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가정 연간에 기주에 사는 장석이라는 사람은 집이 가난하여 양식을 구걸해다가 부모를 봉양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흉년에 가산을 팔아 서주 구계촌으로 이사 간다. 서주에는 얼마 전 전염병이 돌아서, 구계촌 왕 승상 집의 20여 명이나 되는 노복과 주인이 다 죽고 딸 하나만 살아 남아 있었다. 시체가 방 안에 그대로 있어도 친척들이 먼 곳에 있어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장석은 부모에게 알려 가산을 판 돈으로 장례 치를 준비를 해서 왕 승상 집으로 간다. 왕 소저가 거절하였지만 장석이 설득하여 함께 20여 일 동안 장례를 지낸다. 장석이 장례를 끝내고 떠나려 하니, 왕 소저는 아내가 되어 은혜를 갚겠다고 하며 만류한다. 장석이 화를 내고 질책하며 그럴 수 없다고 말하니, 왕 소저는 다시 남매의 의를 맺자고 한다. 이에 장석은 왕 소저와 남매의 의를 맺고 돌아와 부모를 모시고 서주를 떠나 황성으로 올라간다.
이때 황제는 조정에 인재가 없어 흉년이 든다고 생각하여 과거를 베풀었는데, 장석이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 급제한다. 황제는 장석에게 중원을 침공하고 있는 가달족을 격퇴하라고 분부한다. 황태자의 나이가 16세가 되어 태자비를 간택하는데, 황제는 여러 신하들의 말을 듣고서 서주에 사는 왕 소저를 태자비로 삼는다. 태자비가 된 왕 소저는 낮에는 비단을 짜고 밤에는 수를 놓으면서 즐거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를 본 태자가 그 이유를 물으니, 오라버니와 작별하고 소식이 없어 근심이 된다고 말한다.
한편, 장석은 가달족을 대파하고 가달왕을 생포하여 항복을 받고는 황성으로 첩서를 보낸다. 장석이 회군하는 중에 황제가 죽고 태자가 즉위한다. 조정의 백관이 장석이 전쟁에서 세운 공을 시기하여 새 황제에게 장석을 모함한다. 장석은 경사에 이르러 금부도사에게 잡혀 하옥되고, 조정의 신하들은 날을 받아 장석의 사형을 집행하려고 한다. 황후가 된 왕 소저는 한 대장이 철망을 쓰고 유혈이 낭자한 몸을 하고 들어와, “누이는 이제 다시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니 그리 알라.”하고 사라지는 꿈을 꾼다. 괴이하게 여겨 궁녀를 시켜 모월 모일에 처형당하는 장수의 이름을 알아오게 한다. 또 황제에게 백관과 지방의 수령 중에 장석이라는 사람이 있거든 알려 달라고 간청한다. 황제가 가달족을 정벌한 장수가 바로 장석이라고 일러준다. 이에 황후는 크게 놀라며 장석과의 관계를 황제에게 말하고, 장석을 처형하지 말라고 호소한다. 황제는 장석을 풀어주고 황후를 만나게 하니, 장석과 황후는 마침내 서로 만나게 된다. 황제는 장석을 참소한 조정의 신하들을 처벌하고, 장석을 좌승상으로 삼아 그의 전공을 기린다. 장석의 부인은 이부상서 김일신의 딸인데, 4자 1녀를 낳는다.
「장석전」은 한국 고전소설 가운데 매우 독특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을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황후가 된 왕 소저가 은혜를 갚는 보은담이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 가족의 장례를 치뤄 주고, 남녀 주인공이 결연하지 않고 남매의 의를 맺는 것으로 도입부가 시작되는 점은 여타의 고전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남자 주인공의 혼인과 자식에 관해서는 결말에 아주 간략하게 서술하고 마무리하였는데, 필사 과정에서 세책의 분량을 맞추기 위해 대폭 생략한 탓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어우야담』을 비롯한 야담집에 수록되어 있는 「홍순언 이야기」를 수용하였다. 「홍순언 이야기」는 홍순언이 역관이 되어 중국에 가서, 부모의 장사를 지내기 위해 몸을 파는 여인에게 은혜를 베풀고, 그 여인이 후에 고관(高官)의 부인이 되어 은혜를 갚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순언 이야기'를 수용한 고전소설로 「이장백전」, 「홍순양의연천금설」, 「계씨보은록」, 「마원철록」 등이 더 있다. 이 중에서도 「장석전」이 상당히 많은 변이를 보이는데, 영웅소설의 이인담과 군담을 적극 활용하여 흥미 본위로 새롭게 만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