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요지』는 조선 후기 학자이자 천주교 순교자인 정약종이 한글로 저술한 최초의 천주교 교리서이다. 한자를 모르는 일반 백성을 대상으로 천주교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이다. 상편에는 믿음의 대상인 천주의 존재와 속성, 삼위일체 등의 신론(神論)을 다루고 타 종교에 대한 비판, 상선벌악(賞善罰惡) 등을 설명하였으며, 하편에서는 창조론과 원죄론, 예수의 탄생과 죽음과 부활로 이어지는 강생구속(降生救贖)론, 그리고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한 풀이와 함께 천주교를 즉시 믿고 따르라는 권면으로 끝마치고 있다.
정약종은 사람들이 천주교에 대한 갖가지 도리를 물으면 마치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 주듯이 척척 풀어 주며, 듣는 사람들이 잘 알아듣도록 이해시켰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한글을 이해하는 이들에게 천주교의 가르침을 쉽게 설명해주는 순한글 교리서가 『주교요지』이다. 저술 시기는 주문모 신부의 인준을 받았으므로, 명도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평신도 지도층으로 활약하던 1797~1799년 사이로 볼 수 있다. 주문모 신부는 정약종의 한글 교리서 『주교요지』를 인준하면서 마이야 선교사가 중국에서 펴낸 『성세추요(盛世芻堯)』 교리서보다 낫다고 칭찬하였다.
『주교요지』가 참고로 한 서적은 대부분 한문서학서와 『성경직해(聖經直解)』와 같은 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한문 교리서인 『교요서론(敎要序論)』, 『천주실의(天主實義)』, 『진도자증(眞道自證)』 등을 참조하였고, 인용한 성경의 내용들은 오늘날 기준으로 보아도 그 내용이 매우 정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교요지』는 원본에 가장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는 절두산 순교자 박물관 소장 필사본 기준으로 볼 때, 상 · 하 두 편 1책 96장으로 되어 있다. 상편은 32조목 45장, 하편은 11조목 51장으로 나뉘어 있다.
상편은 천주교 교리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1조목부터 5조목까지 신(천주) 존재 증명, 6조목부터 13조목까지 신의 속성, 14조목에 삼위일체를 설명하면서 주2를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 천주교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천주와 푸른 하늘과는 다름을 설명하고 있다(1516조목). 이어서 당시 조선에서 유행하던 다른 종교에 대한 그릇됨을 풀이하였다(도교 17조목, 불교 1827조목, 무교 28조목). 상편의 마지막은 29조목 주9과 주10(30~31조목), 천당지옥설(32조목)로 마무리하고 있다.
하편은 천주교 교리의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 주3, 원죄론(2조목), 주4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구원론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주5, 인성과 신성의 결합, 십자가 사건 및 부활의 신비를 모두 다루고 있다. 이어서 승천(4조목)과 그 증거(5조목), 십자가의 자취와 신비(6조목), 심판(7조목), 예수의 강생 구속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 풀이(89조목), 마지막으로 천주교를 권면하는(1011조목) 것으로 끝마친다.
『주교요지』는 처음에 주6 형태로만 전해지다가 1864년에 처음으로 목판본으로 간행되고 그 이후로도 1885년 목판본, 1887년, 1897년, 1906년, 1909년 계속해서 주7으로 간행되었고, 마지막으로 1932년 활판본으로 간행되었다.
목판본과 활자본이 현존하며 몇 군데 주8의 수정이 다를 뿐 내용상 큰 차이는 없다. 순한글로 서민들이나 부녀자들도 쉽게 볼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설명 위주로 되어 있으나, 중간중간 문답식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마지막 활자본인 1932년 판에는 불교를 비판하는 대목이 모두 생략되어 있다.
『주교요지』는 정약종에 의해 편찬된 이후 1932년 활판본으로 개정되기까지 100여 년을 넘게 한국 교회의 교리서 역할을 하였다. 박해 시기 동안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발굴되어 계속해서 목판본과 활판본으로 활용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 한글 교리서가 얼마나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또한 조선의 학자 입장에서 서양의 종교를 이해하고 믿으려 했던 최초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이를 일반 백성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초기 교회 지도자들의 전교 활동을 반영해주고 있다. 그 옛 신앙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는 『주교요지』가 지금도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