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주의는 감각과 정서보다는 지성 또는 이성을 중요시하는 창작 태도 또는 그 경향이다. 지성의 절대적 우위, 탐미주의·주의주의·주정주의의 반대, 전통적 질서의 회복과 현대문명의 위기 극복이라는 세 가지 기본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주지주의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비평가는 최재서이다. 이를 작품으로 실천한 시인은 김기림이다. 김기림의 「기상도」(1936)는 엘리엇의 「황무지」의 영향을 받은 주지주의의 대표작이다. 한국에서 형이상학적 시의 길을 열어놓은 김기림의 장시 이후, 김광섭·김현승 등의 주지주의 시인들이 그 뒤를 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사회의 혼란과 무질서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지게 하였다. 그리하여 기존의 문화와 전통을 부정하는 반역의 고뇌에서 감각과 관능의 세계로 도피하여 탐미주의(耽美主義) 또는 주정주의(主情主義) 쪽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극복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필요에 의해 지성의 절대적 우위를 강조하고, 유럽 문명의 전통을 재생하며, 정신적 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문학적 태도가 생겨났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지주의는 첫째 지성의 절대적 우위, 둘째 탐미주의 · 주의주의(主意主義) · 주정주의의 반대, 셋째 전통적 질서의 회복과 현대문명의 위기극복이라는 세 가지 기본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흔히 이지(理智, intellect)와 주지(主知, intelligence)를 구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 구별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서 주지는 이 둘을 포함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지성의 ‘절대적 우위’란 내용면에서 보면 문학작품 속의 지적 요소, 시사적(時事的) 현상, 과학적 · 사상적 내용 등을 의미하고, 방법면에서 보면 질서의식에 의거하여 감정이나 본능에 대한 통제나 억제 작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주지주의는 내용도 중요하나 그 방법의 의식적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
탐미주의나 주의주의(主意主義) 및 주정주의의 반대란 노만주의나 감상주의 같은 감정적 · 감상적(感傷的) 문학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반노만주의 태도를 가리킨다.), 또 한편 본능적 · 영감적 동기를 문학에서 배제하고 의식적 · 비평적 문학이라야 함을 의미한다. 본능은 직관적이고 무의식적이며 자연발생적이나 주지는 의식적 방법을 중시한다.
여기서 낭만적 천재의 개념도 부정된다. 전통의 회복과 현대문명의 위기 극복의 시도는 주지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프랑스의 주지주의는 발레리(Valery, P.)를 정점으로 하고, 영국의 주지주의는 흄(Hulme, T.E.) · 엘리엇(Eliot, T.S.) · 리드(Read, H.) · 헉슬리(Huxley, A.L.) 등으로 대표된다.
특히 흄의 불연속적 세계관은 새로운 질서 회복의 의도에서 직관적으로 추구된 사상이며, 흄의 사상적 기초에서 정립된 엘리엇의 전통과 정통(正統, orthodox)은 황폐화된 현대문명의 구제라는 의식이 그 밑에 깔려 있다. 이러한 점에서 엘리엇의 장시 「황무지(The Waste Land)」(1922)와 논문 「전통과 개인적 재능(Tradition and the Individual Talent)」은 이 방면의 중요 문헌이다.
주지주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즉, 이미지즘(imagism)과 주지주의의 구별, 모더니즘(moderism)과 주지주의를 동일개념으로 보는 오류(주지주의도 모더니즘의 한 경향이다.) 등이 그것이다. 이미지즘은 주지주의의 전단계로서 하나의 유파를 형성한 운동이다.
그 특성으로 정확한 사물의 언어(이 점에서 이미지즘은 사물시, 즉 physical poetry이다), 그룹의 선전 활동, 새로운 리듬과 자유시의 시도, 지성적 태도 등을 들 수 있으나, 주지주의에 오면 감각과 사상의 통합(이러한 시를 形而上詩, 즉 metaphysical poetry라고 함.), 객관적 상관물, 중층묘사(multiple description), 강력한 전통의식 등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 주지주의를 이론면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비평가는 최재서(崔載瑞)이고, 비평과 더불어 작품으로 실천한 시인은 김기림(金起林)이다. 최재서의 「현대주지주의문학이론(現代主智主義文學理論)의 건설」(조선일보, 1934.5.2.)은 흄의 불연속적 세계관과 고전적 인간관, 엘리엇의 전통론과 시의 비개성설을 소개한 것이고, 김기림의 「예술에 있어서의 리얼리티 모럴 문제」(조선일보, 1933.10.21.∼24.)도 주지주의와 관련된 논문이다.
이밖에도 이양하(李敭河)의 리처즈(Richards, I.A.) 소개, 한세광(韓世光)의 이미지스트와 엘리엇 소개, 주지주의 기타 시의 번역 등이 이 무렵부터 계속되었고, 특히 김기림의 장시 「기상도(氣象圖)」(彰文社, 1936)는 엘리엇의 「황무지」의 영향을 받은 이 무렵 주지주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을 죽음과 재생의 패턴으로 구성한 이 시는 이미지의 동시적 병치, 객관적 상관물(objective correlative)의 방법, 풍자와 아이러니, 의식의 흐름의 수법, 사상과 감각의 통합 등의 다양한 특성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형이상학적 시의 길을 열어놓은 이 장시 이후, 김광섭(金珖燮) · 김현승(金顯承) 등의 주지주의 시인들이 그 뒤를 이었다.