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잡다’의 명사형인 ‘잡이 · 잽이’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는데, 한자로는 추첨(抽籤)이라고 한다. 제비뽑기는 점의 일종으로, 인위적으로 만든 객관적인 표적에 의해 운명을 미리 알려는 객관적 · 인위적 점복(占卜)의 형식이었다.
『삼국유사』 권2 기이(紀異) 진성여대왕거타지(眞聖女大王居陀知)조에 의하면, 신라 진성여왕 때 아찬 양패(良貝)가 당나라에 사신으로 가다가 풍랑을 만났다. 그런데 꿈에 한 노인의 현몽을 받고 나뭇조각[木簡] 50개에 수행한 군사들의 이름을 써서 바닷물에 띄웠다가 그 이름이 물에 잠긴 거타지(居陁知)를 섬에 남도록 결정하였다고 전한다. 바로 그러한 것이 제비뽑기의 예에 해당한다.
지금도 무속에서 오방기(五方旗)를 빼는 것, 점복가가 댓가지 · 산가지 또는 종이 등의 점괘를 빼는 것, 점복가가 돈이나 쌀을 던져 그 모습을 보고 점을 치는 척전점(擲錢占)이나 척미점(擲米占), 그리고 새점 · 물방개점 등도 모두 객관적 · 인위적 복점 형식의 제비뽑기에 해당한다.
제비뽑기는 처음에는 이와 같이 우연의 결정을 신의 뜻(神意)으로 받아들인다는 종교성을 띤 심각한 일이었는데, 뒤에는 사람들 사이의 어려운 분쟁을 단순히 시비 없이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 성격이 바뀌어갔다. 즉, 동서양을 막론하고 토지나 채초지(採草地) 또는 어장(漁場) 등의 분할 ·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제비뽑기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
이와 아울러 오늘날 어린이들 사이에 널리 행해지는 ‘사닥다리타기’나 또는 ‘심지뽑기’ 같이 단순히 승부를 겨루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놀이로도 바뀌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제비뽑기는 학생의 학교 입학, 아파트 추첨, 복권 추첨 등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행하여지고 있다.
이 놀이는 사용하는 도구와 방법에 따라 흔듬제비 · 뽑음제비 · 구슬제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흔듬제비’는 표를 한 한개의 돌이나 동전 또는 윷이나 주사위 등을 던져서 그 결과를 보는 방식이다. ‘뽑음제비’는 글을 쓰거나 표를 한 제비를 접어놓거나 또는 화투짝이나 트럼프짝을 안이 보이지 않게 하여 놓고 그 결과를 보는 방식이다. ‘구슬제비’는 복잡한 길이 만들어진 통 속에 구슬을 넣어 그것이 굴러나오는 결과를 보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내용이 표시된 과녁에 화살을 쏘아 그 결과를 보는 방식도 있다. 이 놀이는 윷놀이 · 승경도놀이 · 화투 · 투전 · 주사위놀이 등과 같이 순전히 우연의 원리에 입각한 놀이이다. 상대에게 승리한다고 해도 놀이하는 사람의 힘과 아무 상관이 없다. 놀이하는 사람은 수동적이어서 기량이나 지성 · 훈련 등의 수단을 사용할 수가 없고, 다만 운명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놀이는 상대에게 이긴다고 하기보다 운에 이긴다고 하는 것이 보다 중요성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