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국문 필사본·활자본. 활자본으로는 영창서관(永昌書館, 1918)·한성서관(漢城書館, 1918)·세창서관(世昌書館) 등에서 발간된 것이 있다. 내용은 이본마다 약간의 출입이 있을 뿐 대동소이하다. 주인공 정수경이 여러 번의 액운을 당하면서도 이를 모면하고 결국 행복한 생애를 누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살인사건을 관가에서 처리하게 된다는 점에서 공안류소설(公案類小說)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편, 점을 쳐서 그 점괘에 의해 액을 면한다는 이야기와 ‘총각보쌈’이 인연이 되어 혼인하게 되었다는 등의 민담이 결합되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경상북도 안동시 운학동(雲鶴洞)에 정운선(鄭雲仙)이라는 한 처사가 살고 있었다. 나이 30에 아들을 두어 이름을 수경이라 지었다. 부인 소씨(蘇氏)와 더불어 극진히 아들을 키우다가 갑자기 병을 얻어 죽고 말았다.
어려서부터 재질이 뛰어나고 총명하던 수경은 16세에 과거에 뜻을 두고는 어머니 슬하를 떠나 서울에서 유숙하던 중, 어떤 판수에게 점을 치게 된다. 그 판수는 이번 과거에는 급제하겠으나 세 번 죽을 액운을 당한다며 백지에 황색으로 대[竹] 한 폭을 그려주면서, 위급할 때 이것을 내놓고 면액(免厄)을 하라고 가르쳐 준다.
숙소로 돌아오던 중 그는 갑자기 장정 10여 명에게 납치되어 어느 재상가에 끌려와 신방에 들게 되었다. 신부가 들어와 말하기를, 자기는 이 집 무남독녀로서 점을 친 결과 초년에 남편을 여읠 팔자라 하여 제액(除厄)할 방법으로 이런 궁여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 밤이 지나면 수경을 죽여없앨 것이라는 것이다.
수경은 대경실색했으나 죽기를 면하기 어려울 것을 알고 어머니에게 보내는 영결시(永訣詩)를 써놓는다. 날이 밝자 신부는 은자(銀子) 세 봉을 싸서 주고 나간다. 장정들이 다시 수경을 교자에 태워 절벽으로 데리고 가 물속에 던지려 할 때, 신부가 준 은자로 그들을 매수하여 죽음을 면한다.
수경은 과거날을 당해 장원급제하고, 좌의정 이공(李公)이 청혼을 하므로 허락하였다. 다시 우의정 김공(金公)이 상소까지 하여 혼인을 강요하고 임금도 혼인을 명하므로, 어머니에게 연락하여 김공의 딸과 혼례를 치른다.
그러나 첫날밤 괴한이 나타나 수경이 병풍 뒤에 숨은 사이에 신부를 찔러 죽인다. 날이 밝은 뒤 살인혐의로 하옥되어, 7삭(朔) 동안 고문으로 시달리게 된다. 이 때 좌의정의 딸 이소저가 수경이 전날 판수한테서 받은 그림을 해석하여, 범인이 평소부터 김소저와 내통하던 김공의 노복 백황죽(白黃竹)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임금이 이를 듣고는 이승상을 불러 딸의 총명을 칭찬하며, 수경을 형조참판에 임명하고 백황죽은 능지처참하였다. 또한, 이소저와 수경의 혼인을 주선하여 성례하게 하였다. 신부는 바로 전날 납치되어 면대한 재상가의 딸이었다.
그 뒤 수경은 경상감사를 제수받아 고향에 내려와 선정을 베풀고 다시 내직으로 상경하였다. 이후 벼슬이 영의정에 오르고, 슬하에는 3남1녀를 두어 부귀를 누리며 살았다.
이 작품은 한국 고소설의 배경이 대부분 중국인 점과 달리, 한국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민담·운명·공안 등의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지만, 분량이 너무 짧아 서로 유기적으로 엮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고소설의 체재로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