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은 우선 다툼이 있는 사실을 확정하고, 다음에 이 확정된 사실에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결론을 끌어내는 과정을 밟는다. 이 두 단계의 과정 중 사실확정은 매우 어려운 절차이다. 가령, 당사자 쌍방 증인의 증언이 엇갈리는 경우 등에 있어서 법원으로서는 여러 가지 증거들의 증명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 점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은 “법원은 변론의 전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의 진실여부를 판단한다.”고 규정하고, 「형사소송법」은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두 규정의 취지는 증거의 취사선택에 관하여는 아무런 법적인 구속 없이 법원의 자유판단에 맡긴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증거방법과 증명력에 관하여 미리 법령에서 그 한계를 정하여놓는 주의를 법정증거주의라 한다.
연혁적으로는 법정증거주의가 먼저 채택되었다. 프랑스혁명 이후 여러 나라들은 법정증거주의의 경직성에서 빚어지는 결함을 배제하고자 민사 · 형사간에 모두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법정증거주의는 법관을 불신하는 사상에서 생겨난 것이고, 이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는 법관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법관의 자격을 엄격히 하고 그 독립성을 엄격히 보장한다면 법관으로 하여금 나날이 변화하는 새로운 사회현상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양심에 따라 자유심증으로 적정한 재판을 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나을 것이다. 즉, 몇 개의 증거법칙에 얽매여서 실정에 맞지 않는 재판을 강요하는 것보다 자유심증주의가 훨씬 우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이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하면서 사회정의 · 형평의 이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마치 그 한계인 양 적어놓았지만, 이것은 당연한 수칙을 적어놓은 데 불과하다. 이러한 수칙을 무시한다면 양심에 따른 재판이라고 말할 수 없고, 오히려 법관에게 무제한 자의를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우리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은 모두 항소심을 사실인정의 최종심급으로 규정하고, 최종심인 대법원도 항소심이 인정한 사실에는 구속을 받게끔 규정하고 있지만, 그 사실인정과정이 위에서 본 자유심증의 테두리를 벗어난 경우에는 위법이라 하여 대법원이 파기할 수 있다.
한편,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자백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자유심증주의에 중대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데, 이는 자백의 강요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