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오만 진신 설화」는 신인이 나타나서 중생을 제도한다는 내용의 문헌 설화이다. 『삼국유사』 권3 「대산 오만 진신」 조에 실려 있다. 보천·효명 두 태자가 오만 진신을 만나는 이야기는 『삼국유사』의 「대산오만진신」 조와 「명주 오대산 보질도 태자 전기」 조에도 중복되어 나타난다. 자장 법사가 문수보살의 진신을 보려고 띠집을 짓고 살던 이야기는 「대산 월정사 오류 성중」 조에도 나타난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권3 「대산 오만 진신(臺山五萬眞身)」 조에 실려 있는데, ① 문수보살(文殊菩薩)을 만난 자장(慈藏), ② 월정사(月精寺)의 유래, ③ 보천(寶川) · 효명(孝明) 두 왕자의 수도 생활, ④ 왕실의 집안싸움과 효명 왕자의 등극(登極), ⑤ 성덕왕(聖德王)과 진여원(眞如院), ⑥ 도를 얻은 보천의 행적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라 선덕왕 때인 636년 자장이 중국 오대산(五臺山)의 문수보살의 진신(眞身)을 보고자 당나라에 갔다. 태화지(太和池) 가에 문수보살의 석상이 있는 곳에 이르러 7일 동안 기도하니, 꿈에 부처가 나타나 자장에게 네 구절의 시를 주었다. 그러나 그 시가 범어(梵語)로 되어 있어 자장은 그 뜻을 알 수가 없었다.
이튿날 한 승려가 붉은 비단에 금점(金點)이 있는 가사 한 벌과 부처의 바리때 하나, 그리고 부처의 머리뼈 한 조각을 가지고 와서 자장에게 물었다. “어째서 시름에 잠겨 있습니까?” 자장이 “꿈에 부처님께 받은 시구(詩句)의 뜻을 풀지 못해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니, 그 승려는 시구의 뜻을 번역하여 자장에게 알려 주었다.
이어서 그 승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사 등속을 자장에게 주면서 부탁하였다. “이것은 석가세존(釋迦世尊)의 것이니 당신이 잘 보관하십시오.” 그리고 나서 그 승려는 “당신 본국의 동북방(東北方) 명주(溟州) 경계에 오대산(五臺山)이 있는데 1만의 문수보살이 늘 거주하고 계시니 가서 뵈십시오.”라고 말한 후 사라졌다.
자장이 귀국하려 하자, 태화지의 용이 나타나 전날 자장이 만난 승려가 문수보살의 현신(現身)이었음을 알려 주었다. 자장은 신라로 돌아와 명주 오대산 기슭에 띠집[茅屋]을 짓고 살다가 드디어 문수보살을 만났다. 문수보살은 “칡덩굴이 있는 곳을 찾아가라.”라고 하였다. 자장은 이 말을 따라 마침내 지금의 정암사(淨巖寺) 터를 찾아냈다.
한편 자장이 신라로 돌아왔을 때, 왕자 보천과 효명은 명주에서 유람(遊覽)하다가 속세(俗世)를 벗어나기로 약속하고 아무도 모르게 도망하여 명주 오대산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두 사람을 모시고 호위했던 사람들은 모두 서울로 돌아갔다. 두 왕자는 산속에 이르러 각자 암자를 짓고 머무르며 부지런히 업을 닦았다.
하루는 형제가 함께 다섯 봉우리에 올라 예(禮)하는데, 동대(東臺)의 만월산에는 1만의 관음(觀音)이 나타나고, 남대(南臺)의 기린산에는 1만의 지장보살(地藏菩薩)이 나타나고, 서대(西臺)의 장령산(長嶺山)에는 1만의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이 나타나고, 북대(北臺)의 상왕산(象王山)에는 석가여래(釋迦如來)를 수위(首位)로 한 500의 대아라한(大阿羅漢)이 나타나고, 중대(中臺)의 풍로산(風盧山)에는 1만의 문수보살이 나타났다.
두 형제는 이 5만 보살의 진신에 일일이 예했다. 날마다 이른 아침에 문수보살이 36종의 형상으로 진여원에 나타났으니, 두 왕자는 늘 골짜기의 물을 길어다가 차를 달여 공양(供養)하며 도를 닦았다.
이 이야기 중 특히 보천 · 효명 두 왕자가 5만 진신을 뵙는 이야기는 『삼국유사』의 「대산 오만 진신」 조뿐만 아니라 다음에 이어지는 「명주 오대산 보질도 태자 전기(溟州五臺山寶叱徒太子傳記)」 조에도 중복되어 나타난다. 또 자장이 문수보살의 진신을 보려고 띠집을 짓고 살던 이야기는 다시 이어지는 「대산 월정사 오류 성중(臺山月精寺五類聖衆)」 조에도 나타난다. 그리고 문수보살이 36종의 형상으로 변하여 나타난 이야기는 「대산 오만 진신」 조에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총체적으로 볼 때, 이들 조항은 부처와 보살들의 이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불교 설화의 한 예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니며, 만월대, 기린대, 장령대, 상삼대, 지공대 5개 대를 아우르는 오대산의 지명과 관음암 · 수정암 · 지장암 · 미륵암 · 사자암 5개 사찰(寺刹)에 대한 전설로서도 의의가 크다. 아울러 이 설화는 중국 산시성 오대산의 문수 신앙(信仰)이 통일 신라에 이르러 보천과 효명에 의해 문수보살을 중심으로 하는 오만 진신 신앙으로 변모(變貌)된 정황을 살피는 데에 유용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