때 남양땅에 사는 양현은 늦도록 자식이 없다가 천상의 선동이 하강하는 태몽을 꾸고 산백(山伯)을 낳는다. 평강땅에 사는 추이도 신이한 태몽을 꾸고 양대(陽臺)를 낳는다. 산백은 기골이 준수하고 총명하며, 양대는 기질과 지혜가 남달리 뛰어나다.
산백이 입신양명을 위해 운향사에 수학하러 떠나고, 양대 또한 남장을 하고 운향사로 수학하러 떠난다. 두 사람은 운향사에서 서로 만나 의형제를 맺고 함께 공부한다. 산백은 영대가 여자임을 알아내고 가연을 맺고자 한다. 이에 양대는 언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양대의 아버지가 심랑에게 양대를 정혼시키자 이를 안 산백은 번민하다가 양대가 왕래하는 길에 시신을 묻어줄 것을 당부하고 죽는다. 양대가 심랑과 혼례를 올린 뒤 침상에 들려 할 때, 공중에서 한 선관이 내려와 양대를 호위하며 심랑으로 하여금 손대지 못하게 한다. 양대가 신행 길에 산백의 유서를 받아보고 산백의 분묘에서 제를 올리니, 무지개가 비치며 분묘가 갈라진다. 그러자 양대는 그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산백과 양대의 혼이 함께 저승의 선계 방장산에 가 태을선인을 만나 후생연분을 맺기를 간절히 청하므로, 옥제가 이를 허락한다. 산백과 양대는 황건역사로부터 자신들이 삼신산의 신선·선녀였는데 둘이 정을 통하여 상제에게 죄를 짓고 인간세계로 적강(謫降)하였음을 전해 듣는다. 산백과 양대는 무덤 속에서 부활하여 집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혼례를 올린다.
이때 북방 오랑캐가 변방을 침범하여 나라에서 인재를 뽑고자 과거시험을 열자, 산백은 이에 응시하여 문무 양과에 장원급제한다. 그는 병사들을 거느리고 전쟁에 나아가, 적의 무리들을 격퇴하여 큰 공을 세우고 북평후가 된다. 이후 산백과 양대는 부귀를 누리다가 80세가 되어 함께 승천한다.
「양산백전」은 산백과 양대가 혼사장애에 부딪혀 초현실적인 ‘죽음과 재생’을 통해 애정을 성취하는 결연담과, 산백의 영웅적 활약을 그린 영웅담을 결합시킨 소설이다.
이 작품은 다른 작품보다 초현실적이고 신비적인 요소를 두드러지게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산백과 양대가 천상에서 지상으로 적강한 것이나, 죽음과 재생, 승천 등의 초현실적 요소를 통해 작자는 모든 지상적 존재는 신이나 초인간적 존재의 피조물이라는 생의 비의(秘義)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신성소설(神聖小說)의 전형적인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초월주의 미학은 남녀간의 애정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주인공들은 애정장애에 부딪혔을 때, 당시 사회의 공동선인 효와 애정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효에 반역하면서 그들의 내적 진실인 애정을,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성취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두 주인공은 이전의 무기력하고 미숙한 세속적 존재에서 보다 강력하고 신성하며 성숙한 존재로 변모한다. 여기서 남녀간의 사랑은 지상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의 강한 진실임이 드러난다. 이와 같이, 효보다도 애정을 강조하고, 개체적 자아의 자유의지를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산백전」은 근대적 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황해도의 서사무가 ‘문굿’ 역시 이 양축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문굿’보다 5배 이상의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결말 부분에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무가와 소설 작품 간의 상호 선후 문제는 아직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