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본』은 국어학자 최현배가 국어의 문법 체계를 집대성하여 1937년에 간행한 문법서이다. 1937년에 초판이 나왔고, 1955년에 깁고 고쳐 펴내었으며, 여러 차례 개정판이 나왔다. 이 책은 음성학에 해당하는 소리갈, 낱말의 성질과 운용을 다루는 씨갈, 통사론에 해당하는 월갈로 나뉘어 있다. 소리갈에서는 음성 기관의 구조와 작용, 낱소리, 이은 소리의 가름으로 되어 있다. 씨갈은 낱말 규정의 기초가 되었는데 꼴과 구실(기능)과 뜻에 의거하여 씨를 열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월갈은 월갈 및 월의 개념, 낱말과 이은말 마디, 월의 조각, 월의 조각의 서로 맞음, 월의 갈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937년에 초판이 나왔고, 1955년에 깁고 고쳐 펴내었으며, 여러 차례 개정판이 나왔다. 최현배는 주시경(周時經)의 문하에서 가르침을 받았는데, 주시경의 학문은 민족주의 입장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바탕에서 이루어진 국어학은 그의 제자들에게도 이어졌다. 이 책의 저자도 이러한 정신에 그 학문기반을 두고 있으며, 『우리말본』은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지어진 것이다.
이 책은 앞 사람들의 연구가 분석적인 데 반하여 종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그 서술에 있어 그전까지와는 달리 큰 진전을 보이면서 처음으로 국어의 문법체계를 대성하였다. 『우리말본』은 크게 소리갈 · 씨갈 · 월갈로 나누어 서술되어 있다. 각 부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소리갈
1929년에 따로 펴낸 『소리갈』을 『우리말본』의 첫째 매로 엮었다. 우리나라의 현대적 음성학의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세 가름으로 되었는데, 첫째 가름은 음성기관의 구조와 작용, 둘째 가름은 낱소리, 셋째 가름은 이은소리이다. 첫째 가름에서는 음성기관을 숨쉬는 데, 소리내는 데, 소리고르는 데로 나누고, 각 부분에 대하여 그 생김새와 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둘째 가름에서는 소리를 그 보는 자리에 따라 ① 울림소리와 안울림소리, ② 입소리와 콧소리, ③ 홀소리와 닿소리, ④ 홑소리와 겹소리, ⑤ 숨떤소리와 숨안떤소리로 나누고, 나아가서 홑소리와 닿소리에 대해서는 더 상세한 분류와 각 소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셋째 가름에서는 소리가 서로 이어져 말을 이루는 이은소리에서 일어나는 현상, 곧 길이 · 힘 · 가락 · 달라짐에 대하여 풀이하고 있다.
(2) 씨갈
‘씨’라는 말은 주시경이 쓰기 시작한 말로 낱말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씨갈은 낱말의 성질과 그 운용을 다루는 부분이다. 우리말의 씨에 대해서는 주시경이 매우 분석적으로 규정한 바 있어 씨끝과 같은 것도 낱말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우리말본』에 이르러 종합적으로 고쳐져서, 그 뒤의 낱말규정의 기초가 되었다. 씨의 가름은 꼴과 구실(기능)과 뜻에 의거하고 있다. 그리고 그 큰 갈래를
○○임자씨
○○으뜸씨 ○
씨 ○○생각씨 ○ ○○풀이씨
○ ○○꾸밈씨
○
○○걸림씨(토씨)
로 하고, 다시 임자씨를 이름씨 · 대이름씨 · 셈씨로, 풀이씨를 그림씨 · 움직씨 · 잡음씨로, 그리고 꾸밈씨를 매김씨 · 어찌씨 · 느낌씨로 나누었다. 그리하여 최현배는 우리말의 씨를 열 가지로 잡고 있다.
주시경 체계에 있어서는 ‘붉다, 가다’ 따위의 풀이씨는 두 씨로 풀이하고 있는데, 『우리말본』에서는 낱말이란 자립성이 있어야 한다는 원리 아래 이 두 조각을 하나의 낱말로 보게 된다. 이것은 주시경 문법에 대한 큰 개혁으로, 이 방법은 그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풀이씨는 줄기를 중심으로 하여 그 씨끝을 바꾸게 되는 것으로 설명되는데 이것이 씨끝바꿈이다.
그리고 풀이씨의 또 한가지 특색은 잡음씨를 한 품사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그 뒤에 다른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자립성이 없는 토씨는 한 씨로 보고 있다. 최현배는 토씨를 독립된 낱말로 보는 이유를 상세히 논증하고 있다. 그 뒤 학교문법 등에서 토씨를 씨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토씨를 씨끝으로 보는 의견도 한편에서 대두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색은 풀이씨의 끝바꿈이다. 풀이씨는 하나의 줄기에 말본상의 뜻을 나타내는 씨끝이 여럿 붙어서 그 꼴이 바뀌는데, 이것이 끝바꿈이다. 끝바꿈꼴의 체계는 마침법 · 감목법 · 이음법으로 나누어지고, 다시 마침법은 베풂꼴 · 물음꼴 · 시킴꼴 · 꾀임꼴로, 감목법은 어찌꼴 · 매김꼴 · 이름꼴로, 이음법은 매는꼴 · 놓는꼴 · 벌림꼴 등으로 나누고 있다.
말본상의 뜻을 가진 줄기와 씨끝과의 사이에 또 다른 형태소가 끼어드는 일이 있는데, ‘먹히다, 가시다, 보았다’의 ‘-히-, -시-, -았-’따위는 도움줄기로 처리된다. 풀이씨의 때매김법은 움직씨와 그림씨와 잡음씨의 경우가 약간 다른데, 움직씨의 때매김 체계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이적 · 지난적 · 올적의 세 가지 때를 설정하고, 여기에 각각 으뜸 때, 끝남 때, 나아감 때, 나아가기 끝남 때의 때매김법이 있어 모두 12가지의 때매김법이 되는데, 이때 매김법은 각각 도로 생각이 겹치게 되니 모두 24가지가 된다.
(3) 월갈
월갈은 문장론 또는 통사론(統辭論)에 해당한다. 월갈은 모두 여섯 가름으로 되어 있다. 첫째 가름에서는 월갈 및 월의 개념이 설명되며, 둘째 가름에서는 문장의 구성성분인 낱말과 이은말과 마디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셋째 가름인 월의 조각에서는 위의 성분들이 월에서 가지는 기능에 대하여 설명한다. 이에는 임자말 · 풀이말 · 부림말 · 기움말 · 꾸밈말 · 홀로말의 여섯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앞의 네 가지는 월의 성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므로 이들을 으뜸조각, 꾸밈말은 딸림조각, 홀로말은 홀로조각이라고 한다.
넷째 가름인 월의 조각의 서로 맞음에서는 문장성분의 상응관계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성분의 순서, 높임말의 호응, 어찌말과 풀이말의 호응 등이 설명된다. 다섯째 가름인 월의 갈래에서는 문장을 그 짜임에 따라 홑월, 가진 월, 벌린 월, 이은 월의 네 가지로 나누는데, 이 가운데 뒤의 세가지는 겹월이다. 임자말과 풀이말의 관계가 한 월에서 단 한 번만 성립되는 것이 홑월이며, 둘 이상 성립되는 것이 겹월이다. 최현배의 홑월과 겹월에 대한 견해는 최근의 견해와 다소 차이가 있다. 여섯째 가름은 부록적인 것으로 구두점의 사용에 대하여 언급되어 있다.
『우리말본』은 그 씨가름에서 월가름에 이르기까지 옛 설명을 그대로 쓴 것이 거의 없다고 할 만큼 새로운 체계를 이루며 국어에 대한 연구를 집대성한 저서이다. 이 독창적인 저서는 일제 때 이루어진 국어학의 업적 중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국어학사상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