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751조에는, 타인의 신체적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정신상의 고통에 대해서도 위자료라는 명목으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이다.
정신적 고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신체적 자유, 정조 따위와 같이 사람의 신체적 측면에 관한 것은 물론이요, 명예·신용·성명·초상·정신적 자유 따위와 같이 정신적 측면에 관한 것들이 포함된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이혼을 청구하는 여자가 남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아울러 청구하는 경우에 위자료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의 위자료는 이혼 때문에 여자가 입은 정조·명예·신용 등 신체적인 동시에 정신적인 측면에서 본 종합적인 손해를 청구하는 취지라고 보아야 된다.
위자료라는 배상 청구를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해서는 연혁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1653년 독일에서 자식의 죽음을 이유로 그 부모가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에서 당시의 법제하에서는 그 근거가 없었으나, 로마법을 확장 해석하여 그 배상을 인정한 일이 있었고, 또 1878년의 고이철도사건에서 이예링(Jhering,R.)은 그 찬성을 부르짖었다.
이처럼 법제사적 연혁을 살펴볼 때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는 데는 매우 회의적이었다. 위자료는 그 성질이 복수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형사적인 냄새를 풍겨서 민사·형사 책임이 분화된 오늘의 법제하에서는 민사상의 책임으로 인정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보기도 하였다. 이러한 생각이 원초적인 사고방식이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민사·형사 책임이 선명하게 구별되는 오늘날에도 굳이 위자료를 복수의 산물로 간주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인권의 본래적인 의미에서 재산권의 침해보다도 훨씬 더 높은 차원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문화적인 생각이 지배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는 전통적으로 개인의 권리나 자유가 없는 봉건국가였기 때문에 이러한 위자료문제는 발생하지도 않았고, 그러한 사상도 없었다.
이 문제가 대두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 일제강점기 <조선민사령 朝鮮民事令>에 의하여 일본 민법을 적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차례대로 따져 본다면 인격적 이익이 재산적 이익보다 앞서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따지더라도 후순위인 재산적 이익의 침해에 대해서만 손해를 인정하고, 선순위인 인격적 이익의 침해에 대해서는 눈을 감을 수 없는 이치이다. 이리하여 오늘날 위자료는 당연한 청구권으로서 공인을 받기에 이르렀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생명·신체·정조·신체적 자유·명예·신용·성명·초상·정신적 자유 따위에 대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했을 때 위자료청구권이 발생한다. 신체에 대한 침해라 함은 신체에 대한 상해를 의미한다.
따라서, 건강에 대한 훼손도 포함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성병을 감염시키거나, 상관이 징계한다고 하위자의 신체에 손상을 입힌 경우 등에도 위자료가 발생한다.
남을 속이거나 남에게 강박을 한 경우에는 남의 정신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 된다. 죄 없는 사람을 무고하여 신체적 자유를 위법으로 구속시켰으면 그 명예와 신용을 침해한 것이 된다.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우에 한하지 않고 의견의 발표라든지 특정한 제3자에게 고지하는 것만으로도 명예의 침해가 된다.
명예훼손이 될 것인지의 기준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정할 노릇이지 피해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것은 아니다. 신문기사는 공공의 이익과 관계가 깊으므로 그것이 진실이라면 설사 사람의 명예를 다쳤다 하더라도 위법성이 없어서 위자료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남의 생명을 해친 자는 피해자의 직계존속·직계비속 및 그 배우자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생긴다. 특히, <민법> 제752조가 명문으로 이 점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둔 것은 사망으로 인하여 친족관계가 파괴된 데 대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려는 취지이다.
강간이 부녀자 자신에 대한 불법 행위임은 물론이거니와 그 부녀자의 남편에게도 정신적 고통을 준다고 보아야 된다. 간통한 상대편은 그 상대편의 남편이나 처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혼이 상대편의 책임 있는 사유로 말미암아 발생한 경우에는 공동 생활을 위법으로 파괴한 데 대한 위자료를 인정한다.
오늘과 같이 사회생활이 복잡하면 이웃간에 폐를 끼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음향, 진동, 매연, 냄새, 일광의 차단 등에 의한 생활의 방해가 현저하여 도저히 이웃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울 때는 이로 말미암아 이웃에 입힌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남의 성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함부로 사용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하면 이것도 본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것이 된다.
위자료청구권은 원칙적으로 불법 행위로 말미암아 정신적 고통을 입은 사람이 청구권자가 된다. 다만, 문제가 되고 흥미로운 것은 남의 폭행으로 인하여 중상해를 입었다가 즉시 사망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 사망자는 중상해를 입었을 때 순간적으로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을 취득한다고 보아야 되는데, 한때는 판례가 본인이 죽기 전에 무엇이라고 표현하건 원통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경우에만 위자료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 구성은 너무나 기교적이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죽은 사람이 숨지기 전에 아무런 표현을 한 일이 없다 하더라도 오히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위자료청구권을 취득하고, 이 권리는 상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위자료 금액의 산정은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대중삼아 이 고통을 위자하려면 금전으로 얼마를 정하는 것이 상당할 것인가에 의한다. 흔히 위자료의 산정은 법관의 자유 재량에 의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가해자·피해자 쌍방의 신분, 지위, 재산, 기타 모든 사정이 고려의 기준이 된다. 뿐만 아니라 피해를 받은 이익의 종류와 침해 행위의 모습 등도 고려의 기준으로 삼아서 공평하게 산정할 수밖에 없다.
명예나 신용을 침해받은 경우에는 피해자의 직업과 사회적 지위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생명이 침해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직업이나 지위에 따라서 차등을 크게 둘 수 없다. 이처럼 위자료의 산정은 법원이 직권과 재량으로 앞에서 본 모든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므로 그 금액에 관해서는 청구인의 증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법원은 위자료를 산정할 때 구체적으로 그 산정의 근거를 명시할 필요도 없거니와 이러한 것을 명시할 수도 없다.
이처럼 위자료의 액수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이 보통이겠으나, 판례로는 단계적·유형적으로 따져서 대체적인 기준을 정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