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사시사」는 1651년(효종 2) 윤선도가 지은 단가이다. 고려 때부터 전해오던 「어부가」와 이현보의 「어부사」의 전통을 계승하여, 어촌의 아름다운 경치와 한가한 생활의 흥취를 춘·하·추·동 각 10수씩 40수로 읊은 작품이다. 출범에서 귀선까지의 과정을 조리 정연하게 보여주는 여음을 작품마다 삽입하여 ‘어부가’ 계열의 고전시가 중에서 매우 뛰어난 시적 감각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윤선도는 자연을 노래하면서도 완상에 그치지 않고 그 의미를 찾는 탐구자적 관심을 드러내어 높은 서경 지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자연과 인간 사회의 조화와 합일을 추구했다.
1651년(효종 2) 윤선도(尹善道)가 지은 단가(短歌). 보길도(甫吉島)를 배경으로 지은 40수의 단가로, 『고산유고(孤山遺稿)』에 실려 전한다. 이 노래는 작자와 제작연대 미상인 고려 후기의 「어부가(漁父歌)」(이 계통의 노래 가운데 현전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됨)와 직접적 전승관계에 놓인 이현보(李賢輔)의 「어부사(漁父詞)」에 그 창작 연원이 맞닿아 있다. 작자 미상의 「어부가」는 『악장가사(樂章歌詞)』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현보의 「어부사」는 「어부가」를 창작적으로 개작한 것이다. 춘하추동에 따라 각 10수씩, 총 40수로 되어 있고, 작품마다 여음(餘音)이 삽입되어 있는데, 이 여음은 출범에서 귀선까지의 과정을 조리정연하게 보여준다. 즉, 먼저 배를 띄우고, 닻을 들고, 돛을 달아놓고 노를 저으며 노래를 읊는다. 그러다가 돛을 내리고 배를 세우고, 배를 매어 놓고, 닻을 내리고, 배를 뭍으로 붙여놓는 것으로 여음이 짜여 있다.
우리의 고전시가에 ‘어부가’ 계열의 시가가 상당수 전해지는데, 고산의 「어부사시사」가 지닌 시적 감각은 다른 작품들에 비하여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되어 왔다. 「어부가」와 「어부사」는 모두 자연을 관조하고 그것을 완상하며 즐기는 관찰자 시점, 혹은 유람자 관점으로 어부생활을 읊은 것이다. 이들 작품이 표방하는 어부는 고기잡이를 생존의 수단으로 삼는 진짜 어부가 아니라 강호자연을 즐기는 사대부계층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부생활을 통한 생계유지 혹은 생명의 위협 같은 것은 작품에 나타나지 않는다. 윤선도도 이러한 어부가 계열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가어옹(假漁翁)의 입장에서 「어부사시사」를 재창작하였기에 관찰자 혹은 강호한미를 누리는 사람으로서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자연에서 추상된 관념의 내포, 즉 의미를 찾는 탐구자적 관심도 상당히 드러낸다. 그리하여 이 작품에는 아름답게 파악된 자연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서경 지향성이 상당히 높다.
“우ᄂᆞᆫ거시 벅구기가 프른거시 버들숩가/이어라 이어라/漁村(어촌) 두어집이 ○속의 나락들락/지국총 지국총 어ᄉᆞ와/말가ᄒᆞᆫ 기픈소희 온갇고기 뛰노ᄂᆞ다.”(春詞, 제4연)
여기서 ‘뻐꾸기’, ‘버들 숲’, ‘어촌(漁村) 두어 집’, ‘맑고 깊은 소(沼)’, ‘온갖 물고기’ 등의 시어는 구상적 자연을 형상할 뿐, 그것이 시적 화자인 ‘나’에게 뭐 어떻다는 심정의 표출 따위는 아예 배제되어 있다. 또 “人間(인간)을 도라보니 머도록 더옥됴타.”(秋詞, 제2연)와 같이, 거기에는 자연의 아름다운 서경만이 존재하고 인간의 존재는 부정되는 듯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孤舟簑笠(고주사립)에 興(흥) 계워”(冬詞, 제7연) 앉아 있는 화자와 마주치기도 한다. 화자는 무심(無心)의 낙(樂) · 흥(興)에 젖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강호자연에 노니는 한가한 ‘흥’이 현실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어서, 이러한 생활 역시 임금의 은혜로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윤선도는 「산중신곡(山中新曲)」 중의 「만흥(漫興)」을 이 작품의 여음(이때의 여음은 가창방식상의 여음이다.)으로 채택하여 각 편의 끝에 노래부르게 하였다. 즉 “江山(강산)이 됴타ᄒᆞᆫ들 내分(분)으로 누얻ᄂᆞ냐/님군 恩惠(은혜)ᄅᆞᆯ 이제 더옥 아노이다/아ᄆᆞ리 갑고쟈 ᄒᆞ야도 ᄒᆡ올일이 업세라”라는 「만흥」의 여음이 「어부사시사」의 가창 끝에 놓임으로써, 이 작품에 보이는 현실과의 단절이 참다운 의미의 단절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결국, 이 작품은 자연과 인간 사회의 조화와 합일을 추구하고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