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 나가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을 조금 떼어 허공에 던지는 행위를 일컫는 것으로, ‘고시래’ · ‘고시레’라고도 한다. 고수레는 음식을 던지는 행위를 가리키기도 하고, 던지는 음식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며, 음식을 받는 존재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 어원과 의미는 알 수 없다. 음식을 던지면서 고수레라고 말할 때는 가급적 큰 소리로 외친다.
고수레의 기원을 알려 주는 여러 이야기가 현재 전승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후대에 생긴 것으로 고수레를 설명하려는 민간어원(民間語源)에 가깝다. 고수레의 어원에 관한 이야기는 전국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특정한 유형이 분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역과 전승 설화(說話) 간의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고수레의 기원을 알려 주는 이야기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형은 고씨 성을 가진 이가 굶주려 죽자, 마을 사람들이 이를 불쌍하게 여겨 음식을 나눠 주었다는 것으로, 전승자들은 이를 일종의 고사(告祀)로 인식한다. 둘째 유형은 자신의 복을 기원하기 위해 고수레를 시작했다는 것으로, 도선국사와 관련된다. 도선국사는 성씨가 고씨인 어머니의 무덤을 전라도 만경뜰에 만들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무덤에 묻힌 도선국사의 어머니에게 진지 잡수라고 음식을 나누자, 풍년(豐年)이 들었다. 이후 사람들은 농사가 잘되라고 음식을 던졌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도선국사가 마을 사람의 꿈에 나타나, 자기 어머니의 무덤에 음식을 바치면 비를 내린다고 했고, 도선국사의 말대로 하자 실제로 비가 내려 그 후 고수레를 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셋째 유형은 고시레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연안 벌판에서 얻어먹다 죽었고, 마을 사람들이 액(厄)을 막기 위해 밥을 한 숟가락 떠서 물리면서 고수레가 생겼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들은 모두 고씨 성을 가진 이가 죽었고, 이후에 액을 물리거나 자신의 복을 위해 밥을 떠서 던지면서 고수레가 생겨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자신의 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고수레가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心性)과 연결되었음을 보여 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모두 고씨 성을 가진 사람과 고수레를 연결하고 있어, 고수레의 기원을 알려 주기보다 고수레의 유래를 나름대로 설명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고수레의 용례는 여러 문헌에도 보인다. 19세기 말에 간행된 『무당내력(巫黨來歷)』은 서울굿의 여러 장면을 그린 것으로, 「별성거리」 설명에서 “ 단군의 신하 고시례가 백성들을 가르쳐 곡식을 심고 거두게 했고 인민(人民)들은 그 은혜를 잊지 못했다.”라고 하고 있어 고수레가 곡식 재배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 준다.
『무당내력』은 서울굿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단군과 관련된 다양한 근거를 제시한다. 이것은 단군의 신하라는 고시례가 실제로 존재했느냐 아니냐의 문제와 무관하게, 고수레의 연원이 오래되었음을 보여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 구절은 최영년(崔永年)이 지은 「해동죽지(海東竹枝)」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조선 숙종 때 간행된 책으로 알려진 「규원사화」에도, 고씨가 불을 가르치고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후대 사람들이 감사의 표현으로 음식의 일부를 허공에 던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고수레 행위는 오래 전부터 행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연원은 알 수 없다. 『해동가요(海東歌謠)』에 수록된 이정보(李鼎輔)의 사설시조(辭說時調)에는 “전라도 경상도라 울산바다 나주바다 칠산바다 안흥목 손돌목 강화목 감도라들 제 평반(平盤)에 물 담드시 망견창파를 가덧 도라오게 고수레 고스레 소망 알게 오쇼셔 이어라 저어라 빼 띄여라 지국총 나무아미타불”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 시조에서는 고수레가 뱃사공이 험한 바다를 무사히 건너갈 수 있게 기원하는 주술적(呪術的)인 용어[呪言]로 나오지만, 밥을 던지는 행위는 보이지 않는다. 이로 보아 고수레는 자신의 평안과 소망을 기원하는 주언으로 존재하다가 농업의 풍년을 기원하는 말로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고수레는 소망을 기원하는 주술 용어가 음식을 한 숟가락 던지는 행위와 연결되면서, 음식을 바치는 행위[獻食]가 소망을 기원하는 것에 대한 답례로 존재함을 보여 주었다. 나아가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음식을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나누는 마음이 있어야 함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음식을 사람만 먹는 것이 아니라 귀신도 먹고 새도 먹고 풀도 먹는 것이라는 전승자의 인식 속에는 고수레가 가진 생명 사상과 나눔 의식이 보인다. 아울러 고수레의 유래를 다룬 여러 이야기에도 보이듯, 남을 위하는 마음이 결국 자신의 소망을 이루는 바탕이 된다는 인식도 내재(內在)하여 있다. 그리고 음식의 첫술을 바친다는 것은 인간을 위해 준비한 음식이지만 우선 신에게 올린다는 공경(恭敬)의 마음도 있다.
한편 고수레에는 주술 용어와 함께 밥을 던지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고수레가 의례(儀禮)의 흔적임을 보여 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말과 행위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의례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밥은 의례를 위해 신성한 존재에게 올리는 제물(祭物)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농사일을 하는 이들은 풍년을 항상 기원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밥을 먹으면서도 풍년을 기원하는 작은 의례로 고수레를 행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