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놀이」는 한국의 여러 지역 무당굿에서 연행하는 굿 놀이이다. 모두 공통적으로 장님이 등장하여 장구재비와 여러 재담을 주고받는다.
서울 굿에서는 「뒷전거리」에 「장님놀이」를 연행한다. 지팡이를 짚고 장님 노릇을 하는 주무(主巫)가 등장해 장구재비와 여러 재담을 주고받는다. 익살스런 대화를 주고받고 아이들이 장님을 놀리는 「장님타령」을 부르면, 장님은 앞 못 보는 서러움을 노래한 「신세타령」을 불러 화답한다. 장님은 주식을 얻어먹고 점을 쳐 주고 약수로 눈을 씻고 눈을 뜬다.
양주 지역에서는 장님이 황해도 봉산에서 뺑덕어미를 찾으러 왔다고 하며 등장한다. 술과 안주를 얻어먹고 점을 쳐 준 다음에 약수를 떠다가 눈을 씻고 개안(開眼)한다.
동해안별신굿에서는 ‘맹인거리’ 또는 ‘봉사굿’이라고 하는 「심청굿」을 한다. 효녀 심청의 이야기가 서사 무가로 구연되고 「맹인놀이」가 이어진다. 심 봉사로 분장한 무녀가 등장하여 강을 건너는 모습을 연행하고 반주무(伴奏巫)와 골계적인 재담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관중들 중에서 점복하고 싶은 사람을 나오라고 하여 점을 쳐 준다. 마지막에는 약수로 눈을 씻고 멀었던 눈을 뜨는 것으로 끝난다.
동해안별신굿 마지막 거리인 「거리굿」에도 「봉사거리」가 있다. 맹인으로 분장한 주무가 일인 다역을 맡아 연행한다. 장님은 여행을 하다가 장님을 놀리는 아이들의 「맹인타령」을 듣고 아이들을 쫓아 버린다. 각득 아지매들이 방아 찧는 데 이르러서는 여인들을 놀리는 「방아타령」을 하다가 망신을 당한다. 반주무와 골계적 대화를 주고받다가 약수로 눈을 씻고 눈을 뜬다.
전통 사회에서 장님은 신통력이 있는 존재로 여겼다. 육안은 멀었지만 심안은 열려 있다고 생각하였다. 서울 굿에서는 장님을 그린 무신도(巫神圖)가 여러 점 전승되고 있어 대우가 유별났음을 알 수 있다. 각 지역의 「장님놀이」는 대부분 장님이 눈을 뜨는 것으로 끝난다. 이러한 결말은 장님이 눈을 떠서 환해지듯이 굿을 의뢰한 사람들의 모든 액 또한 물러가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장님놀이」는 장님이 눈을 뜬다는 주술적인 내용이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동해안별신굿에서 독립적인 굿 놀이로 인정받지 못했다. 한편, 「심청굿」이 인기있는 굿거리가 되면서 「장님놀이」는 「심청굿」 뒤에 붙어 연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굿을 연행하는 무당들에게는 이 굿 놀이를 부르는 명칭이 따로 없었고, ‘장님놀이’, 또는 '맹인놀이'라고 명명한 것은 학자들이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장님놀이」는 서울 굿의 「뒷전거리」처럼 주요 굿거리가 아닌 굿에서 연행했던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